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한중일 정상회의 계기 양자회담·원포인트 정상회담 가능성 등
강제징용 판결 문제 근본적 해결이 관건…'1+1'안, 1+1+α'안 등 주목
종료 6시간 앞두고 지소미아 '돌파구'…한일정상회담도 '가시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연기'로 악화하는 한일관계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면서 한일 정상외교의 정상화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으로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근본적 원인'을 해소하기 위한 양국 정부, 나아가 양국 정상 간 노력이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청와대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지소미아 종료 연기에 대한 반대급부로 일본은 한국에 대한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 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양국은 현안 해결을 위해 과장급 준비 회의를 거쳐 국장급 대화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고순도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철회와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 대상인 '백색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한국을 포함하는 것을 지소미아 연장의 전제조건으로 들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현 상태가 상당 기간 계속되는 것은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 간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위한 속도감 있는 협상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한일 양국이 실무선에서 대화를 진행한다고 해도 사태의 근본적이고 조속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교가의 시선은 다음 달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중일 정상회의에 쏠린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관계가 극적으로 임시 봉합된 만큼 두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수출규제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소통을 폭을 넓히며 '톱다운' 방식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동시에 그동안 삐걱거려온 한일 정상회교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총회 계기의 회담 이후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한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지만 정상외교는 사실상 멈춰선 상태였다.

두 정상이 이달 초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기는 했으나 '11분 환담'에 그쳤다.

따라서 갈등 봉합의 단초를 마련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의 전이라도 적절한 장소와 날짜를 선택해 '원포인트'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이 한일 정상 간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두고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일본 기업에 대한 자산 압류 및 매각 조치가 진행되는 데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해석했다.

두 정상 앞에는 수출규제 문제를 넘어 강제징용 배상 문제라는 난제가 놓인 모양새다.

정부는 이미 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으로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1+1' 안을 제안했으나 일본은 이를 거절한 바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한일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 모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1+1+α(알파)'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피해자와 지속해서 소통해 이들이 수용 가능한 안을 찾는 동시에 이를 토대로 아베 총리와의 견해차를 좁히는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지난 20일 아베 총리를 면담한 일한의원연맹 간사장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일본 중의원 의원은 21일 도쿄에서 한국 특파원을 만나 아베 총리가 문 의장이 제안한 '1+1+α(알파)' 방안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아베 총리 역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결과 관련해 어느 정도 협상의 여지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