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욱 변호사 "글보다 그림이 사실관계 파악에 효과적이죠"
“사실관계 파악에 글보다 그림이 효과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신선한 ‘만화 변론’에 재판부도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영욱 법무법인 감우 변호사(48·사법연수원 34기·사진)는 지난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인 사건의 법리를 이해하기 어려운 의뢰인에게도 만화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변호사는 두 종류의 명함이 있다. 하나는 전형적인 법조인 명함이고, 다른 하나는 캐리커처가 그려진 만화가 명함이다. 그는 2006년부터 대한변협신문에 ‘변호사 25시’라는 4컷 만화를 연재 중인 프로 만화가다. 이 변호사는 “법학 공부가 글만 있고 재미가 없어서 그림으로 그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시생 시절 서울 신림동 고시신문에 ‘고돌이의 고시생일기’를 연재하며 유명해졌다. 연수원생 때는 연수원 홈페이지에 1년간 만화를 올렸으며 최근엔 만화가 모임에도 나가고 있다.

이 변호사의 전문 분야는 지식재산권법이다. 지난해 10월 ‘로보트태권브이’로 유명한 김청기 감독의 ‘우뢰매’ 시리즈 저작권 소송을 승소로 이끌기도 했다. 그는 “문화, 예술 쪽에 관심이 많다 보니 사건도 그쪽으로 많이 맡고 있다”며 “3년 전 별도 사무소를 내 특허법인, 변리사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법정에서 ‘만화 변론’을 세 차례나 했다. 그는 “재판부에 사실관계를 효과적으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100컷 정도 그려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며 “그림으로 보여주면 상황이 명확히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실관계가 복잡한 사기 사건을 만화로 변론해 2심에서 무죄를 받았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10년 전쯤 지방에서 온 한 의뢰인이 재판 때 만화변론을 부탁한 적이 있어요.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돌이켜보니 좋은 변론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몇 차례 더 하게 됐습니다.”

이 변호사는 <만화로 배우는 형사소송법 판례 120>이란 책을 냈다. 올해 유튜브에 얽힌 법적 쟁점을 다룬 만화책 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쉽게 동영상을 올릴 수 있어 간단해 보이지만 유튜브는 저작권법에서도 첨단 영역”이라며 “유튜브에 저작권을 신고했다 하더라도 유튜브 가이드라인과 우리법 절차가 달라 소송이 들어갈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튜브는 ‘1인 방송국’을 차리는 것과 같아 수많은 법적 쟁점이 있어요. 음원 사이트에서 내려받은 음악을 바로 영상에 써도 되는지, 아동 유튜버가 나중에 본인 영상을 지워달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창작자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내용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 변호사는 판례와 법률을 쉽게 풀어내는 만화도 좋지만 스토리가 있는 법정 드라마 만화를 그려보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는 “여유가 있다면 창작자로서의 삶도 한 번쯤 살아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