"지소미아 종료되면 동맹에 생각보다 큰 영향"
"北, 한미 보조에 압박…주한미군 감축 안 돼"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 미군사령관은 20일(현지시간) "현시점에서 한미동맹에 긴장(strain)이 있다"고 우려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미 비영리단체인 '코리아소사이어티'가 이날 밤 뉴욕 맨해튼의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연례 만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해 "팽팽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있다"면서 "그것이 한미동맹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지난주, 이번 주, 남은 몇주가 동맹을 말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상의 향배가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우리는 이 같은 긴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맹을 위해서는 국가주의적 이기심(self interest)이 공동의 이익에 종속돼야 한다면서 "솔직히 나는 한국과 미국의 국가주의적 정책이 동맹의 현실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두 개의 민주주의가 이기적 이익을 위해 서로 충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러나 한미동맹에 대해 "여전히 낙관할 이유가 있다"면서 "과거 어려운 환경에서 수도 없이 증명됐고, 흔들리지 않았고 부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과 관련해서는 협정이 종료되면 "동맹에 생각했던 것보다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큰 영향'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단순히 정보 공유 차원의 문제보다는 더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지소미아가 종료되면 "(한국과) 일본 관계의 질에서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삼각 협력 메커니즘도 "쇠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각 협력은 한미일 협력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16년 4월부터 2018년 11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주한 미군사령관을 맡았던 브룩스는 지소미아가 자신의 재임 기간에 체결(2016년 11월)됐다면서 체결까지 "쉽지 않았다"고 회고하고 "(협정 종료 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다"며 한일 간 대화를 우회적으로 주문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에 대해서도 "한국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면서 한국이 동맹인 미국과의 보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국을 '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대화가 휴면상태이고 중단됐다면서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시위는 한국에 대한 이런 압박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의 전향적 태도를 촉구하며 연말까지 시한을 제시한 것과 관련, 향후 북한의 행보에 대해 "큰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교착상태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에 대해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에서의 평화 진전을 위해 북미가 '슬로우 댄스(slow dance)'를 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기조연설 후 한국동맹에 대한 한국 특파원들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동북아 안보와 평화를 위한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면서 "여전히 미국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해서는 "양국이 합의 가능한 비용을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그것이 내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미국이 주한 미군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어떤 감축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확실히 희망한다"면서 "(주한미군은) 여전히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고, 동맹 축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내 반미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나 미국 내 한국의 중요성을 망각한 사람들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들보다 더 우세한 목소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