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두통은 머리에만 문제?…뚜렷한 원인 못찾으면 눈 질환 의심하세요

두통과 안과 질환

두통 환자 5년새 21% 증가
각막은 가장 민감한 조직
급성 두통은 녹내장 의심

유애리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이 환자의 눈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센트럴서울안과 제공

두통은 일상생활을 하면서 자주 겪는 증상 중 하나다. 국내 의료기관에서 두통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4년 75만 명에서 지난해 91만 명으로 5년 새 21%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통을 치료하지 않는 환자가 절반을 넘는다. 두통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을 찾지만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지내는 사람도 많다. 만약 두통과 함께 안구통증, 시력 저하 등 안과 질환을 호소한다면 눈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40대가 되면 안구건조증과 함께 노안이 시작되면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기 때문이다. 두통을 일으키는 안과 질환, 녹내장 등에 대해 알아봤다.

원인 못 찾는 두통이라면 안과질환 의심

두통이 심해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병원에서 원인을 찾기 전에는 대부분 머릿속에 암이 있거나 뇌졸중 같이 큰 병일 가능성이 있다고 걱정한다. 하지만 두통이 생기는 구조적 문제를 발견하는 환자는 전체의 0.4~4% 정도다.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 100명 중 95명 정도는 뇌 영상검사, 혈액검사 등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만약 갑자기 심한 두통이 생기고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자꾸 넘어진다면 뇌졸중을 의심해봐야 한다. 뇌종양 때문에 생기는 두통은 다른 두통과 달리 장시간 누워있는 새벽이나 아침에 심해진다. 구역, 구토 증상을 함께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뇌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이런 뇌 질환이 아니라면 귀나 눈에 문제가 있어 생긴 두통은 아닌지도 확인해봐야 한다.

안과 질환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눈은 뇌와 직접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눈질환 때문에 안과병원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는 눈에 나타나는 이상증상 외에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한다. 급성 녹내장 환자들이 호소하는 대표적인 증상은 충혈, 심한 안통, 두통이다. 유애리 센트럴서울안과 원장은 “원인을 알 수 있는 두통 중 5% 정도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눈과 관련된 두통”이라며 “눈은 사물을 받아들이는 렌즈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눈이 좋지 않을 때 두통을 함께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고 했다.

안구건조증도 두통 원인

두통이 생겼을 때 의심해봐야 할 질환 중 하나는 안구건조증이다. 두통의 상당수는 눈, 코, 얼굴 안면부 자극 때문에 생긴다. 각막은 신체에서 가장 민감한 조직이다. 눈물이 각막을 충분히 보호해주지 못하면 눈이 무겁고 이물감이 느껴진다. 이런 증상 없이 단순히 머리만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많다. 두통 증상이 있지만 뇌 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고 다른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했다면 안구건조증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한다.

노안이 시작되면서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책을 읽거나 스마트폰을 보는 것처럼 가까운 거리에 있는 사물을 보려고 할 때 두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흔히 조절피로라고 부른다. 조절피로는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후에 주로 호소한다. 노안이 시작되기 전이라도 원시가 있거나 내사위 등의 조절 능력이 부족한 환자들은 두통이 생기기 쉽다. 이들은 정시이거나 근시가 있는 사람보다 가까운 곳을 볼 때 초점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 때문에 원시이거나 난시가 심한 사람은 20~30대라도 가까운 사물을 볼 때 두통을 호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양쪽 눈의 시력이 크게 차이 나는 사람도 두통을 많이 호소한다. 양쪽 눈의 굴절상태가 많이 다르면 뇌는 시력이 좋은 눈만 사용하려고 한다. 이를 제대로 교정하지 않으면 시력이 나쁜 눈의 시력은 점점 나빠지고 상대적으로 시력이 좋았던 눈도 시력이 떨어진다. 두 눈으로 봐야 사물의 입체감을 잘 느끼고 균형을 제대로 잡을 수 있다. 한쪽 눈만 잘 보이면 원근감이나 입체감이 모두 떨어지고 두통을 호소한다.

녹내장 있으면 갑자기 두통 생기기도

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면 뇌졸중과 같은 뇌 혈관 질환 외에 폐쇄각 녹내장도 의심해봐야 한다. 폐쇄각 녹내장은 홍채가 각막 쪽으로 밀리면서 전방각이 막힌 상태다. 눈 속에 있는 물인 방수가 빠져나가지 못해 발생하는 급성 녹내장이다. 폐쇄각 녹내장이 생기면 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한다. 급격히 안압이 높아져 심한 안구 통증과 함께 시력저하, 메스꺼움, 구토 등이 생긴다. 폐쇄각 녹내장 환자의 상당수는 두통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다. 두통을 치료하는 데 시간을 쏟느라 녹내장을 늦게 발견하게 되고 이 때문에 시력이 떨어지는 환자도 있다. 두통과 함께 안구통증, 시력 저하 등 안과 증상을 함께 호소한다면 우선 녹내장을 의심해야 한다.

녹내장은 실명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질환 중 하나다. 안압이 높거나 눈으로 혈액이 제대로 가지 않아 시신경이 약해지고 이 때문에 시야가 점점 좁아지는 질환이다. 시신경이 손상을 받아 시야가 좁아지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 시야가 더 많이 줄어들면 결국 실명한다.

녹내장은 60세 이상이 되면 환자가 늘어난다. 같은 나이에서는 백인보다 흑인이 6~8배 정도 발생 위험이 높다. 직계 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으면 유병률이 40%에 이른다. 당뇨가 있거나 근시가 있는 사람도 녹내장이 생길 위험이 높다. 안과 수술을 받았거나 백내장이 있을 때, 술을 마시거나 스테로이드, 항콜린성 약물, 항히스타민제, 항정신질환제, 항파킨슨제 등을 복용해도 녹내장 위험이 높아진다. 대부분 안압이 높아지는 것 때문에 생긴다고 알려졌지만 국내에는 정상 안압이면서 녹내장인 환자도 흔하다.

40세부터 매년 안압 측정해야

녹내장은 다양한 종류가 있다.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폐쇄, 포도막염, 외상 등 눈에 생긴 다른 질환 때문에 안압이 올라가면서 녹내장이 생기면 2차성 녹내장이라고 부른다. 눈 속의 물인 방수가 빠져나가는 섬유주 상태에 따라 개방각 녹내장이나 폐쇄각 녹내장으로도 분류된다. 녹내장 치료 목표는 안압을 낮춰 질병 진행을 막는 것이다. 약물 치료가 기본이다. 방수 유출을 늘리거나 방수 생성을 억제해 안압을 낮추는 약물을 1차적으로 사용한다. 약으로도 안압 조절이 안되거나 시야 변화가 진행되면 레이저나 수술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녹내장 수술법은 섬유주 일부를 절제해 방수가 흘러갈 수 있게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박지혜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는 “녹내장으로 일단 시야가 손상되고 시력이 나빠지면 회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녹내장 발견 당시의 시력과 시야를 현상 유지하는 방법이 최선의 목적이므로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40세 이후는 매년 한 번 이상, 가급적 6개월마다 안과 정기 검진을 받고 안압 측정을 해야 한다”고 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유애리 센트럴서울안과 원장, 박지혜 고려대 안산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