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연’이 각별한 것은 사람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2009년 8월 ‘첫 전기자동차 배터리 계약’이란 경험을 공유한 BMW와 삼성SDI가 좋은 사례다. 당시 BMW는 삼성SDI의 첫 고객이 됐고, 삼성SDI는 BMW의 첫 공급사로 선정됐다. 두 업체는 이후 10년간 밀하게 협업했다. i3, i8 같은 BMW의 혁신적인 전기차가 협업의 성과물이다.
삼성SDI·BMW "전기차 동맹, 10년 더 간다"
두 회사의 끈끈한 관계는 적어도 2031년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SDI는 “2021년부터 2031년까지 29억유로(약 3조8000억원) 규모의 배터리를 BMW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21일 발표했다. 삼성 SDI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 공장 증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삼성SDI와 BMW는 기술 개발 등 포괄적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장기 업무협약’도 맺었다. BMW는 이사회 멤버이자 구매·대외협력 네트워크 담당 임원인 안드레아스 벤트 총괄이 협약식 장소인 삼성SDI 천안사업장에 방문할 정도로 협업에 의미를 부여했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도 행사에 참석했다.

이번 계약은 디젤차에서 전기차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BMW와 유럽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선 삼성SDI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설명이다. 최근 BMW는 2025년까지 전기차 모델 25종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BMW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전기차를 선보여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성패는 ‘전기차의 심장’으로 불리는 배터리 성능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SDI 관계자는 “삼성SDI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가 2021년부터 BMW 전기차에 들어가면 주행 거리, 충전 속도 등 핵심 성능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벤트 총괄도 “한국 협력사들은 높은 수준의 혁신성을 갖췄다”며 “BMW와 미래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삼성SDI는 최근 들어 유럽 배터리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스웨덴에 거점을 두고 있는 볼보와 지난 7월 전기트럭용 배터리팩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지난달엔 독일 배터리 시스템 제조업체 아카솔에 2027년까지 배터리 셀과 모듈을 납품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아카솔은 삼성SDI로부터 공급받은 배터리 셀·모듈을 팩으로 조립해 완성차 회사에 납품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도병욱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