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지렛대로 '중국군 개입 제동' 언급…홍콩인권법안 거부권 시사
"무역합의 매우 가까워져"…중국측 대등합의 요구 일축
트럼프 "나 아니었으면 홍콩 14분만에 없어지고 수천명 죽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과 관련, "아마도 합의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미·중 간 대등한 합의는 어렵다면서 대중(對中) 압박을 이어갔다.

또한 자신이 아니었으면 홍콩에서 수천명이 죽었을 것이라며 무역협상을 지렛대로 홍콩에 중국군이 투입되지 않도록 역할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핵심은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로 막대한 세수를 거둬들이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그는 나보다도 훨씬 더 합의를 원하고 있다"면서 "나는 합의를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사용한 평등(equality)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나도 '이건 대등한 합의가 될 수 없다.

우리가 바닥에서 시작한다면 당신들은 이미 천장에 있다'고 시 주석에게 말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관행을 이어가는 만큼 양측에 대등한 합의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신경제 포럼에 미·중 1단계 무역합의를 위한 조건으로 상호존중과 평등을 강조하면서도, 필요하면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도 "중국과의 협상은 매우 잘 되고 있다.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내가 그 합의를 원하느냐 아니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트럼프 "나 아니었으면 홍콩 14분만에 없어지고 수천명 죽어"
미국의 무역압박이 홍콩 사태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언급했다.

중국군이 투입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막후에서 개입했다는 특유의 자화자찬식 발언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홍콩 외곽에 군대 100만명을 배치하고도 투입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시 주석에게 '부디 그렇게 하지 마라.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다.

무역 협상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홍콩에) 진입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무역 협상에 영향받기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가 아니었다면 홍콩은 14분 만에 없어졌을 것이다.

내가 아니었으면 홍콩에서 수천 명이 죽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과 하원을 잇따라 통과한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의 서명 여부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우리는 홍콩과 함께 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시 주석과도 함께 서 있다.

우리는 역대 최대의 무역합의를 이루는 과정에 있다"면서 "시 주석은 나의 친구다.

놀라운 사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홍콩인권법안에 서명할 것이냐'는 백악관 취재진의 질문에도 "(백악관으로) 넘어오고 있다.

잘 살펴보겠다"고만 답변했다.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거부권 행사' 가능성도 열어뒀다고 전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인권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연방의회는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할 수 있다.

마켓워치는 "상원과 하원이 압도적으로 홍콩인권법안을 의결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재의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콩인권법안은 미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하원에서는 찬성 417표 대 반대 1표로 가결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