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과시하는 '욜로 일상'…하나를 사도 명품을 사는 밀레니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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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쓰는 맛에 산다"…지갑 팍팍 여는 소비 신인류
"나의 씀씀이를 감상해줘"
인터넷으로 쉽게 사는 명품
"나의 씀씀이를 감상해줘"
인터넷으로 쉽게 사는 명품
서울 마포에 거주하는 정모씨(36)는 대기업에 다닌다. 그는 ‘럭셔리’ 상품을 좋아한다. 거의 매달 명품을 산다. 이번달에는 끌로에 코트를 230만원 주고 구입했다. 주말은 종종 호텔에서 보낸다. 집에서 멀지 않은 여의도 콘래드가 단골 호텔이다. 멤버십 ‘힐튼 아너스’도 갖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직장 동료들과 골프를 친다. 미혼이라 월급 400만~500만원으로도 충분히 즐기고, 적지만 저축도 한다. 그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씨 같은 밀레니얼 세대가 골프, 호텔, 명품 등 럭셔리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진입했다. ‘행복하기 위해 소비한다’는 이 세대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림으로써 그 소비를 완성한다. 이들이 불황에도 럭셔리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SNS 올려 만족감 극대화
밀레니얼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다. 경제력을 갖춘 1980년대생은 이미 소비 시장의 ‘큰손’이 됐다. ‘지금’을 중시하는 이들은 항상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와는 다른 소비 패턴을 보여준다. 럭셔리 시장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지는 이유다. 삼성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의 밀레니얼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2017년 기준 구찌와 프라다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생로랑은 65%를 이들에게서 거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런 현상을 “베이비부머는 안녕(bye), 밀레니얼이 산다(buy)”라고 표현했다.
밀레니얼의 명품 소비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SNS다. 밀레니얼은 명품 ‘신상’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이를 사진으로 찍고 인스타에 올리기도 한다. ‘놀이’다. 명품을 구매한 뒤 ‘언박싱’(박스 포장을 여는 행위)하는 과정은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공유한다. “신상을 영접한다”는 말은 이때 등장한다. 한 백화점 명품담당 바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무인도에 가면 명품은 쓸모가 없어진다. 누군가 봐줌으로써 명품은 명품의 가치를 찾게 된다. 과시욕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인 SNS의 확산은 명품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골프장의 새로운 고객
호텔 매출 증가에도 SNS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SNS는 호캉스를 극대화하는 ‘창구’로 이용된다. 호텔에서 수영하고 밥 먹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것은 밀레니얼의 일상이 됐다. ‘엄숙했던’ 특급 호텔에 요즘 ‘셀카’ 찍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이런 영향이다.
골프장은 평일에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새로운 고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과 여성골퍼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골프만 열심히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프장 자체를 즐긴다. 화려한 옷을 입고 SNS에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큰 기쁨이다.
밀레니얼 골퍼를 겨냥한 한 골프웨어 광고는 이런 면에서 설득력 있다. 여성 골퍼가 세컨드샷을 해저드에 빠뜨린 뒤 이렇게 말한다. “아무 문제 없어요. 예뻐요.” 패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백화점에서 골프 의류가 잘 팔리는 현상도 밀레니얼이 주도한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백화점에서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었다. 브랜드 가운데는 밀레니얼이 좋아하는 PXG, 마크앤로나, 제이린드버그 등이 급부상했다. 반면 베이비부머들이 좋아하는 보그너, 닥스 등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다.
구매 채널 다양화된 영향도
럭셔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 것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명품을 사려면 매장에 가야 했다. 주로 백화점과 면세점 명품 매장을 이용했다. G마켓,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명품을 사는 사람은 드물었다.
요즘은 온라인 판매가 흔해졌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온라인을 쳐다보지도 않던 명품업체들이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태도를 바꿨다. 까르띠에, 피아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 리치몬드그룹은 작년 온라인 명품 쇼핑몰 ‘육스네타포르테(YNAP)’를 인수했다. 세계 1위 명품기업 LVMH는 2017년 자체 온라인몰을 설립했다.
육스네타포르테에는 30~50% 할인된 가격에 나온 명품이 즐비하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유통 기업도 명품 브랜드를 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이다.
호텔은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한 가격 비교가 쉬워지자 이용이 더 늘었다.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하는 밀레니얼은 온라인에서 특가 행사가 뜨면 곧바로 구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인을 받는다. 롯데호텔은 지난 4~8일 닷새간 객실 8000개를 한꺼번에 팔았다. 온라인에서 ‘깜짝 할인행사’를 한 영향이었다.
기술의 진화도 럭셔리 제품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LVMH, 에르메스,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는 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을 도입했다. 온라인에서 직원 대신 고객상담을 해준다. LVMH가 운영 중인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는 ‘버추얼 아티스트’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까지 내놨다. 화장품을 가상으로 발라보고 자신의 얼굴에 꼭 맞는 제품을 찾는 데 활용한다. 디올은 ‘디올 아이 VR’이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매장에 시험적으로 놓고 있다. 소비자가 헤드셋을 쓰고 패션쇼 경험을 가상으로 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밀레니얼은 명품 소비도 일종의 체험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락실을 열고, 파티를 하는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연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정씨 같은 밀레니얼 세대가 골프, 호텔, 명품 등 럭셔리 시장의 주요 소비층으로 진입했다. ‘행복하기 위해 소비한다’는 이 세대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림으로써 그 소비를 완성한다. 이들이 불황에도 럭셔리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SNS 올려 만족감 극대화
밀레니얼은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세대다. 경제력을 갖춘 1980년대생은 이미 소비 시장의 ‘큰손’이 됐다. ‘지금’을 중시하는 이들은 항상 미래를 걱정하는 부모 세대인 ‘베이비부머’와는 다른 소비 패턴을 보여준다. 럭셔리 시장에서 이들의 존재감이 더 두드러지는 이유다. 삼성증권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의 밀레니얼 의존도는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2017년 기준 구찌와 프라다는 매출의 절반 이상을, 생로랑은 65%를 이들에게서 거두고 있다. 삼성증권은 이런 현상을 “베이비부머는 안녕(bye), 밀레니얼이 산다(buy)”라고 표현했다.
밀레니얼의 명품 소비를 설명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SNS다. 밀레니얼은 명품 ‘신상’을 사기 위해 줄을 선다. 이를 사진으로 찍고 인스타에 올리기도 한다. ‘놀이’다. 명품을 구매한 뒤 ‘언박싱’(박스 포장을 여는 행위)하는 과정은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공유한다. “신상을 영접한다”는 말은 이때 등장한다. 한 백화점 명품담당 바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무인도에 가면 명품은 쓸모가 없어진다. 누군가 봐줌으로써 명품은 명품의 가치를 찾게 된다. 과시욕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인 SNS의 확산은 명품시장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골프장의 새로운 고객
호텔 매출 증가에도 SNS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SNS는 호캉스를 극대화하는 ‘창구’로 이용된다. 호텔에서 수영하고 밥 먹은 사진을 SNS에 공유하는 것은 밀레니얼의 일상이 됐다. ‘엄숙했던’ 특급 호텔에 요즘 ‘셀카’ 찍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이런 영향이다.
골프장은 평일에도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새로운 고객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과 여성골퍼다. 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골프만 열심히 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프장 자체를 즐긴다. 화려한 옷을 입고 SNS에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것이 큰 기쁨이다.
밀레니얼 골퍼를 겨냥한 한 골프웨어 광고는 이런 면에서 설득력 있다. 여성 골퍼가 세컨드샷을 해저드에 빠뜨린 뒤 이렇게 말한다. “아무 문제 없어요. 예뻐요.” 패션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말이다.
백화점에서 골프 의류가 잘 팔리는 현상도 밀레니얼이 주도한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백화점에서 골프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5.1% 늘었다. 브랜드 가운데는 밀레니얼이 좋아하는 PXG, 마크앤로나, 제이린드버그 등이 급부상했다. 반면 베이비부머들이 좋아하는 보그너, 닥스 등의 인기는 예전같지 않다.
구매 채널 다양화된 영향도
럭셔리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진 것도 판매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과거 명품을 사려면 매장에 가야 했다. 주로 백화점과 면세점 명품 매장을 이용했다. G마켓, 쿠팡 등 e커머스(전자상거래)에서 명품을 사는 사람은 드물었다.
요즘은 온라인 판매가 흔해졌다. “브랜드 이미지를 훼손한다”며 온라인을 쳐다보지도 않던 명품업체들이 젊은 소비자를 잡기 위해 태도를 바꿨다. 까르띠에, 피아제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스위스 리치몬드그룹은 작년 온라인 명품 쇼핑몰 ‘육스네타포르테(YNAP)’를 인수했다. 세계 1위 명품기업 LVMH는 2017년 자체 온라인몰을 설립했다.
육스네타포르테에는 30~50% 할인된 가격에 나온 명품이 즐비하다.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 국내 유통 기업도 명품 브랜드를 온라인몰에서 판매 중이다.
호텔은 익스피디아, 호텔스닷컴 등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한 가격 비교가 쉬워지자 이용이 더 늘었다. 디지털 기기를 잘 활용하는 밀레니얼은 온라인에서 특가 행사가 뜨면 곧바로 구매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할인을 받는다. 롯데호텔은 지난 4~8일 닷새간 객실 8000개를 한꺼번에 팔았다. 온라인에서 ‘깜짝 할인행사’를 한 영향이었다.
기술의 진화도 럭셔리 제품 소비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LVMH, 에르메스, 버버리 등 명품 브랜드는 경쟁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챗봇을 도입했다. 온라인에서 직원 대신 고객상담을 해준다. LVMH가 운영 중인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는 ‘버추얼 아티스트’란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까지 내놨다. 화장품을 가상으로 발라보고 자신의 얼굴에 꼭 맞는 제품을 찾는 데 활용한다. 디올은 ‘디올 아이 VR’이란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매장에 시험적으로 놓고 있다. 소비자가 헤드셋을 쓰고 패션쇼 경험을 가상으로 할 수 있다.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밀레니얼은 명품 소비도 일종의 체험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오락실을 열고, 파티를 하는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연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