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네이버·엔씨소프트…통신·유틸리티 등 경기방어株
요즘 증권가에 회자하는 내년 투자 화두 가운데 하나는 ‘저성장’이다. 미·중 무역분쟁 완화 등으로 코스피지수가 반등했지만 경제성장률 저하라는 걸림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올해 잘하면 간신히 연 2%대, 못하면 연 1%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성장률 전망도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연 2.2%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이보다 낮은 연 2.1%로 제시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되더라도 탈(脫)세계화 추세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KB증권은 한술 더 떠 연 2.0%까지 낮춰 잡았다. 오재영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기저 효과와 정부 부양책에도 민간 소비와 설비 투자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주요국 성장 둔화로 대외 여건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저성장 시대 대비해야”

한국전력·네이버·엔씨소프트…통신·유틸리티 등 경기방어株
전문가들은 저성장 시대에 대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장률 둔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기민감주, 산업재 비중을 줄이고 저성장 시대에도 소비자와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업종으로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다. 이영화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의 일본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도 급작스러운 경제 위기 가능성은 작지만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다”고 했다.

저성장 시대에 주목받을 업종으로 통신이나 유틸리티 등 경기방어주가 꼽힌다. 안정적으로 매출과 이익을 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TV 와우넷 전문가인 안인기 파트너는 “저성장기에는 경기민감주보다 경기방어주의 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다”며 “한국전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전력은 국내 기관이 최근 한 달(10월 21일~11월 21일) 동안 147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석탄·석유 가격 하락에 내년에 큰 폭의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올해 53억원에서 내년 3조250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인터넷·반도체·2차전지 등 유망

인터넷과 게임, 미디어, 반도체, 2차전지 등을 권하는 의견도 나온다. 경기 방어에 머물기보다 저성장 시대에도 적극적으로 성장을 추구하는 종목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황승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네이버와 카카오, 엔씨소프트 등 주요 기업의 내년 합산 매출은 올해보다 23%, 영업이익은 67% 증가할 것”이라며 “인터넷·게임 업종 전망은 내년에도 밝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 등도 마찬가지다. 박찬홍 파트너는 “저성장 시대에도 4차 산업혁명은 계속된다”며 “반도체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2차전지주는 떨어질 때마다 저가 매수하면 좋다”고 했다. 그런 종목 중 하나로 박 파트너는 씨앤지하이테크를 들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용 화학약품을 혼합해 공급하는 장치를 만드는 회사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정호 파트너도 반도체 공정 장비를 제작하는 엘오티베큠, 5세대(5G) 이동통신용 안테나 모듈을 만드는 알에프텍, 고령화 수혜주인 오스템임플란트를 저성장 시대 추천주로 제시했다. 김지욱 파트너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부품을 공급하는 엠에스오토텍과 우리산업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실적에 따른 종목 차별화 주의

실제 투자 시에는 유망 업종보다 종목별로 차별화되는 실적 전망치에 유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5G 장비주인 케이엠더블유는 최근 한 달 새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가 2756억원에서 2306억원으로 깎이면서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디어 업종에선 스튜디오드래곤은 영업이익이 올해 449억원에서 내년 715억원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에 한 달 새 539억원의 외국인·기관 순매수가 들어왔다. 반면 CJ ENM은 같은 기간 671억원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엔터테인먼트주도 에스엠(219억원)과 JYP엔터(86억원)에는 순매수세가 유입됐지만 와이지엔터테인먼트(-53억원)에는 순매도가 이어졌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