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 조례 제정 예상…법제처, 조례로 학원 휴강일 지정 불가 유권해석
서울 쉬면 분당 학원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 부작용 예상


학생과 학부모, 교사, 시민으로 구성된 학원일요휴무제 공론화추진위원회가 26일 서울시교육청에 학원일요휴무제 시행을 권고하면서 내년부터 일요일에 서울 학원이 의무적으로 휴업할 가능성이 커졌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두 차례 교육감 선거에서 모두 학원일요휴무제를 공약으로 내걸 정도로 추진 의사가 강하다.

공론화추진위원회는 일요일 학원 휴무를 통한 학생의 휴식권과 건강권 보장이 중요하다고 봤으나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과 학원 영업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목소리도 여전하다.
◇ 학생 "학원 때문에 수면부족" vs 학생·학부모 선택권 및 학원 영업자유 침해
학원일요휴무제 도입 논의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일요일까지 이어지는 과도한 사교육 때문에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할 뿐 아니라 학부모도 사교육비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8월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18년 아동종합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9∼17세 청소년 2천510명 중 38.0%가 잠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12∼17세는 절반인 49.0%가 수면 부족을 호소했다.

이들이 뽑는 수면 부족 이유 1위는 단연 학원과 과외(45.7%)였다.

서울 초·중학생 10명 중 1명이 학원에 4개 이상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을 만큼 과잉 사교육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윤경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일요일에 쉬라고 하고 싶어도 다른 아이가 학원에 가 있을까 봐 할 수 없이 보내는 불안한 학부모들이 적지 않다"며 "모두가 일요일은 쉬도록 규제한다면 적어도 우리 아이만 놀고 있다는 불안감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학원 일요일 휴무는 교육청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라는 반대 목소리도 있다.

서울에서 초·중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공교육으로 메울 수 없는 부족한 공부를 보충하려고 학원에 보내지 않느냐"면서 "부실한 공교육은 그대로인데 학원만 휴무하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느냐"고 지적했다.

일요휴무제가 서울에서 시행되더라도 분당 등 학원이 잘 갖춰진 경기도 지역에서는 여전히 일요일에도 학원 문을 열 수 있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일요휴무제가 시행되면 학생과 학부모가 서울 인근 지역의 유명 학원을 찾아다니느라 시간과 돈만 더 쓰게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아울러 일요일에 학원을 못 가면 오히려 주중에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느라 사교육 부담이 오히려 가중되고 음성적인 불법 개인 과외 등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시행까지는 가시밭길…일요휴무 조례 제정 시 위법 논란
공론화추진위원회가 서울 지역에 학원일요휴무제 시행을 권고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일단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조희연 교육감은 이날 위원회 권고에 대해 "이번 공론화 결과가 학원일요휴무제에 관한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찬반 의견이 확인된 만큼 양쪽 의견을 겸허히 수용해 내년 상반기에 관련 정책연구 결과와 함께 종합적인 검토 후에 향후 교육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하겠다"고만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학원일요일휴무제를 시행하려면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거나 교육감 권한으로 할 수 있는 별도 조례 제정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조례를 제정해 학원 일요 휴무를 강제하면 위법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현행 학원법 아래에서는 조례로 학원 휴강일을 정할 수 없다는 법제처 유권해석이 이미 나와 있는 상황이다.

박종덕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법률로 일요 휴무제가 추진될 경우 위헌 위험성이 매우 높고 조례로 추진될 경우 효력정지가처분 신청대상이 돼 법리적 관점에서 추진되기 어려운 제도"라고 지적하며 도입을 반대했다.

학원 일요 휴무를 위해 학원법을 개정하려면 내년 4월 총선 이후 국회가 다시 구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원법 개정으로 전국에서 일요 휴무를 시행할 수 있게 되면 찬반 논란이 커질 수 있어서 정치권에서 법 개정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미지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