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美, 다시 에디슨에 주목하는 이유
최근 발간된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의 전기가 미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전기작가로 유명한 에드먼드 모리스가 생애 마지막으로 집필했다는 점도 그렇지만 니콜라 테슬라와의 전류 전쟁을 그린 영화 ‘커런트 워’가 관심을 모은 이후라서 더욱 그렇다.

더 큰 이유가 있다. 지금 미국인들에게 에디슨은 말로 설명하지 못할 ‘그 어떤 의미’다. 4차 산업혁명 초기에 150년 전 활약한 에디슨을 찾는다. 단순히 1039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지금 주목받는 배터리와 센서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이유만은 아닐 터다.

에디슨은 전기의 발명과 함께 시작된 ‘2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그는 전신기기에 이어 투표 관련 기기를 두 번째로 발명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실용화되지 않고 사장되는 기술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걸 일찌감치 깨달았다. 이후 에디슨의 발명 모티브는 실용성이었다. 19세기 기술은 산업계의 전유물이었지만, 20세기 기술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됐다.

4차 산업혁명期에 영웅 찾아

에디슨의 남달랐던 성장 과정과 환경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에디슨은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전보 심부름이나 신문 배달로 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는 지식과 기술에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다. 실패를 몰랐고 항상 표정이 밝았다. 그는 열두 살 이후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지 못할 만큼 청력 장애가 심했지만 음속기 등 소리와 관련된 특허만 250개를 보유했다. 지금 ‘스펙’에 길들여진 미국에 던지는 메시지가 강렬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그는 미국이 진정한 경제 독립과 기술 패권을 쥐게 한 영웅이다. 두려움이 없었고 미래에 대해 낙담도 하지 않은,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킨 발명가였다. 발명과 개척에 대한 프런티어 리더십이 미국인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임을 일깨워줬다. 지금 정체성 찾기에 몰두하는 미국인들에게 에디슨의 울림은 크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에게도 영웅은 에디슨이었다.

정작 에디슨 열풍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영웅을 탄생시킨 미국의 토양과 분위기다. 미국은 에디슨이 태어나기 30년 전 특허청을 설립해 개인의 발명을 보호했다. 기업의 독점은 반독점법에 의해 철저하게 규제됐다. 이민 유입으로 인구가 늘면서 소비가 팽창한 것도 각종 발명을 촉진하는 데 한몫했다.

기업가 정신 훼손, 韓 위기 낳아

피터 드러커는 에디슨을 ‘기업가 정신’의 원조 격이라고 했다. 기업가 정신 측면에선 한국의 고(故) 정주영 현대 회장과 이병철 삼성 회장도 에디슨에게 뒤지지 않는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은 그런 영웅들을 잊은 채 살고 있다.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지 오래다. 시장을 창출하고 기회를 만드는 게 기업가다.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본질은 이 같은 기업가 정신의 훼손이다. 교육도 문제다. 초등학교 시절 실험기구 앞에서 미소짓는 아이들이 중학교부터는 입시 준비에 치여 실험에서 자꾸 멀어져간다.

법적인 틀 역시 미비한 상황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법, 신용정보법 등 소위 데이터 3법이 국회에 아직 계류 중이다. 이 법안들은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안전하게 처리된 ‘정보’를 통해 데이터 활용을 활성화하고, 현재 분산돼 있는 개인정보보호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것이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어린 에디슨’들은 피어나지 못하고 있다.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