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악소리'…래미안대치팰리스 207만원→40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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稅부담 2~3배 껑충
보유세 부과기준 더 강화
보유세 부과기준 더 강화
“집값을 제가 올린 것도 아닌데…. 양도세 부담 때문에 당장 팔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답답합니다.” 서울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전용면적 84㎡)에 살고 있는 직장인 권모씨(45)는 국세청 홈텍스에서 올해 종합부동산세를 확인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작년에 402만원이었던 종부세가 올해는 1134만원으로 세 배 가까이 급증해서다. 큰마음 먹고 대출을 끌어모아 5년 전 투자한 은마아파트 때문에 2주택자가 돼 종부세 폭탄을 맞았다. 앞서 낸 재산세 등 570여만원을 다 포함하면 올해 내야 할 보유세가 총 1706만원에 달한다.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를 공개한 뒤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서울 강남권에 주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집이 한 채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두 배 가까이 커진다. 두 채 이상 고가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는 종부세가 세 배까지 늘어난 경우도 많다. 다주택자 종부세 세 배까지 늘어
21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최대 60만 명, 세금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대상이 총 46만6000명(2조114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상자가 14만 명 가까이 급증했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고가 주택이나 토지를 갖고 있는 개인·법인을 대상으로 매기는 국세다. 고가 주택의 기준은 9억원(1가구 1주택)인데, 2주택 이상 소유하면 합산 가격이 6억원만 넘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권에 아파트 두 채 이상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가 20억원을 넘는 주택 두 채를 가진 경우 종부세가 세 배가량 늘어난 사례가 많았다. 청담자이(전용 90㎡) 래미안대치팰리스(84㎡)를 본인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곽모씨는 종부세가 작년 870만원에서 올해 2800만원으로 3.2배 늘었다. 해당 주택형의 공시가가 각각 20~30% 오른 영향이다. 재산세까지 포함하면 올해 내야 할 보유세가 4000만원에 가깝다. 다만 실제 내야 할 세금은 상한에 걸려 작년에 낸 보유세(1500만원)의 두 배인 3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을 개정하면서 조정대상지역 2주택은 200%, 3주택은 300%로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등) 상한을 정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종부세는 별도의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강남권 다주택자는 두 배 이상 종부세가 늘어난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부부가 각각 소유하고 있더라도 증가폭이 컸다. 반포자이(전용 84.9㎡)와 잠실주공 5단지(전용 82.6㎡)를 부인과 각각 나눠 보유하고 있는 정모씨는 올해 종부세가 585만원으로 작년(284만원)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전체 보유세 역시 929만원에서 1381만원으로 늘어난다.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하고 있는 실수요자들 역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4㎡)는 종부세가 작년 97만원에서 올해 201만원으로, 잠실동 주공5단지(전용 82㎡)는 74만원에서 123만원으로 늘었다. 래미안퍼스티지에 거주하는 신모씨(65)는 “10년 전 중견기업을 퇴직해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황”이라며 “세를 주고 싼 아파트로 가든가 조만간 집을 처분하려고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공정시장가액비율 85%→90%
내년엔 보유세 부담이 올해보다 훨씬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내년 초 발표될 ‘2020년 공시가격’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85%에서 90%로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과표가 같더라도 5%포인트만큼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내년 말 부과될 종부세는 올해 변동한 주택·토지 가격을 반영해 내년 초 발표된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지난해 ‘똘똘한 한 채’ 바람을 타고 주택을 갈아탔다면 장기보유 공제를 받지 못해 1주택자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주택 수별로 세율체계가 이원화돼 다주택자에게 더욱 불리해진 만큼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14억원인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는 내년 공시가격이 10%만 올라도 종부세가 12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전체 보유세는 49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어난다. 최근 집값 상승세를 감안하면 올해만큼 공시지가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주택자라도 상한선인 50%까지 인상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담이 크고 내년부턴 1주택자라도 2년을 거주해야만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집을 팔고 싶어도 수억원에 달하는 양도세 때문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종부세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세제·금융상의 대책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유정/조재길/전형진 기자 yjlee@hankyung.com
국세청이 올해분 종부세를 공개한 뒤 파장이 커지고 있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서울 강남권에 주요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면 집이 한 채더라도 종부세 부담이 두 배 가까이 커진다. 두 채 이상 고가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는 종부세가 세 배까지 늘어난 경우도 많다. 다주택자 종부세 세 배까지 늘어
21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대상자는 최대 60만 명, 세금은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대상이 총 46만6000명(2조1148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대상자가 14만 명 가까이 급증했다.
종부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고가 주택이나 토지를 갖고 있는 개인·법인을 대상으로 매기는 국세다. 고가 주택의 기준은 9억원(1가구 1주택)인데, 2주택 이상 소유하면 합산 가격이 6억원만 넘어도 세금을 내야 한다.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권에 아파트 두 채 이상을 갖고 있는 다주택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가 20억원을 넘는 주택 두 채를 가진 경우 종부세가 세 배가량 늘어난 사례가 많았다. 청담자이(전용 90㎡) 래미안대치팰리스(84㎡)를 본인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곽모씨는 종부세가 작년 870만원에서 올해 2800만원으로 3.2배 늘었다. 해당 주택형의 공시가가 각각 20~30% 오른 영향이다. 재산세까지 포함하면 올해 내야 할 보유세가 4000만원에 가깝다. 다만 실제 내야 할 세금은 상한에 걸려 작년에 낸 보유세(1500만원)의 두 배인 30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해 세법을 개정하면서 조정대상지역 2주택은 200%, 3주택은 300%로 보유세(재산세+종부세 등) 상한을 정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은 “종부세는 별도의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강남권 다주택자는 두 배 이상 종부세가 늘어난 경우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부부가 각각 소유하고 있더라도 증가폭이 컸다. 반포자이(전용 84.9㎡)와 잠실주공 5단지(전용 82.6㎡)를 부인과 각각 나눠 보유하고 있는 정모씨는 올해 종부세가 585만원으로 작년(284만원)보다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전체 보유세 역시 929만원에서 1381만원으로 늘어난다.
주택을 한 채만 보유하고 있는 실수요자들 역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전용 84㎡)는 종부세가 작년 97만원에서 올해 201만원으로, 잠실동 주공5단지(전용 82㎡)는 74만원에서 123만원으로 늘었다. 래미안퍼스티지에 거주하는 신모씨(65)는 “10년 전 중견기업을 퇴직해 별다른 수입이 없는 상황”이라며 “세를 주고 싼 아파트로 가든가 조만간 집을 처분하려고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공정시장가액비율 85%→90%
내년엔 보유세 부담이 올해보다 훨씬 커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내년 초 발표될 ‘2020년 공시가격’이 강남권을 중심으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올해 85%에서 90%로 높아지는 것도 부담이다. 과표가 같더라도 5%포인트만큼 세부담이 늘어난다는 얘기다. 내년 말 부과될 종부세는 올해 변동한 주택·토지 가격을 반영해 내년 초 발표된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팀장은 “지난해 ‘똘똘한 한 채’ 바람을 타고 주택을 갈아탔다면 장기보유 공제를 받지 못해 1주택자라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주택 수별로 세율체계가 이원화돼 다주택자에게 더욱 불리해진 만큼 주택 처분을 고민하는 다주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14억원인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는 내년 공시가격이 10%만 올라도 종부세가 12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전체 보유세는 490만원에서 600만원으로 늘어난다. 최근 집값 상승세를 감안하면 올해만큼 공시지가를 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주택자라도 상한선인 50%까지 인상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담이 크고 내년부턴 1주택자라도 2년을 거주해야만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집을 팔고 싶어도 수억원에 달하는 양도세 때문에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종부세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세제·금융상의 대책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유정/조재길/전형진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