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셰일업체 10년간 130조원 손실…원유 생산량 줄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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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리포트
경고등 켜진 셰일오일
경고등 켜진 셰일오일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 둔화되고 있다.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무함마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내놓은 예측이다. 그는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셰일혁명 기세가 꺾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셰일혁명을 이끌었다. 셰일혁명이란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셰일층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캐내는 것이다. 2008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기술이 발전하자 미국에서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를 캐내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에서 최대 산유국으로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중동 질서 유지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도 셰일혁명 때문이다.
하지만 10년간 국제 유가가 3분의 1 토막 나자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의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셰일 관련 기업에 이제 돈을 벌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셰일오일 증산에 급브레이크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작년 초 935만 배럴에서 작년 말 1099만 배럴을 넘겼다. 하루 약 160만 배럴 증산됐다. 올해는 하루 130만 배럴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하루 생산량은 1200만 배럴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폭발적 증가 추세가 갑작스레 벽에 부딪힐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2020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40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이달 6일 발표했다. 기존의 하루 70만 배럴 증가 전망을 대폭 낮췄다. 또 2021년엔 생산량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라울 르블랑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년간 하루 생산량이 매년 100만 배럴 이상 증산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셰일오일을 뽑아내는 채굴기 수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정보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채굴기가 전주보다 3개 감소한 671개에 그쳤다. 올초 877개에서 200개 이상 감소했다.
셰일업계의 긴축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은 셰일업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해 이익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29개 셰일기업은 지난 10년 동안 매출보다 지출이 1120억달러(약 132조원) 많았다. 이 때문에 셰일업계는 월가에서 신뢰를 잃었다. 르블랑 애널리스트는 “셰일 업계는 더 이상 외부 자금을 빌릴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 코웬앤드컴퍼니가 조사한 14개 대형 셰일업체 중 11곳이 내년에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닉 델로소 체사피크에너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에 시추 및 전체 비용을 약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외부 자금 수혈이 막히자 채무불이행 위험을 경고한 뒤 주가가 40% 폭락했다.
트레비스 스티스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현금 흐름 내 지출을 요구해 외부 자금 조달이 제한됨에 따라 굴착장비 수가 계속 감소할 전망”이라며 “2020년 원유 생산량 전망치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파파 센테니얼리소스 CEO도 “셰일이 향후 10년간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 생산량의 관건은 유가다. IHS마킷은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65달러까지 오르지 않는 한 증산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가가 50달러 수준에 머무르면 셰일업계 투자액은 올해 작년보다 10% 감소한 1020억달러, 2020년에는 900억달러, 2021년에는 83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매장량 부풀려졌나
투자 감소 외에 다른 요인도 있다. 우선 셰일업계의 기존 매장량 추정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지난 5년 동안 수천 개의 셰일 광구에서 뽑아낸 석유·가스는 셰일 기업들이 사전에 투자자에게 홍보한 양보다 10~50% 적었다”고 분석했다. 파이어니어 내추럴리소시스는 2015년 9월 텍사스의 이글퍼드 광구에서 원유 13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 추세를 보면 48만2000배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보다 63% 작은 수치다.
시추 비용이 적은 스위트 스폿(sweet spot) 지역에서 채굴이 거의 다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전서비스 기업인 슐럼버거는 지난해 10월 연구보고서에서 “서부 텍사스의 초기 셰일 광구 인근에 있는 2차 광구의 생산량은 초기 광구에 비해 약 30% 적다”며 “미국 셰일 생산량 전망이 바뀔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은 유가가 오르면 셰일오일이 더 증산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미 증권사 스티펠의 마이크 스칼리아 연구위원은 기자와 만나 “셰일 피크(정점)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10년 안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개발 초기처럼 급성장하는 일은 없겠지만 당분간 피크를 맞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에 부정적인 워런도 변수
셰일업계에는 또 다른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당선될 경우 업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서다. 지난 9월 워런 의원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청정에너지 계획을 부활시켜 연방정부 토지에서 신규 시추권 부여를 중단하고, 프레킹(수압파쇄)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수압파쇄는 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 분사해 셰일 지층을 부수고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공법이다. 셰일오일 채굴엔 필수적이지만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진을 발생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프레킹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RBC캐피털마케츠는 “워런 의원이 당선될 경우 에너지 업체에 큰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무함마드 바르킨도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지난 13일 내놓은 예측이다. 그는 저유가가 이어지면서 셰일혁명 기세가 꺾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지난 10년간 셰일혁명을 이끌었다. 셰일혁명이란 지하 깊숙한 곳에 있는 셰일층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캐내는 것이다. 2008년 국제 유가가 배럴당 160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기술이 발전하자 미국에서 셰일 오일과 셰일 가스를 캐내기 시작했다. 이 덕분에 미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에서 최대 산유국으로 바뀌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중동 질서 유지에 적극 나서지 않는 이유도 셰일혁명 때문이다.
하지만 10년간 국제 유가가 3분의 1 토막 나자 상황이 바뀌었다. 지금의 배럴당 50달러 수준으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셰일 관련 기업에 이제 돈을 벌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셰일오일 증산에 급브레이크
미국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작년 초 935만 배럴에서 작년 말 1099만 배럴을 넘겼다. 하루 약 160만 배럴 증산됐다. 올해는 하루 130만 배럴가량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하루 생산량은 1200만 배럴을 웃돌고 있다.
하지만 이런 폭발적 증가 추세가 갑작스레 벽에 부딪힐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시장정보업체 IHS마킷은 2020년 미국 원유 생산량은 하루 40만 배럴 증가에 그칠 것이라고 이달 6일 발표했다. 기존의 하루 70만 배럴 증가 전망을 대폭 낮췄다. 또 2021년엔 생산량이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라울 르블랑 애널리스트는 “지난 몇 년간 하루 생산량이 매년 100만 배럴 이상 증산되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셰일오일을 뽑아내는 채굴기 수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정보업체 베이커휴스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내에서 운영 중인 채굴기가 전주보다 3개 감소한 671개에 그쳤다. 올초 877개에서 200개 이상 감소했다.
셰일업계의 긴축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은 셰일업계에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유가가 급락해 이익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조사한 29개 셰일기업은 지난 10년 동안 매출보다 지출이 1120억달러(약 132조원) 많았다. 이 때문에 셰일업계는 월가에서 신뢰를 잃었다. 르블랑 애널리스트는 “셰일 업계는 더 이상 외부 자금을 빌릴 능력이 없다”고 말했다.
컨설팅회사 코웬앤드컴퍼니가 조사한 14개 대형 셰일업체 중 11곳이 내년에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닉 델로소 체사피크에너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에 시추 및 전체 비용을 약 30%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최근 외부 자금 수혈이 막히자 채무불이행 위험을 경고한 뒤 주가가 40% 폭락했다.
트레비스 스티스 다이아몬드백에너지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이 현금 흐름 내 지출을 요구해 외부 자금 조달이 제한됨에 따라 굴착장비 수가 계속 감소할 전망”이라며 “2020년 원유 생산량 전망치를 낮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크 파파 센테니얼리소스 CEO도 “셰일이 향후 10년간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 생산량의 관건은 유가다. IHS마킷은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이 배럴당 65달러까지 오르지 않는 한 증산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유가가 50달러 수준에 머무르면 셰일업계 투자액은 올해 작년보다 10% 감소한 1020억달러, 2020년에는 900억달러, 2021년에는 830억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매장량 부풀려졌나
투자 감소 외에 다른 요인도 있다. 우선 셰일업계의 기존 매장량 추정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WSJ는 “지난 5년 동안 수천 개의 셰일 광구에서 뽑아낸 석유·가스는 셰일 기업들이 사전에 투자자에게 홍보한 양보다 10~50% 적었다”고 분석했다. 파이어니어 내추럴리소시스는 2015년 9월 텍사스의 이글퍼드 광구에서 원유 130만 배럴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현 추세를 보면 48만2000배럴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보다 63% 작은 수치다.
시추 비용이 적은 스위트 스폿(sweet spot) 지역에서 채굴이 거의 다 끝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전서비스 기업인 슐럼버거는 지난해 10월 연구보고서에서 “서부 텍사스의 초기 셰일 광구 인근에 있는 2차 광구의 생산량은 초기 광구에 비해 약 30% 적다”며 “미국 셰일 생산량 전망이 바뀔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은 유가가 오르면 셰일오일이 더 증산될 여지가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미 증권사 스티펠의 마이크 스칼리아 연구위원은 기자와 만나 “셰일 피크(정점)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10년 안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개발 초기처럼 급성장하는 일은 없겠지만 당분간 피크를 맞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셰일에 부정적인 워런도 변수
셰일업계에는 또 다른 공포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당선될 경우 업계 지각 변동이 불가피해서다. 지난 9월 워런 의원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 청정에너지 계획을 부활시켜 연방정부 토지에서 신규 시추권 부여를 중단하고, 프레킹(수압파쇄)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수압파쇄는 물, 화학제품, 모래 등을 혼합한 물질을 고압 분사해 셰일 지층을 부수고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공법이다. 셰일오일 채굴엔 필수적이지만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고 지진을 발생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당의 또 다른 대선주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프레킹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RBC캐피털마케츠는 “워런 의원이 당선될 경우 에너지 업체에 큰 위험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