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공소사실 인정되고 죄질 불량…두 딸 재판받는 점 등 참작"
'문제유출' 숙명여고 前교무부장 2심 징역 3년…"비뚤어진 父情"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와 정답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이관용 부장판사)는 2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현모씨에 대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처럼 현씨가 딸들을 위해 시험 문제와 정답을 유출했다는 공소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유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교사임에도 자신의 두 딸을 위해 많은 제자의 노력을 헛되게 해 죄질이 심히 불량하다"며 "피고인의 범행으로 숙명여고의 업무가 방해된 것을 넘어 우리나라 교육 제도와 평가에 대한 국민 전반의 신뢰가 떨어져 그 피해 또한 막심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이 항소심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범행을 뉘우치지 않고 있으니 실형을 선고함은 마땅하다"고 부연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들을 법정에서 직접 제시하며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두 딸의 성적 분포를 보면 2등과 차이가 크게 나는 압도적인 1등을 했다"며 "변호인의 요청으로 교육열이 높은 지역의 여고들에 성적이 두 딸처럼 급상승한 사례가 있는지 사실조회를 했는데 중상위권이었다가 전교 1등까지 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또 "두 딸의 1학년 9월 및 2학년 3월 모의고사 성적과 당시 내신 성적을 비교해보면 내신은 전교 1등을 하는데 모의고사는 국어 301등, 수학은 300등 이런 성적이 나온다"며 "어려운 수학 문제를 암산으로 풀어 계산식조차 필요 없는 딸들이 거듭해 이런 점수 맞는다는 것은 의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이러한 수많은 간접 증거들 전체를 종합적으로 고찰해보면 딸들이 답안을 참조해 다섯번에 걸쳐 시험을 봤다는 공소사실이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딸들이 시험 답안지들을 받은 경로를 피고인 외에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며 "모든 간접 사실들을 하나하나 종합해 논리 경험칙으로 본다면 피고인이 답안지를 입수해 딸들에게 전달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비뚤어진 부정으로 인해 금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그래도 처음에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시작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피고인이 구금되면서 처와 세 자녀와 고령의 노모를 부양하게 됐고, 두 딸도 공소가 제기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며 "이 같은 사정들을 재판부가 심도 있게 논의한 결과 형이 다소 무거운 부분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씨는 숙명여고 교무부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1학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지난해 2학년 1학기 기말고사까지 5회에 걸쳐 교내 정기고사 답안을 같은 학교 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알려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쌍둥이 중 언니는 1학년 1학기에 전체 석차가 10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5등, 2학년 1학기에 인문계 1등으로 올라섰고, 동생 역시 1학년 1학기 전체 50등 밖이었다가 2학기에 2등, 2학년 1학기에 자연계 1등이 됐다.

1심은 현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현씨 측은 "두 딸이 스스로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았을 뿐이고, 피고인이 딸들에게 답안지를 유출한 사실도 없다"며 "1심이 직접 증거 없이 간접 증거로부터 추단해 공소사실을 인정했으나, 간접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 또한 이를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