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같은 반동에 인기…"고객 반 이상 여성이고 남성보다 재방문율 높아"
2030 여성들 'BB탄 사격' 열풍…"취업·직장 스트레스 저격"
이달 20일 오후 7시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BB탄총 사격장. 총을 쏘거나 이를 구경하는 손님 20여명 중 여성이 절반 이상이었다.

BB탄 소총을 쏘던 취업준비생 윤채랑(27)씨는 "취업 준비를 하며 쌓인 스트레스를 총을 쏘며 푸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윤씨는 얼마 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동생 세랑(20)씨와 함께 왔다.

세랑씨는 "재수를 하면서 언니와 함께 종종 사격장에 와서 스트레스를 풀었다"고 했다.

사격장 사장 구자본(53)씨는 "평균적으로 주말에는 하루 300여명이 방문하고 평일에는 100여명이 온다"며 "80% 이상이 20∼30대이고 이들 중 여성이 6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20∼30대 젊은 층의 여가선용 방법으로 'BB탄총 사격'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여성들 사이에 사격장이 인기를 끈다고 한다.

낮에는 여성 손님으로만 가득 차는 경우도 있고, 점심시간에 혼자 오는 여성 직장인들도 있다.

여성 손님 가운데는 직장에서 받은 각종 스트레스를 '방아쇠 손맛'으로 풀러 오는 이가 적지 않다는 후문이다.

이달 초 서울 종로구의 한 BB탄 사격장에서는 여성 직장인 4명이 "스트레스를 풀러 왔다"며 A4용지를 한 장씩 내밀었다.

이들은 "여성 동료를 직장 내 성희롱한 가해 남성 사진"이라며 과녁으로 쓰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사격장 측이 허용하자 이들은 저격용 총으로 사진 속 인물의 눈만 조준해 맞혔다.

사격장 직원 김호진(30)씨는 "군대에 가지 않는 여성들은 사격장에서 총을 처음 접하면서 자신이 쏜 총알이 과녁을 뚫으면 신기해하고 재밌어한다"며 "여성들은 한 번 사격장에 오면 대부분 계속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사격장에 손님으로 왔다가 아르바이트생이 됐다는 대학생 박지원(25)씨는 "평소 BB탄총 사격을 좋아해 자주 방문하다가 아르바이트를 구한다길래 취미와 일자리가 맞는다는 생각에 바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오락실 한쪽에 BB탄총 사격시설이 설치된 정도였지만, 요사이 들어선 BB탄 사격장에는 대개 권총부터 소총, 저격용 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BB탄총이 구비돼 있다.

'쏘면서 스트레스를 푼다'는 의미가 같아 양궁 장비까지 설치된 사격장도 많다.

구자본씨는 "2년 전만 해도 BB탄총만 다루는 게임장은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작년에만 서울에 10여곳, 전국적으로 30여곳이 생겼다"며 "실탄을 쏘는 것 같은 반동과 충격을 주는 BB탄총이 작년에 개발되면서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작년 5월부터 서울 종로구 등 3곳에서 BB탄 사격장을 운영하는 김경호(44)씨도 "평일에는 수십 명, 주말에는 300여명의 손님이 방문하는데 20∼30대 여성이 절반 이상"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사격장에 '글록 19' 권총 모형 BB탄총을 배치했는데, 영화 '아저씨'에서 원빈이 사용했던 권총의 모델이라고 설명하면 여성 손님들이 좋아한다"며 "재방문율도 여성이 남성보다 배 이상 높은데, 20∼30대 여성들에게 BB탄총 사격이 일종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