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이 최종 타결됐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아구스 수파르만토 인도네시아 무역부 장관은 한국-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첫날인 25일 부산에서 ‘한-인도네시아 CEPA 타결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2012년 3월 CEPA 협상을 공식 개시했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2014년 2월 제7차 협상 이후 5년 간 후속 협상을 하지 않았다. 작년 9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정상 간 CEPA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올 2월엔 양국 통상 장관이 협상 재개를 공식 선언했다.

이번 한-인도네시아 CEPA는 현 정부가 신남방 정책에 따라 아세안 국가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양자 협의의 첫 결실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중 교역 규모 2위 시장”이라며 “제조업이 강한 한국 기업들의 수출 여건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교역액은 작년 기준으로 200억 달러 정도다. 인도네시아는 한국의 제12위 교역 대상국이다. 양국 교역액은 2011년 300억 달러를 기록한 후 감소해 2016년 149억 달러까지 줄었다가 2017년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이번 CEPA를 통해 한국은 상품 부문에서 인도네시아의 최혜국 대우를 확보했다. 기존 한-아세안 FTA보다 인도네시아 측 시장개방 수준을 약 13%포인트 높였다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그동안 인도네시아는 일본산 자동차 점유율이 96%에 달할 만큼 일본의 시장 점유율이 높았다. 이번 CEPA를 통해 한국이 일본 대비 전반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특히 강철제품, 자동차, 합성수지 등 한국의 주력 품목에 대해선 일본과 동등하거나 더 나은 조건을 확보했다. 자동차 강판용인 철강제품(냉연·도금·열연강판 등), 자동차부품(트랜스미션, 선루프 등), 합성수지와 같은 품목은 발효 즉시 무관세를 적용 받는다. 인도네시아는 섬유, 기계부품 등 기술력이 필요한 상당수 중소기업 품목에서도 발효 즉시 관세를 철폐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농업 부문을 추가로 개방한 점이 눈에 띈다. 다만 인도네시아 관심품목 중 한국 입장에서 민감성이 낮은 품목 위주라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게 두리안 바나나 등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두리안 등 농산물에서도 관세 철폐기간을 충분히 확보한 만큼 국내 농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협정문 법률 검토 등을 거쳐 내년 초 정식 서명하는 한편 국회 비준 동의 등 국내 절차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등 다른 아시아 국가와의 FTA도 신속히 타결짓겠다는 방침이다. 유 본부장은 이날 라몬 로페즈 필리핀 통상산업부 장관과 만나 ‘한-필리핀 FTA 협상의 상품협상 조기성과 패키지’에 합의하고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두 나라는 지난 6월 통상장관 간 한-필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한 후 4차례 공식 협상을 개최했다. 내년 상반기 중 최종 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전시키겠다는 목표다.

유 본부장은 또 빤 소라삭 캄보디아 상무부 장관과 ‘한-캄보디아 FTA 공동연구’ 개시를 이날 선언했다. 유 본부장은 “한-캄보디아 FTA는 우리가 축적한 산업발전 경험을 FTA를 통해 후발 개발도상국과 공유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는 2011년 이후 매년 7%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신흥국이다. 전체 인구중 35세 이하 인구가 72%를 차지한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