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긴박했던 지소미아, 최악의 상황 피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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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종료 연장' 후유증 우려
국제사회에 확실한 신뢰 줘야
2020년대 경제환경 나빠지는데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정책 많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 schan@hankyung.com >
국제사회에 확실한 신뢰 줘야
2020년대 경제환경 나빠지는데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정책 많아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 schan@hankyung.com >
7월 1일 핵심 소재 3종 수출 통제, 8월 2일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8월 22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방침 발표, 11월 22일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지난 4개월 동안 루비콘강을 건넜다가 되돌아오기 시작한 한·일 간 마찰 과정이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 결정에 대해 ‘잘했다’는 시각이 있지만 오히려 지소미아 종료 후 찾아올 ‘아찔할 뻔했던 순간을 피했다’는 의미에서 ‘다행이다’라는 평가가 더 어울린다.
지소미아가 종료됐을 경우 가장 우려된 것은 국제 정세를 잘못 읽는 ‘쇄국 정치’가 재현되고 있다는 비판 속에 한반도가 다시금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컸다는 점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기존 강대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가 급부상한 아테네와 치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술한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용어다.
한반도는 과거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운명이 크게 엇갈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세기 이후 일본이 급부상함에 따라 당시 강대국이던 중국(청·일 전쟁), 러시아(러·일 전쟁), 미국(태평양 전쟁)과 전쟁을 잇달아 치르는 과정에서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한 조선의 쇄국 정치는 ‘일본 식민지 시대’와 ‘남북한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낳았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우선 과제는 신뢰 회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짐의 말이 곧 법이다’고 할 정도로 경제 절대군주 시대를 열었다. 그가 말을 하루가 다르게 번복하는 것은 오히려 전략으로 비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약소국은 말을 자주 바꾸면 심각한 신뢰 손상을 입는다.
지소미아 연장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소미아 종료 이후 일본과 군사·안보 협력을 지속한다”거나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한다”는 표현 등은 각국의 이익이 중시되는 국제 관계에 있어서 모호하게 들린다. 벌써부터 “한국의 입장이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얘기가 들린다.
국제 사회는 보다 확실한 것을 원한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계기로 꼬였던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소미아 연장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더라면 한·일 관계에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계기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과제가 많다. 1년 전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이 “한국 경제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작심 발언한 적이 있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대륙으로부터 1000㎞ 이상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 빗대 세계 흐름과 격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사례가 의외로 많다. 정부의 역할에서 세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나 한국은 내년 슈퍼 예산이 상징하듯 정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흐름과 한국 흐름을 보면 거시경제 목표는 ‘성장’ 대비 ‘소득주도 성장’, 제조업 정책은 ‘리쇼어링’ 대비 ‘오프 쇼어링’, 기업 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으로 엇갈린다.
규제 정책은 ‘프리존’ 대비 ‘유니크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 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 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다.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부 정책 결정권자와 집행권자의 의식과 가치가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한 달 남짓 있으면 ‘또 다른 10년’이 시작된다. 2020년대 한국 경제는 환경 면에서는 ‘뉴 노멀’에서 ‘뉴 앱노멀’, 위험관리 면에서는 ‘불확실성’에서 ‘초불확실성’으로 한 단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앱노멀과 초불확실성 시대가 무서운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빅체인지(big change)’, 즉 대변화가 닥친다는 점이다.
뉴 앱노멀과 초불확실성 시대에서 최선책은 ‘빅 체인지’를 주도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세계 흐름에 적극 다가가 동참해야 차선책이라도 나올 수 있다. 대외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이 택할 최악은 특정 가치와 이념에만 편중돼 프레임에 갇히는 경우다.
분야별로 조언한다면 △경제 활력 과제로 시장 중시, 규제 완화, 친기업, 감세 추진 △잠재성장 과제로 구조 개혁, 제조업 리쇼어링, 4차 산업혁명 분야 육성 △대외정책 과제로 중국 쏠림 완화, 국가IR 전개 △남북협력 과제로 다른 국정 과제와의 균형 속 추진 △정책운영 과제로 소득주도 성장,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정책에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지소미아가 종료됐을 경우 가장 우려된 것은 국제 정세를 잘못 읽는 ‘쇄국 정치’가 재현되고 있다는 비판 속에 한반도가 다시금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컸다는 점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신흥 강대국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기존 강대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을 말한다. 기원전 5세기 스파르타가 급부상한 아테네와 치른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기술한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이름에서 비롯된 용어다.
한반도는 과거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 운명이 크게 엇갈린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19세기 이후 일본이 급부상함에 따라 당시 강대국이던 중국(청·일 전쟁), 러시아(러·일 전쟁), 미국(태평양 전쟁)과 전쟁을 잇달아 치르는 과정에서 국제 정세를 파악하지 못한 조선의 쇄국 정치는 ‘일본 식민지 시대’와 ‘남북한 분단’이라는 현대사의 비극을 낳았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에 따른 후유증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우선 과제는 신뢰 회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짐의 말이 곧 법이다’고 할 정도로 경제 절대군주 시대를 열었다. 그가 말을 하루가 다르게 번복하는 것은 오히려 전략으로 비치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약소국은 말을 자주 바꾸면 심각한 신뢰 손상을 입는다.
지소미아 연장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소미아 종료 이후 일본과 군사·안보 협력을 지속한다”거나 “지소미아를 조건부 연장한다”는 표현 등은 각국의 이익이 중시되는 국제 관계에 있어서 모호하게 들린다. 벌써부터 “한국의 입장이 달라진 게 뭐가 있느냐”는 얘기가 들린다.
국제 사회는 보다 확실한 것을 원한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계기로 꼬였던 한·일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지소미아 연장의 의미를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더라면 한·일 관계에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을 계기로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과제가 많다. 1년 전 크리스토프 하이더 주한 유럽상공회의소(ECCK) 사무총장이 “한국 경제가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작심 발언한 적이 있다. 갈라파고스 함정이란 대륙으로부터 1000㎞ 이상 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에 빗대 세계 흐름과 격리되는 현상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계 흐름과 동떨어진 사례가 의외로 많다. 정부의 역할에서 세계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으나 한국은 내년 슈퍼 예산이 상징하듯 정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세계 흐름과 한국 흐름을 보면 거시경제 목표는 ‘성장’ 대비 ‘소득주도 성장’, 제조업 정책은 ‘리쇼어링’ 대비 ‘오프 쇼어링’, 기업 정책은 ‘우호적’ 대비 ‘비우호적’으로 엇갈린다.
규제 정책은 ‘프리존’ 대비 ‘유니크존’, 상법 개정은 ‘경영권 보호’ 대비 ‘경영권 노출’, 세제 정책은 ‘세금 감면’ 대비 ‘세금 인상’, 노동 정책은 ‘노사 균등’ 대비 ‘노조 우대’로 대조적이다. 명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일부 정책 결정권자와 집행권자의 의식과 가치가 이 함정에 빠져 있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한 달 남짓 있으면 ‘또 다른 10년’이 시작된다. 2020년대 한국 경제는 환경 면에서는 ‘뉴 노멀’에서 ‘뉴 앱노멀’, 위험관리 면에서는 ‘불확실성’에서 ‘초불확실성’으로 한 단계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앱노멀과 초불확실성 시대가 무서운 것은 어느 날 갑자기 ‘빅체인지(big change)’, 즉 대변화가 닥친다는 점이다.
뉴 앱노멀과 초불확실성 시대에서 최선책은 ‘빅 체인지’를 주도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세계 흐름에 적극 다가가 동참해야 차선책이라도 나올 수 있다. 대외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이 택할 최악은 특정 가치와 이념에만 편중돼 프레임에 갇히는 경우다.
분야별로 조언한다면 △경제 활력 과제로 시장 중시, 규제 완화, 친기업, 감세 추진 △잠재성장 과제로 구조 개혁, 제조업 리쇼어링, 4차 산업혁명 분야 육성 △대외정책 과제로 중국 쏠림 완화, 국가IR 전개 △남북협력 과제로 다른 국정 과제와의 균형 속 추진 △정책운영 과제로 소득주도 성장, 주 52시간 근로제 등의 정책에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