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2020년도 예산안 심의 전체회의에서 안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오전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2020년도 예산안 심의 전체회의에서 안민석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008년 지인에게 3000만 원을 받았다가 뒤늦게 돌려준 사실이 밝혀졌다.

안 의원은 당시 현직 의원이었으나 후원회 계좌를 통하지 않고 돈을 받았고 선관위에 신고하지도 않았다. 안 의원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 돈을 빌렸다 갚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24일 KBS 보도에 따르면 안 의원 지인 이 모 씨는 지난 2008년 2월 말 안 의원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씨는 이미 개인이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정치후원금 500만 원을 안 의원에게 기부한 상태였다. 안 의원은 이 씨 제안을 받아들여 측근에게 이 씨를 만나 돈을 받아올 것을 지시했다.

안 의원 측근 박 모 씨는 2월 말 경기도 오산시 오산 시민회관 앞에 주차돼 있던 이 씨 차 안에서 이 씨를 만난 뒤 3000만 원을 건네받았다. 만 원권으로 1000장씩 3뭉치를 만든 뒤 신문지로 감싼 돈이었다. 이 씨와 안 의원은 이 돈에 대해 차용증도 쓰지 않았다.

이 씨는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 안 의원 지역구내에 있는 한 중학교에 아들이 체육교사로 채용되기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3000만 원까지 없는 살림에 도와준다는 얘기는, 그건 내 아들에 대해 수고 좀 더 해달라는 그런 의미"라고 말했다.

이 씨 자녀는 총선 넉 달 뒤 해당 중학교 교사 채용시험에 불합격했다. 이듬해 같은 중학교 임기제 축구 코치로 채용돼 3년간 일했다.

이 씨는 지난 2007년 11월, 안 의원 지역구 사무실에서 안 의원에게 아들 취업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이 씨로부터 취업 청탁을 받은 적 없다고 반박했다. 안 의원이 해당 중학교에 직접 압력을 행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씨는 금품 제공 8년 뒤인 2016년 2월 안 의원에게 "돈을 갚으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내용증명을 받은 안 의원은 곧장 측근 박 씨에게 연락했다. 이에 박 씨는 자신이 마련한 3000만 원을 가지고 2월 29일 이 씨 집에 찾아가 돌려줬다.

안 의원은 18대 총선 당시 "빌릴 일이 있어 박 씨를 시켜 돈을 빌려오라고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쓸 일이 없어 박 씨가 보관하고 있다가 (빌린 시점으로부터) 1달 뒤 박 씨에게 돌려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씨가 몰래 이 돈을 썼고, 자신은 몇 년이 흐른 뒤에야 배달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게 안 의원 주장이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