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에도 불구하고 한미 동맹이 이미 깊은 곤경에 빠졌다는 미국 전직 당국자들의 주장이 나왔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리처드 아미티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23일(현지시각)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66년간 이어진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실었다.

해당 기고문에서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은 현명했지만, 이미 관계의 신뢰는 손상됐다"라며 "한국은 소중한 합의를 지렛대로 활용해 미국을 한일 간 경제적, 역사적 분쟁에 개입하도록 강제했고, 이는 동맹을 남용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관계 갈등 격화 요인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도 거론했다. 이들은 미측 협상팀이 협상장에서 일찍 떠난 사실을 거론하며 "동맹 간 균열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드문 사례"라고 강조했다.

아미티지와 차 석좌는 "방위비를 5배 더 내라는 미국의 요구는 한국 정부에 정치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일"이라며 "한국이 경기 평택 미국 기지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용의 90%를 부담하기도 했다"고 설명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최근 대학생들이 주한 미국 대사관저를 월담은 사례를 언급, "미국의 욕심에 대한 분노가 주한 미국대사관저 월담 사건에 분명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한미관계에서 중국을 중요한 변수로 꼽기도 했다. 한국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도 불구, 중국이 제안한 다자무역협정에 동참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한·중 국방장관이 최근 회담에서 국방 교류를 확대하고 핫라인을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도 한미 동맹이 약화되고 있다는 또 다른 불길한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일련의 한미 간 충돌 속에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협상 실패를 구실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까지도 결정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일본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충격파를 던지고, 미국 외교정책의 재앙이자 미국이 강대국 위상을 중국에 넘겨주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민지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