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팍팍한데…가구 77% "내년 살림, 나빠지거나 그대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통계청, 2019 사회조사
비관적인 가계 체감경기
'초연결시대'에도 고립감 더 심화
'워라밸' 대세로 자리잡아
비관적인 가계 체감경기
'초연결시대'에도 고립감 더 심화
'워라밸' 대세로 자리잡아
대기업에 다니는 40대 회사원 이모씨는 최근 아내와 “내년엔 교육비 외 지출은 확 줄이자”고 입을 맞췄다. 2017년엔 두둑이 나온 연말 성과급이 작년에 3분의 2 정도로 줄더니 올해엔 지급조차 불투명하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60대 일용직 근로자 정모씨의 내년 전망은 더 어둡다. 그는 “요즘 들어 새벽에 인력소개소를 가도 허탕 치는 날이 늘었다”며 “내년엔 건설 경기가 더 나빠진다는데 이 나이에 다른 일을 배울 수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우리나라 가구 77%는 “내년 집안 살림이 올해보다 나빠지거나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보다 3%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나라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가계의 체감 경기는 비관적으로 보는 가구가 더 늘어난 것이다.
사회 전반에 불신이 팽배하고 고립감은 심해진다는 통계도 나왔다. 국민 49%는 “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울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3명도 안 됐다. 가구 22% “내년 집안살림 나빠질 것”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가구주 중 내년 가구의 재정상태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2.2%였다. 직전 조사인 2017년(19.4%)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경기에 타격을 줬던 2013년(23.0%) 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 재정 상태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한 가구주도 2017년 54.0%에서 올해 54.4%로 소폭 증가했다. 나빠질 것이라는 가구와 합치면 76.6%로, 2년 전(73.4%)보다 3.2%포인트 뛰었다.
저소득층의 불안감이 특히 컸다. 월소득 100만원인 가구의 91.8%는 ‘내년 살림살이가 나빠지거나 그대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600만원 이상인 가구도 절반 넘게(60.6%) 개선은 어렵다고 봤다.
살림살이에 대한 여유가 줄다보니 기부도 위축됐다. 지난 1년간 기부를 해본 사람의 비중은 25.6%로 2011년(36.4%)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줄었다. 연결 약해지는 ‘초연결 사회’
사람들의 고립감은 심해졌다.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평균 2.9명에 그쳤다. 2년 전 3.1명에서 0.2명 줄었다. 최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소통의 범위와 빈도는 늘고 있지만 정작 힘들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끈끈한 관계’는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NS를 많이 쓰는 20대(4.0명→3.7명)와 30대(3.2명→2.9명)에서 우울할 때 도움을 줄 사람이 많이 감소했다. 최근 젊은 연예인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이런 ‘풍요 속 빈곤’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청년층의 사회에 대한 불신은 높았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49.1%는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20대는 54.9%, 30대는 51.5% 였다.
대세가 되는 ‘워라밸’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준말) 문화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일과 가정이 비슷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44.2%로, 2년 전(42.9%)보다 늘었다. 조사 이후 처음으로 ‘일이 우선(42.1%)’이라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10년 전인 2009년만 해도 ‘일이 우선’이란 응답(54.5%)이 ‘둘 다 중요하다’는 사람(34.0%)보다 훨씬 많았다.
청년들의 직장 선호도에선 공기업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고 싶은 직장으로 공기업을 꼽은 청년은 2011년 15.6%였으나 올해는 21.7%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가기관(28.7%→22.8%)과 대기업(21.6%→17.4%)의 인기가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우리나라 가구 77%는 “내년 집안 살림이 올해보다 나빠지거나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보다 3%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나라 경제는 올해보다 내년이 개선될 것이란 예상이 많지만 가계의 체감 경기는 비관적으로 보는 가구가 더 늘어난 것이다.
사회 전반에 불신이 팽배하고 고립감은 심해진다는 통계도 나왔다. 국민 49%는 “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우울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3명도 안 됐다. 가구 22% “내년 집안살림 나빠질 것”
통계청이 25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19세 이상 가구주 중 내년 가구의 재정상태가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22.2%였다. 직전 조사인 2017년(19.4%)보다 2.8%포인트 상승했다. 유럽 재정위기가 경기에 타격을 줬던 2013년(23.0%) 후 가장 높은 수치다. 가계 재정 상태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답한 가구주도 2017년 54.0%에서 올해 54.4%로 소폭 증가했다. 나빠질 것이라는 가구와 합치면 76.6%로, 2년 전(73.4%)보다 3.2%포인트 뛰었다.
저소득층의 불안감이 특히 컸다. 월소득 100만원인 가구의 91.8%는 ‘내년 살림살이가 나빠지거나 그대로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600만원 이상인 가구도 절반 넘게(60.6%) 개선은 어렵다고 봤다.
살림살이에 대한 여유가 줄다보니 기부도 위축됐다. 지난 1년간 기부를 해본 사람의 비중은 25.6%로 2011년(36.4%)과 비교하면 10%포인트 넘게 줄었다. 연결 약해지는 ‘초연결 사회’
사람들의 고립감은 심해졌다.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가 평균 2.9명에 그쳤다. 2년 전 3.1명에서 0.2명 줄었다. 최근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소통의 범위와 빈도는 늘고 있지만 정작 힘들 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끈끈한 관계’는 줄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NS를 많이 쓰는 20대(4.0명→3.7명)와 30대(3.2명→2.9명)에서 우울할 때 도움을 줄 사람이 많이 감소했다. 최근 젊은 연예인이 잇따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도 이런 ‘풍요 속 빈곤’ 현상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청년층의 사회에 대한 불신은 높았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49.1%는 ‘믿을 수 없다’고 답했다. 20대는 54.9%, 30대는 51.5% 였다.
대세가 되는 ‘워라밸’
일과 가정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의 준말) 문화는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일과 가정이 비슷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44.2%로, 2년 전(42.9%)보다 늘었다. 조사 이후 처음으로 ‘일이 우선(42.1%)’이라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10년 전인 2009년만 해도 ‘일이 우선’이란 응답(54.5%)이 ‘둘 다 중요하다’는 사람(34.0%)보다 훨씬 많았다.
청년들의 직장 선호도에선 공기업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고 싶은 직장으로 공기업을 꼽은 청년은 2011년 15.6%였으나 올해는 21.7%로 늘었다. 같은 기간 국가기관(28.7%→22.8%)과 대기업(21.6%→17.4%)의 인기가 떨어진 것과 대비된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