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우리는 코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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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1980년대에 맞서다·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우리는 코다입니다 = 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지음.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 자녀를 의미한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귀가 되고 입이 되는 통역사 역할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영화감독 겸 작가, 수어 통역사이자 언어학 연구자,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3명의 코다가 들리는 세계와 들리지 않은 세계를 오가며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연히 삶은 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녹록지 않았다.
저자 이현화는 자신이 아기였을 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엄마가 자는 동안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서로의 손과 발을 실로 묶고 나서야 잠들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 자신이나 엄마나 가정통신문을 읽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던 저자는 지금 한국수어-한국어 사전, 한국어-한국수어 사전 편찬을 꿈꾸고 있다.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결혼까지 생각했던 한국인 연인과 결별해야 했던 이길보라는 지금 일본인과 사귀고 있다.
그가 만든 영화 일본 상영을 계기로 양가 부모님들이 식사를 같이하게 돼 사실상 '상견례' 자리가 마련됐다.
일본인 애인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 코다 학생을 접한 적이 있어 일본 수화를 어느 정도 구사했다.
영어, 일본어, 한국수화, 일본수화가 오가는 복잡한 대화 끝에 애인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이렇게 커서 좋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자 상견례가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황지성의 아버지는 수어를 배우지 못해 의사소통의 수단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비공식 기호'인 '홈사인'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발성인 '데프 보이스'가 고작이었다.
그와 가족들은 '농세계'에서조차 이방인이었다.
장애인 인권 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도가니' 사건 재판 때 흥분한 농인 피해자들이 내뱉는 '데프 보이스'를 다시 듣고서 이것 역시 진실을 표현하는 수단임을 깨닫게 됐다.
저자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한국 농인 어머니와 미국 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코다 수경 이삭슨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한국수어와 영어, 미국수어를 익히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이제는 자신을 "혼성적이며 뭔가 새롭고 그 자체로 완전한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털어놓는다.
교양인. 394쪽. 1만8천원. ▲ 청년들, 1980년대에 맞서다 = 권형택·김성환·임경석 지음.
1987년 6월 항쟁을 비롯해 한국 민주화 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이 걸은 길을 정리한 기록이다.
광주항쟁의 열기와 비탄이 생생하게 남아있던 1983년 9월 30일 경찰의 감시와 방해 속에 강행된 출범식에서부터 레이건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투쟁, 녹화사업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 '민주화의 길' 창간 등 공개 정치 투쟁의 과정과 김근태 의장이 구속돼 모진 고문을 받게 되는 대탄압 실태 등을 관련자 증언과 당시 기록 등을 통해 재구성했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열기의 대분출 시기 민청련의 역할과 1987년 대통령 선거 전후 정국과 민주화 운동 세력의 움직임, 민청련 집행부의 세대교체 등도 다뤘다.
민청련 주역들은 지난 2013년 9월 민청련 창립 30주년 행사를 계기로 민청련의 발자취를 정리하는 책을 내기로 하고 편찬위원회를 꾸렸다.
2016년 자료 수집과 집필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때 민청련 회원들로부터 검증을 받고 수정 제안이 있다면 검토하자는 차원에서 언론매체에 연재하기로 결정됐고 2017년부터 1년간 연재를 거치는 동안 댓글 등의 형태로 접수된 수정 제안과 반응을 반영해 책이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민청련은 1992년 해소됐으나 이 책은 1988년까지의 활동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그 이후 4년간의 행적은 에필로그에서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편집진은 1988년을 계기로 민청련은 '2기 체제'로 접어들게 되지만 새 세대 주축 가운데 일부가 사망하거나 집필 여건이 되지 않아 이 시기에 관한 서술은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푸른역사. 468면. 2만1천900원. ▲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금수현·금난새 지음.
작곡가이자 성악가 금수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들 금난새가 직접 추려 다듬은 아버지의 글 75편에 아버지와 음악, 그리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금난새가 쓴 글 25편을 더해 총 100편 에세이를 담았다.
음악가 부자의 에세이집답게 4개 장을 '악장'으로 이름 붙여 4악장으로 이뤄지는 교향곡 구성을 따랐다.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태어난 금수현은 문교부 편수관, 관현악단 이사장, 한국작곡가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기반 확충과 음악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이지만 대중은 가곡 '그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금난새 역시 이 노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고백한다.
금수현이 장모인 김말봉의 시를 보자마자 가곡 '그네'를 만든 것은 그네 타는 여인으로 자신의 아내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 한 곡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은 물론 장모에 대한 효성까지 표현한 것이라고 금난새는 해석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 "일어선 김에 맥주 하나 가 온나"와 같은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재미있다고 느낀 아들 금난새는 2016년 연주를 위해 찾은 독일 베를린에서 이 말을 다시 떠올렸다.
베를린에 "간 김에"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사전 준비 없이 난민 지원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한 것이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아버지는 아들의 인생에 두고두고 깊은 영향을 미친다.
금난새는 "젊었을 때는 나름대로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말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나는데 어쩌겠나.
이게 천성인걸"이라고 썼다.
/연합뉴스
▲ 우리는 코다입니다 = 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지음.
'코다(CODA, Children of Deaf Adults)'는 농인(聾人)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 자녀를 의미한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부모의 귀가 되고 입이 되는 통역사 역할을 하게 된다.
책에서는 영화감독 겸 작가, 수어 통역사이자 언어학 연구자, 장애인 인권 활동가이자 여성학 연구자인 3명의 코다가 들리는 세계와 들리지 않은 세계를 오가며 '경계인'으로 살아야 했던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당연히 삶은 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녹록지 않았다.
저자 이현화는 자신이 아기였을 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엄마가 자는 동안 혹시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 서로의 손과 발을 실로 묶고 나서야 잠들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어릴 때 자신이나 엄마나 가정통신문을 읽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던 저자는 지금 한국수어-한국어 사전, 한국어-한국수어 사전 편찬을 꿈꾸고 있다.
부모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결혼까지 생각했던 한국인 연인과 결별해야 했던 이길보라는 지금 일본인과 사귀고 있다.
그가 만든 영화 일본 상영을 계기로 양가 부모님들이 식사를 같이하게 돼 사실상 '상견례' 자리가 마련됐다.
일본인 애인의 어머니는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할 때 코다 학생을 접한 적이 있어 일본 수화를 어느 정도 구사했다.
영어, 일본어, 한국수화, 일본수화가 오가는 복잡한 대화 끝에 애인의 어머니가 "우리 아들이 이렇게 커서 좋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자 상견례가 눈물바다가 됐다고 한다.
황지성의 아버지는 수어를 배우지 못해 의사소통의 수단은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비공식 기호'인 '홈사인'이나 감정을 드러내는 발성인 '데프 보이스'가 고작이었다.
그와 가족들은 '농세계'에서조차 이방인이었다.
장애인 인권 운동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도가니' 사건 재판 때 흥분한 농인 피해자들이 내뱉는 '데프 보이스'를 다시 듣고서 이것 역시 진실을 표현하는 수단임을 깨닫게 됐다.
저자로 이름을 올리지는 않았지만 한국 농인 어머니와 미국 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코다 수경 이삭슨의 이야기도 나온다.
그는 한국수어와 영어, 미국수어를 익히며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했으나 이제는 자신을 "혼성적이며 뭔가 새롭고 그 자체로 완전한 사람"으로 인식한다고 털어놓는다.
교양인. 394쪽. 1만8천원. ▲ 청년들, 1980년대에 맞서다 = 권형택·김성환·임경석 지음.
1987년 6월 항쟁을 비롯해 한국 민주화 운동에 큰 족적을 남긴 민주화운동청년연합(민청련)이 걸은 길을 정리한 기록이다.
광주항쟁의 열기와 비탄이 생생하게 남아있던 1983년 9월 30일 경찰의 감시와 방해 속에 강행된 출범식에서부터 레이건 미국 대통령 방한 반대 투쟁, 녹화사업 의문사 진상규명 투쟁, '민주화의 길' 창간 등 공개 정치 투쟁의 과정과 김근태 의장이 구속돼 모진 고문을 받게 되는 대탄압 실태 등을 관련자 증언과 당시 기록 등을 통해 재구성했다.
또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부터 6월 항쟁에 이르기까지 민주화 열기의 대분출 시기 민청련의 역할과 1987년 대통령 선거 전후 정국과 민주화 운동 세력의 움직임, 민청련 집행부의 세대교체 등도 다뤘다.
민청련 주역들은 지난 2013년 9월 민청련 창립 30주년 행사를 계기로 민청련의 발자취를 정리하는 책을 내기로 하고 편찬위원회를 꾸렸다.
2016년 자료 수집과 집필이 어느 정도 이뤄졌을 때 민청련 회원들로부터 검증을 받고 수정 제안이 있다면 검토하자는 차원에서 언론매체에 연재하기로 결정됐고 2017년부터 1년간 연재를 거치는 동안 댓글 등의 형태로 접수된 수정 제안과 반응을 반영해 책이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민청련은 1992년 해소됐으나 이 책은 1988년까지의 활동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그 이후 4년간의 행적은 에필로그에서 간단히 언급하는 데 그쳤다.
편집진은 1988년을 계기로 민청련은 '2기 체제'로 접어들게 되지만 새 세대 주축 가운데 일부가 사망하거나 집필 여건이 되지 않아 이 시기에 관한 서술은 훗날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푸른역사. 468면. 2만1천900원. ▲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 = 금수현·금난새 지음.
작곡가이자 성악가 금수현 탄생 100주년을 맞아 아들 금난새가 직접 추려 다듬은 아버지의 글 75편에 아버지와 음악, 그리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금난새가 쓴 글 25편을 더해 총 100편 에세이를 담았다.
음악가 부자의 에세이집답게 4개 장을 '악장'으로 이름 붙여 4악장으로 이뤄지는 교향곡 구성을 따랐다.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태어난 금수현은 문교부 편수관, 관현악단 이사장, 한국작곡가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클래식 음악의 기반 확충과 음악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이지만 대중은 가곡 '그네'를 가장 먼저 떠올린다.
금난새 역시 이 노래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고 고백한다.
금수현이 장모인 김말봉의 시를 보자마자 가곡 '그네'를 만든 것은 그네 타는 여인으로 자신의 아내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이 한 곡으로 아내에 대한 사랑은 물론 장모에 대한 효성까지 표현한 것이라고 금난새는 해석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심부름을 시킬 때 "일어선 김에 맥주 하나 가 온나"와 같은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재미있다고 느낀 아들 금난새는 2016년 연주를 위해 찾은 독일 베를린에서 이 말을 다시 떠올렸다.
베를린에 "간 김에"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을 했고 사전 준비 없이 난민 지원을 위한 음악회를 개최한 것이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이렇듯 아버지는 아들의 인생에 두고두고 깊은 영향을 미친다.
금난새는 "젊었을 때는 나름대로 아버지를 극복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점점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꾸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말도 많아지고, 이것저것 하고 싶은 일들이 늘어나는데 어쩌겠나.
이게 천성인걸"이라고 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