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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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에서 중형견을 키우면 민폐인가요?"

최근 한 아파트로 이사한 30대 여성 A 씨는 이같은 고민을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토로했다.

임신한 A씨는 남편, 6살이 된 시베리언 허스키와 함께 살고 있다.

이사한 다음 날 옆집에 인사를 드리기 위해 떡을 돌렸다. 옆집에는 40대 부부와 포메라니안이 살고 있었다. '옆집도 반려견을 키우니 더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A 씨는 돌아왔다.

A 씨는 그날도 남편을 출근시키고 집안일을 한 뒤 허스키 산책에 나섰다. 순간 옆집 문이 열리더니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안고 나왔다.

그런데 옆집 아주머니는 A 씨와 허스키를 보자마자 소리를 지르면서 "미쳤다"며 욕을 퍼부었다.

당황한 A 씨는 "왜 그러시느냐"고 물었다. 아주머니는 "개 키운다는 게 그런 개였냐"라며 "그렇게 큰 '살인개'는 아파트에서 키우면 안된다"라고 소리쳤다.

'결혼 전부터 함께 살아온 가족 같은 허스키에게 '살인개'라니...'

A 씨는 억장이 무너졌다. 화가 난 채 문을 닫고 집에 들어와 허스키를 안고 울었다.

그날 저녁 퇴근한 남편과 밥을 먹으며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하던 중 초인종이 울렸다. 옆집 아주머니였다. "그 개 어디 안보내고 키울거면 아파트 나가라"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큰 개가 옆집에 살면 불안해서 못 산다"라며 "나갈 거라고 얘기 안 하면 경비도 부르고 경찰에 신고할 것"이라며 화를 냈다.

A 씨 부부는 "저희 아이가 피해 준 거 있느냐? 우리는 오히려 아주머니네 집 개가 하도 짖어서 그게 더 스트레스"라고 따졌다.

다음 날부터 경비실로부터 인터폴이 오기 시작했다. 옆집에서 개 짓는 소리 때문에 힘들다는 민원이 들어왔다면서 주의해달라는 이야기였다.

어이가 없었다. A 씨네 허스키는 짖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가 키우는 허스키는 유기견 센터에서 데려왔다. 전 주인이 목에 철심을 감고 오랜 시간 방치해 피부를 파고 들어갔고, 어쩔 수 없이 목 수술을 해야 했다.

A씨는 "한 번도 옆집에 불편을 끼친 적 없다. 목이 아파서 하울링도 못한다. 외출할 때도 가슴줄과 입마개를 꼭 한다. 그런데 허스키를 키운다는 것 만으로 이런 소리를 듣다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 해결책이 있을까 싶어 글을 쓰게 됐다"고 토로했다.

A씨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같은 애견인으로 다른 사람이 키우는 개가 크다고 차별하는 것은 좋지 않다", "자기 강아지가 귀하면 남의 강아지도 귀한 줄 알아야 한다", "키우는 강아지가 착하고 사람을 좋아한다는 걸 알면 입주민들도 마음이 열리지 않을까", "집에 펫 CCTV를 설치해서 민원이 들어올 경우 증거를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 입주민 카페에 올려서 '우리 집 아니다'라고 해명하는 수 밖에 없다"라고 조언했다.

반면 "외국에서나 허스키가 중형견이지, 우리나라에선 대형견", "갑자기 큰 개가 집에서 나오거나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게 되면 나라도 무서울 듯", "일단 A 씨가 이기적인 것 같다. 처음에 입주 인사 드리면서 미리 말했어야 했다", "허스키가 불쌍하다. 그 큰 개를 작은 아파트에서 키우는 것부터 잘못됐다"며 A씨의 행동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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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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