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장동민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
50대인 A씨는 평소 추운 줄 모르고 살았다. 음식을 과하게 먹거나 자극적인 것을 먹어도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없었으며, 남들보다 월등한 주량을 자랑하고는 했다. 그런데 최근 집에 우환이 있어 마음고생을 좀 하다가 해결이 된 차에 긴장이 풀려서인지 술자리를 가진 것이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운동 삼아 두어 시간 거리를 걸어서 왔다 갔다 했는데 그때부터 오싹하니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평소보다 술을 과하게 마신 것도 아닌데 밤새도록 구토와 복통, 설사에 시달렸으며, 오한과 더불어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면서 몸살이 단단히 났다고 한다.

[생활속의 건강이야기] 배탈과 감기가 겹쳤을 때
바로 이런 경우가 배탈과 감기가 동시에 나타난 사례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런 분들이 종종 있는 편이다. 때에 따라 감기가 먼저 나타나기도 하고 배탈이 먼저 생기기도 한다. 결국엔 두 가지 증상이 함께 나타나기 마련이다. 물론 감기가 잘 낫지 않아 감기약을 계속 먹다 보니 위장에 부담이 돼 탈이 난 사례도 있지만, 이와는 상관없는 경우도 많다.

이럴 때 치료의 핵심 부위는 ‘배꼽 주위’다. 명치와 배꼽 사이 가운데 지점인 ‘중완혈’이나, 배꼽 아래 3촌(寸, 1촌=약 3㎝) 부위인 ‘관원혈’ 등을 눌러주는 것이 좋다. 아예 배꼽 주위에 전체적으로 따뜻한 자극을 주는 것도 좋다. 따뜻한 손바닥으로 시계방향으로 어루만지거나, 핫팩 등을 이용해 배를 따뜻하게 덮어주는 것도 권할 만하다. 이는 배 속을 따뜻하게 해주는 치료법인데,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장에 70%가량 살고 있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위장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손바닥 쪽 손목에서 2촌 올라가는 지점에 있는 ‘내관혈’과 손등 쪽 손목에서 2촌 올라가는 지점에 있는 ‘외관혈’은 서로 대칭되는 혈자리다. 내관혈은 주로 ‘내상(內傷)’을 다스리는데, 소화불량과 같은 내부질환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비해 외관혈은 ‘외감(外感)’을 다스리며 감기와 같은 외부 감염질환을 치료하는 혈자리다. 그래서 침 치료를 할 때는 이 두 혈자리를 관통해 시술하기도 한다. 집에서는 손가락으로 양쪽을 맞대고 꾹 눌러주면 된다.

눈치챘는지 모르겠지만 A씨는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다. 필자는 출근해서 <동의보감>에 있는 ‘내상과 외감이 함께 온 경우’에 기록돼 있는 처방의 탕약을 달여 복용했다. 보통 이 정도 증상은 2~3일 정도 탕약만 복용해도 쉽게 회복된다. 보험이 적용되는 한약도 처방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