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군 당국이 지난주 벌어진 반(反)정부 시위에 대해 일부 시위 참가자를 ‘용병’으로 지목했다. 미국 등 이란의 적국이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를 부추겼다는 주장이다. 이란 정부는 지난 15일부터 수일간 이어진 시위를 사실상 이적 행위로 보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란 혁명수비대의 알리 파다비 해군소장은 “군 당국은 (이번 시위에 참여한) 적국 용병들을 잡았고, 그들은 모두 미국의 사주를 받았다고 실토했다”며 “이란 사법부가 이들에게 최고형을 내릴 것”이라고 이란 미잔뉴스에 말했다.

이란에선 지난주 수도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 주요 도시 10여 곳에서 휘발유 가격 인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었다. 이란 반관영 파스통신은 이날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주 시위가 벌어진 동안 주도자 180여명이 폭력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이번 시위를 주도한 이들이 외국의 사주를 받은 ‘폭도’라고 잇따라 주장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지난 17일 국영방송을 통해 “사보타주와 방화를 일삼는 폭도들은 이란 국민이 아니다”라며 “이란의 이슬람혁명을 반대하는 이란 적들이 이들을 도와 이란 안보를 침해하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시민들이 정책에 반대할 수는 있으나 폭동을 일으켜 국가 안보에 문제를 일으켜선 안된다”고 말했다. 알리 샴커니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도 의회에 출석해 “확보된 문건에 따르면 이란 체제에 반대하는 인사들이 시위를 지원했다”고 말했다.

국제 인권단체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번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 엠네스티는 지난 19일 이란 내 21개 도시에서 최소 106명의 시위 참가자가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정부는 시위를 막기 위해 지난 16일 밤부터 약 일주일간 테헤란 등에서 인터넷 통신을 전면 차단하기도 했다. 전세계 인터넷 차단 현황을 모니터링하는 웹사이트 넷블록은 24일 기준 이란 인터넷이 모바일 연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복구됐다고 밝혔다.

이란 시위는 지난 15일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을 약 50원 올리면서 촉발됐다. 이란 정부는 지난 14일 자정 빈공층 대상 휘발유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결정해 15일부터 휘발류 가격이 1ℓ당 1만 리알(약 100원)에서 1만5000리알(약 150원)로 사실상 올랐다. 이란 정부는 휘발유 구매 상한량을 한달 60ℓ로 제한하기도 했다. 제한량을 넘기면 약 200% 인상된 가격(1ℓ당 3만 리알)에 휘발유를 사야 한다.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이란 정부는 지난 18일 휘발유 보조금 삭감분 등을 활용해 서민 6000만명에 월 13~48달러 수준 현금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당국자들은 25일 오후 반정부 시위대를 비난하는 친(親)정부 집회를 열 계획이라고 24일 밝혔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