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만든 은행계좌, 애플이 만든 신용카드…IT 기업들이 주도하는 혁신금융 '테크핀'을 아시나요?
세계 최대 인터넷업체 구글이 만든 은행 계좌가 내년 미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구글은 씨티은행, 스탠퍼드연방신용조합과 손잡고 스마트폰 ‘구글페이’ 앱(응용프로그램)에서 예금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 계좌에선 간편하게 수표를 발행하고, 지출 내역을 정리해 가계부처럼 볼 수 있다.

애플은 지난 8월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신용카드인 ‘애플카드’를 출시했다. 아이폰에서 카드를 신청해 발급받으면 곧바로 ‘애플페이’ 앱을 통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다. 사용액의 1~3%를 현금으로 돌려주는 파격적인 포인트 제도도 내걸었다.

핀테크와 테크핀, 뭐가 다르지?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핀테크(fintech)’는 이젠 대중에게도 널리 친숙해진 단어다. 그런데 최근 금융산업에서는 핀테크와는 또 다른 차원의 혁신이 숨가쁘게 이뤄지고 있다. 바로 ‘테크핀(techfin)’이다.

테크핀이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중국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다. 그는 핀테크가 은행, 증권, 카드 등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IT를 접목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봤다. 테크핀은 태생부터 IT사업으로 시작한 기업이 주도하는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라는 점에서 핀테크와 차별화된다는 게 마윈의 생각이다. 이 신조어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IT·금융업계의 화두로 자리잡았다.

페이스북은 지난 12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와츠앱 등에서 쓰는 결제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를 내놨다. 우버는 지난달 금융서비스 담당 조직인 ‘우버 머니’를 신설했다. 아마존은 지난해부터 JP모간과 은행 계좌 서비스를 추진해왔다.

경제매체 CNBC는 “수억 명의 소비자를 확보한 거대 IT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은 은행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다. IT 기업이 금융업으로 확장하면 쇼핑, 광고, 마케팅 등을 연계한 ‘종합 금융 서비스’를 순식간에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IT 업체들이 수많은 이용자의 금융정보까지 쥐게 되면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네이버·카카오도 금융업이 새 성장동력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테크핀이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국내에서도 전통적인 은행과 신흥 IT기업들이 금융 혁신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를 주축으로 2017년 문을 연 카카오뱅크는 2년 만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공인인증서 없이 은행 계좌 개설과 송금이 가능하고, 서류 제출 없이 대출이 이뤄져 인기를 끌었다. 카카오뱅크의 기세에 놀란 기존 은행들이 모바일뱅킹 앱의 편의성을 높이면서 은행권에 ‘메기 효과’를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네이버는 미래에셋과 손잡고 다음달 금융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킨다. 매월 1000만 명 이상 쓰고 있는 네이버페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토스, 뱅크샐러드, 페이코 등 신생업체의 성장도 가파르다. 단순한 결제나 송금 기능을 넘어 보험, 대출, 주식 등 다양한 금융상품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랜 IT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소비자 친화적 기능과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것이 테크핀 기업들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