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지 기자의 Global insight] 브렉시트 이후 런던 대신할 '유럽 금융허브'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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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브렉시트 투표이후
금융사 275곳 런던서 이전
금융사 275곳 런던서 이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의 금융 중심지는 어디로 옮겨질까. 지금까지 유럽을 대표하는 금융 도시로는 런던이 독보적이었다. 런던의 위상이 바로 추락하진 않겠지만 그 역할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유럽연합(EU)과 다른 규제를 적용하는 영국에 남아 리스크를 떠안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내로라하는 유럽 도시들이 런던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아일랜드 더블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럴 만하다. 금융산업은 런던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한다. 런던 내 금융산업 종사자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트레이더, 준법 감시 전문가, 기술인력 등 양질의 일자리다.
런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미 이동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뉴파이낸셜에 따르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지난 3월까지 런던에서 다른 도시로 이전한 은행 등 금융사는 275개에 이른다. 더블린으로 100곳, 룩셈부르크로 60개사가 이전했다. 파리(이전 금융사 41개), 프랑크푸르트(40개), 암스테르담(32개) 등이 뒤를 이었다.
런던의 금융서비스가 여러 도시로 분산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예컨대 ‘헤지펀드 중심지’ ‘투자은행(IB) 허브’ 등으로 세분화·전문화할 수 있다. 런던지역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회사는 이미 절반 이상이 더블린으로 이전했다. 런던의 상업은행과 IB는 90%가량이 프랑크푸르트에 자리잡았다. 암스테르담으로 거점을 옮긴 금융사의 3분의 2는 주식·채권 브로커리지와 플랫폼 회사였다.
지금까지는 유럽 내 다른 도시로의 이전이 주류였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유럽의 금융 전문가들은 런던의 빈자리를 미국, 중국 등이 대신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파이낸셜의 ‘글로벌 자본시장 성장지수’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자본시장 활동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EU(21%)의 두 배를 넘는다. 중국은 13%로 아직 EU에 못 미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 같은 금융허브를 잃으면 유럽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건전한 자본시장은 기업의 경영을 원활하게 한다. 기업이 효율적으로 자본을 유치하고 이를 통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그동안 유럽 기업은 글로벌 금융도시인 런던 덕분에 다양한 방식의 뛰어난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비싼 비용을 주고 질 낮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
독일이 갑작스럽게 ‘은행연합(banking union)’ 출범을 촉구한 것도 이런 걱정 때문이다. 은행연합은 유럽중앙은행(ECB)보다 강한 EU의 금융통합 체제다. 은행연합은 2012년 EU 정상회의에서 공식 제안됐지만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반대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이달 초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이제 브렉시트로 런던 자본시장이 EU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했다”며 “이후 미국이나 중국에 금융 서비스를 의지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에 없다”고 했다. 이어 “유럽이 국제 사회에서 떠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연합의 핵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ECB는 단일통합감독기구(SSM) 기능이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자산의 85%를 소유한 128개 은행의 감독권을 행사한다. 은행연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단일예금보험기구를 세워 부실 금융사까지 EU가 함께 책임지자는 것이 핵심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형태의 공동 금융안전망이다. 독일과 같은 경제 부국이 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부실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독일이 뒤늦게 총대를 멘 건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EU에 경제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금융산업은 버텨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숄츠 장관은 다음달 은행연합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summit@hankyung.com
내로라하는 유럽 도시들이 런던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아일랜드 더블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등이 대표적이다. 그럴 만하다. 금융산업은 런던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한다. 런던 내 금융산업 종사자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트레이더, 준법 감시 전문가, 기술인력 등 양질의 일자리다.
런던의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미 이동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싱크탱크인 뉴파이낸셜에 따르면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지난 3월까지 런던에서 다른 도시로 이전한 은행 등 금융사는 275개에 이른다. 더블린으로 100곳, 룩셈부르크로 60개사가 이전했다. 파리(이전 금융사 41개), 프랑크푸르트(40개), 암스테르담(32개) 등이 뒤를 이었다.
런던의 금융서비스가 여러 도시로 분산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예컨대 ‘헤지펀드 중심지’ ‘투자은행(IB) 허브’ 등으로 세분화·전문화할 수 있다. 런던지역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회사는 이미 절반 이상이 더블린으로 이전했다. 런던의 상업은행과 IB는 90%가량이 프랑크푸르트에 자리잡았다. 암스테르담으로 거점을 옮긴 금융사의 3분의 2는 주식·채권 브로커리지와 플랫폼 회사였다.
지금까지는 유럽 내 다른 도시로의 이전이 주류였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유럽의 금융 전문가들은 런던의 빈자리를 미국, 중국 등이 대신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파이낸셜의 ‘글로벌 자본시장 성장지수’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자본시장 활동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EU(21%)의 두 배를 넘는다. 중국은 13%로 아직 EU에 못 미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런던 같은 금융허브를 잃으면 유럽 경제 전체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 건전한 자본시장은 기업의 경영을 원활하게 한다. 기업이 효율적으로 자본을 유치하고 이를 통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 그동안 유럽 기업은 글로벌 금융도시인 런던 덕분에 다양한 방식의 뛰어난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브렉시트 이후에는 비싼 비용을 주고 질 낮은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
독일이 갑작스럽게 ‘은행연합(banking union)’ 출범을 촉구한 것도 이런 걱정 때문이다. 은행연합은 유럽중앙은행(ECB)보다 강한 EU의 금융통합 체제다. 은행연합은 2012년 EU 정상회의에서 공식 제안됐지만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의 반대로 지금까지 지지부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이달 초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이제 브렉시트로 런던 자본시장이 EU에서 떨어져 나갈 위기에 처했다”며 “이후 미국이나 중국에 금융 서비스를 의지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지에 없다”고 했다. 이어 “유럽이 국제 사회에서 떠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연합의 핵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ECB는 단일통합감독기구(SSM) 기능이 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자산의 85%를 소유한 128개 은행의 감독권을 행사한다. 은행연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단일예금보험기구를 세워 부실 금융사까지 EU가 함께 책임지자는 것이 핵심이다. 역사상 유례없는 형태의 공동 금융안전망이다. 독일과 같은 경제 부국이 이탈리아, 그리스 등의 부실을 떠안게 될 수도 있다.
독일이 뒤늦게 총대를 멘 건 그만큼 다급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EU에 경제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운 가운데 금융산업은 버텨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숄츠 장관은 다음달 은행연합을 출범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