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조건부 유예한 것과 관련해 당장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풀 생각은 없다고 발표했다. 다만 한국과 고위급 대화를 재개해 관련 사항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22일 나고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도중 기자들과 만나 “지소미아와 수출관리(수출규제)는 전혀 별개 문제”라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계속 유지할 계획임을 밝혔다. 모테기 외무상은 “현재 (한·일 간) 최대 과제이자 근본적인 문제는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라고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도 이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반도체·디스플레이 3개 소재의 한국 수출규제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에서 제외한 조치에 당장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와의 대화채널을 재개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선 과장급 준비회의를 거친 뒤 국장급 정책대화로 접촉의 격과 폭을 넓혀나가겠다고도 설명했다.

수출규제 관련 양국 국장급 대화가 재개되는 이유로는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한 분쟁 해결 절차를 중단하기로 한 점을 들었다. 이다 부장은 “한국에서 WTO 프로세스를 중단한다는 통보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 측이 현재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의욕을 보였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일본 정부 간 국장급 정책대화는 2016년 6월을 마지막으로 3년 이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유 중 하나로 양국 간 대화 단절을 들어왔다.

그는 다만 이번 결정이 지소미아 종료 유예 조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취한 것은 수출관리 당국의 자체 판단이며, 지소미아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이유를 들었다.

일본 측이 반도체 3개 소재 등의 수출규제를 유지키로 한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측이 수출품 관리에서 부적절한 사안이 있었던 점을 볼 때 이를 고려하는 것은 국제적 책무”라며 “엄격한 심사를 진행 중인 개별심사 안건에 대한 변경은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룹B로 강등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원상복구하는 것에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