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도시 味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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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박찬일 셰프의 카탈루냐 음식기행
박찬일 셰프의 카탈루냐 음식기행
흔히 중국 음식은 없고 이탈리아 음식도 없다고 한다. 프랑스도 그렇다. 땅이 넓기도 하지만 풍토와 기후, 산물과 지역의 역사적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음식도 당연히 다르다. 스페인도 그렇다. 좀 다른 각도의 이야기지만, 스페인은 지역별로 자치성이 아주 강하고, 심지어 독립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심하다. 축구가 그토록 격렬한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하기도 한다. 그래서 카탈루냐의 음식은 스페인 음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냥 카탈루냐 음식이다.
우리 같은 동양의 이방인이 보기에도 스페인 전국을 여행하면 음식 문화가 확확 바뀌는 걸 느낄 정도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남쪽에 있는 것 같지만 스페인 전체가 서쪽으로 갈수록 기울어져 있어서 위도상 북부의 감이 강하다. 피레네산맥을 경계로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남으로는 넓은 지중해와 북으로는 산악지형을 아우른다.
음식문화가 독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카탈루냐 사람들의 성정이 개성이 강하고 심미안이 있으며, 음식에 까다롭다고 하니 이 지역 음식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정치적으로 프랑코 독재정권에 반대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으며 투쟁했던 과거가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보케리아 시장의 식재료
카탈루냐는 여러 개의 주를 포함하지만 역시 유명한 건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의 심장은 역시 보케리아 시장이다. 이 시장의 바에서 카탈루냐풍의 음식에 와인 한 잔을 하는 건 이 지역 관광의 기본이기도 하다. 보케리아 시장은 그냥 ‘고기를 파는 곳’이란 뜻이다. 11세기 형성되기 시작해 종합시장으로 성장했다. 맛있는 음식이 지천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역시 해산물이다. 바다가 이 도시 앞에 펼쳐져 있지 않은가. 우선 오징어, 꼴뚜기, 한치, 문어 같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두족류, 연체류를 볼 수 있다. 철마다 다르게 나오고, 요리법이나 맛도 좀 다르다. 한치를 철판에 구워서 내는 요리나 꼴뚜기를 삶아서 빵에 얹거나 올리브오일에 버무린 요리는 빠뜨리면 안 된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콩을 좋아하는데, 샐러드에도 수프에도 자주 등장한다.
1년 중 6개월만 영업하는 세계 최강 식당 엘블리
카탈루냐의 명물 요리 중에는 한국인이 특별히 신기(?)해할 요리가 있다. 판 콘 토마테다. 판은 빵, 콘은 영어로 하면 위드(with), 토마테는 토마토. 잘 익은 토마토를 빵에 펴 바르고 향기롭고 매운 향이 나는 올리브오일을 뿌려 먹는데, 생마늘을 문지른다는 점이 독특하다. 유럽은 좀체 생마늘을 잘 안 먹는다. 이 음식은 간결하지만 카탈루냐의 음식문화가 어떤 형식인지 이해할 수 있는 관문이다. 간결하고 단순하며, 기본적인 재료의 맛, 특히나 자연이 준 은혜로운 미각을 체험하게 해준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재료의 맛을 강조하는 카탈루냐의 요리 풍토에서 세계 최강의 식당 엘불리를 배출했다는 사실이다. 1년에 6개월만 영업하고 나머지는 요리 연구에 몰두하는 페란 아드리아라는 괴짜에 의해서다. 물론 현재 이 식당은 사실상 문을 닫았지만, 그는 보케리아 시장에 여전히 나타나며 장을 본다.
대구는 사실 스페인에서 잡히는 생선은 아니다. 한랭성 어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세 유럽 시절부터 북유럽의 대구는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까지 팔렸다.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서 들어왔는데 이제 카탈루냐에서 대구는 뺄 수 없는 중요 식재료가 됐다. 이를 바칼라우라고 부른다. 소금기를 빼서 구워 먹기도 하고 삶기도 하고 다져서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염장 대구를 소금기 빼서 생토마토를 다져 얹은 바칼라우 샐러드도 유명하다.
타바스, 먹는 태도까지 아우르는 문화코드
보케리아 시장 내부에도 있고, 시내 곳곳에 있는 바에서는 카탈루냐 음식의 진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중에 등 푸른 생선은 필수다. 정어리를 숯불에 구워내는 요리는 카탈루냐의 바다가 준 선물이다. 우리가 잘 아는 앤초비도 생것으로 먹고, 소금에 절여서 맛을 낸 것이 팔린다.
바에서 파는 간단한 음식을 타파스라고 한다. 이제 스페인 거의 전역이 타파스를 다루지만, 카탈루냐는 이곳만의 타파스 문화가 있다. 원래는 간단한 술안주나 요깃거리를 의미하는 용어이고 지금도 심플하고 간결한 양념과 재료의 맛(?!)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팔린다. 점차 요리다운 요리도 생겨나서 타파스의 본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고급 타파스’라는 말도 탄생했다. 어쨌든 타파스를 먹지 않고서야 카탈루냐 음식을 먹어봤다고 할 수 없다. 타파스는 한 가지 요리를 뜻하는 게 아니라 요리와 서비스, 먹는 이의 태도까지 아우르는 종합 문화 코드라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다.
카탈루냐의 한 지역인 발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당신이 1~3월의 한겨울에 방문했다면.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대파구이, 즉 칼솟이라는 이름의 파를 구워서 먹는 걸로 유명한 곳이다. 대파를 숯불이나 장작에 굽고 시커멓게 변한 껍질을 벗겨가며 달큰하고 구수한 속을 먹는다. 무슨 파 정도가 그리 유명하냐고 반문한다면 직접 먹어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껏 ‘파 정도’가 그리 이름을 떨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된다.
풍부한 해산물 이용한 파에야가 명물
카탈루냐는 파에야는 없냐고? 물론 있다. 당연히 맛있다.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파에야는 명물이다. 카탈루냐 해안도시의 시내와 해변에 맛있는 파에야 집이 여럿 소문나 있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 새우와 홍합, 오징어 등을 넣는 게 보통인데 그중 먹물 파에야를 추천한다. 진하고 짭짤한 먹물을 기본으로 요리하는데, 입가를 까맣게 만드는 것도 잊고 연신 퍼먹게 만든다. 한국인 입맛에는 약간 덜 익은 듯하고, 좀 짜게 느껴지는데 김치나 피클 같은 걸 같이 먹지 않아 최종 간은 오히려 잘 맞는다고 느끼게 된다. 해산물이 좋으니 해물 스튜나 수프도 아주 좋다. 꼭 드셔보시길.
산악지역으로 향하면 해산물보다는 역시 고기와 버섯류, 치즈를 사용한 요리가 많다. 이것 역시 아주 맛있고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토끼고기를 꽤 많이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잘 아는 하몽도 많이 먹는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 염장 숙성품이므로, 다른 부위는 당연히 고기로 팔린다. 등심과 안심 스테이크(그렇다, 돼지고기 스테이크다)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스페인은 치즈로도 유명한 나라인데, 카탈루냐 고유의 치즈를 꼭 맛보기 바란다. 날로 먹기도 하고, 요리로 나오기도 한다. 타파스 바에 가면 몇 점씩 썰어서 저렴한 가격에 판다. 먹을 게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곳, 카탈루냐는 미각의 지역이다.
우리 같은 동양의 이방인이 보기에도 스페인 전국을 여행하면 음식 문화가 확확 바뀌는 걸 느낄 정도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남쪽에 있는 것 같지만 스페인 전체가 서쪽으로 갈수록 기울어져 있어서 위도상 북부의 감이 강하다. 피레네산맥을 경계로 프랑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남으로는 넓은 지중해와 북으로는 산악지형을 아우른다.
음식문화가 독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카탈루냐 사람들의 성정이 개성이 강하고 심미안이 있으며, 음식에 까다롭다고 하니 이 지역 음식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 정치적으로 프랑코 독재정권에 반대해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으며 투쟁했던 과거가 현재로 이어지고 있다.
보케리아 시장의 식재료
카탈루냐는 여러 개의 주를 포함하지만 역시 유명한 건 바르셀로나다. 바르셀로나의 심장은 역시 보케리아 시장이다. 이 시장의 바에서 카탈루냐풍의 음식에 와인 한 잔을 하는 건 이 지역 관광의 기본이기도 하다. 보케리아 시장은 그냥 ‘고기를 파는 곳’이란 뜻이다. 11세기 형성되기 시작해 종합시장으로 성장했다. 맛있는 음식이 지천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역시 해산물이다. 바다가 이 도시 앞에 펼쳐져 있지 않은가. 우선 오징어, 꼴뚜기, 한치, 문어 같은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두족류, 연체류를 볼 수 있다. 철마다 다르게 나오고, 요리법이나 맛도 좀 다르다. 한치를 철판에 구워서 내는 요리나 꼴뚜기를 삶아서 빵에 얹거나 올리브오일에 버무린 요리는 빠뜨리면 안 된다. 카탈루냐 사람들은 콩을 좋아하는데, 샐러드에도 수프에도 자주 등장한다.
1년 중 6개월만 영업하는 세계 최강 식당 엘블리
카탈루냐의 명물 요리 중에는 한국인이 특별히 신기(?)해할 요리가 있다. 판 콘 토마테다. 판은 빵, 콘은 영어로 하면 위드(with), 토마테는 토마토. 잘 익은 토마토를 빵에 펴 바르고 향기롭고 매운 향이 나는 올리브오일을 뿌려 먹는데, 생마늘을 문지른다는 점이 독특하다. 유럽은 좀체 생마늘을 잘 안 먹는다. 이 음식은 간결하지만 카탈루냐의 음식문화가 어떤 형식인지 이해할 수 있는 관문이다. 간결하고 단순하며, 기본적인 재료의 맛, 특히나 자연이 준 은혜로운 미각을 체험하게 해준다. 흥미로운 건, 이렇게 재료의 맛을 강조하는 카탈루냐의 요리 풍토에서 세계 최강의 식당 엘불리를 배출했다는 사실이다. 1년에 6개월만 영업하고 나머지는 요리 연구에 몰두하는 페란 아드리아라는 괴짜에 의해서다. 물론 현재 이 식당은 사실상 문을 닫았지만, 그는 보케리아 시장에 여전히 나타나며 장을 본다.
대구는 사실 스페인에서 잡히는 생선은 아니다. 한랭성 어족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세 유럽 시절부터 북유럽의 대구는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같은 지중해까지 팔렸다.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서 들어왔는데 이제 카탈루냐에서 대구는 뺄 수 없는 중요 식재료가 됐다. 이를 바칼라우라고 부른다. 소금기를 빼서 구워 먹기도 하고 삶기도 하고 다져서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염장 대구를 소금기 빼서 생토마토를 다져 얹은 바칼라우 샐러드도 유명하다.
타바스, 먹는 태도까지 아우르는 문화코드
보케리아 시장 내부에도 있고, 시내 곳곳에 있는 바에서는 카탈루냐 음식의 진수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중에 등 푸른 생선은 필수다. 정어리를 숯불에 구워내는 요리는 카탈루냐의 바다가 준 선물이다. 우리가 잘 아는 앤초비도 생것으로 먹고, 소금에 절여서 맛을 낸 것이 팔린다.
바에서 파는 간단한 음식을 타파스라고 한다. 이제 스페인 거의 전역이 타파스를 다루지만, 카탈루냐는 이곳만의 타파스 문화가 있다. 원래는 간단한 술안주나 요깃거리를 의미하는 용어이고 지금도 심플하고 간결한 양념과 재료의 맛(?!)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팔린다. 점차 요리다운 요리도 생겨나서 타파스의 본래 의미와는 전혀 다른 ‘고급 타파스’라는 말도 탄생했다. 어쨌든 타파스를 먹지 않고서야 카탈루냐 음식을 먹어봤다고 할 수 없다. 타파스는 한 가지 요리를 뜻하는 게 아니라 요리와 서비스, 먹는 이의 태도까지 아우르는 종합 문화 코드라는 점도 기억하면 좋겠다.
카탈루냐의 한 지역인 발스도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당신이 1~3월의 한겨울에 방문했다면.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대파구이, 즉 칼솟이라는 이름의 파를 구워서 먹는 걸로 유명한 곳이다. 대파를 숯불이나 장작에 굽고 시커멓게 변한 껍질을 벗겨가며 달큰하고 구수한 속을 먹는다. 무슨 파 정도가 그리 유명하냐고 반문한다면 직접 먹어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껏 ‘파 정도’가 그리 이름을 떨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된다.
풍부한 해산물 이용한 파에야가 명물
카탈루냐는 파에야는 없냐고? 물론 있다. 당연히 맛있다. 풍부한 해산물을 이용한 파에야는 명물이다. 카탈루냐 해안도시의 시내와 해변에 맛있는 파에야 집이 여럿 소문나 있다.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먹기 힘들다. 새우와 홍합, 오징어 등을 넣는 게 보통인데 그중 먹물 파에야를 추천한다. 진하고 짭짤한 먹물을 기본으로 요리하는데, 입가를 까맣게 만드는 것도 잊고 연신 퍼먹게 만든다. 한국인 입맛에는 약간 덜 익은 듯하고, 좀 짜게 느껴지는데 김치나 피클 같은 걸 같이 먹지 않아 최종 간은 오히려 잘 맞는다고 느끼게 된다. 해산물이 좋으니 해물 스튜나 수프도 아주 좋다. 꼭 드셔보시길.
산악지역으로 향하면 해산물보다는 역시 고기와 버섯류, 치즈를 사용한 요리가 많다. 이것 역시 아주 맛있고 흥미로운 경험이 된다. 토끼고기를 꽤 많이 만날 수 있고 우리가 잘 아는 하몽도 많이 먹는다. 하몽은 돼지 뒷다리 염장 숙성품이므로, 다른 부위는 당연히 고기로 팔린다. 등심과 안심 스테이크(그렇다, 돼지고기 스테이크다)는 입에서 살살 녹는다. 스페인은 치즈로도 유명한 나라인데, 카탈루냐 고유의 치즈를 꼭 맛보기 바란다. 날로 먹기도 하고, 요리로 나오기도 한다. 타파스 바에 가면 몇 점씩 썰어서 저렴한 가격에 판다. 먹을 게 너무 많아서 행복한 곳, 카탈루냐는 미각의 지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