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과 포용이 충돌한다면 공정위는 혁신 선택해야"
“공정거래위원회에 혁신과 포용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현 경제 상황에서는 혁신을 선택해야 합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연사로 초청해 25일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사진)이 참석해 질문자로 나섰다. 노 전 위원장은 2013년 4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17대 공정거래위원장을 지냈다. 지난 9월 취임한 조 위원장은 20대 공정거래위원장이다.

노 전 위원장은 “조 위원장이 강연할 때 ‘모든 국민과 기업이 공평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받게 하겠다’고 했는데 공평과 경쟁은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위원장은 최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공정위가 승인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큰 흐름을 읽고 공정위가 승인을 잘해줬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CJ헬로 노조원들이 매일 LG유플러스 본사 앞에서 기업결합 반대 시위를 하는 등 누군가에게 혁신은 일자리를 빼앗는 것”이라고 했다. 노 전 위원장은 “혁신은 경쟁인데 포용을 위해서는 혁신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혁신과 포용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공정위는 혁신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을 하면 일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노 전 위원장은 “불공정 거래행위나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법 집행은 공정위 입장에서는 큰 사안이 아니다”면서 “다른 부처의 정책에 경쟁을 제한하는 요소가 있다면 공정위가 엄격히 이를 지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공정위 직원 간 고발이 이뤄지는 등 조직의 신뢰와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조 위원장은 “노 전 위원장의 말씀은 질문이 아니라 당부라고 생각한다”며 “충고를 명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내 신뢰를 확보해 하나의 팀으로 공정위를 끌어가겠다”고 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