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키우는 넷플릭스…'K콘텐츠 공룡'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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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JTBC와 잇단 제휴
건당 제작비 투자·방영권 확보서
장기간 대량 구매로 규모 키워
건당 제작비 투자·방영권 확보서
장기간 대량 구매로 규모 키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국내 방송사·제작사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K콘텐츠 대량 확보에 나섰다. 그동안 건별로 콘텐츠에 투자하거나 방영권을 사들이던 데서 나아가 장기간 대량 구매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협업 규모를 키우고 있다.
CJ ENM은 지난 21일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을 통해 내년부터 3년간 넷플릭스에 드라마 20여 편을 공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JTBC도 26일 넷플릭스에 같은 기간 드라마 20여 편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국내 방송사들은 해외 진출과 제작비 충당을 위해 넷플릭스와의 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넷플릭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져 시장 잠식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상파도 넷플릭스에서 투자 유치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K콘텐츠 수를 빠르게 늘려 왔다. 한국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2016년 사들인 국내 콘텐츠는 60여 편 정도였다. 2017년엔 100편, 지난해에는 550여 편으로 급증했다. 드라마에 대규모 제작비를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방영된 tvN ‘아스달 연대기’엔 제작비의 절반가량인 2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토종 OTT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넷플릭스로서는 디즈니가 국내에 진출하기 전에 K콘텐츠를 대량 확보하고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와 손잡는 방송사도 늘어나고 있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만이 넷플릭스에 작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올해부턴 지상파도 넷플릭스와 협업하고 있다. 지난 7월 MBC ‘봄밤’이 지상파 최초로 넷플릭스에 동시 방영됐다. 이후 SBS ‘배가본드’, 올해 최고 화제작인 KBS의 ‘동백꽃 필 무렵’도 동시 방영됐다.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배가본드’는 제작비의 절반 수준인 125억원, MBC ‘신입사관 구해령’은 제작비 130억원 전액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송사들이 잇달아 넷플릭스에 문을 여는 것은 해외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콘텐츠를 국가별로 일일이 수출하지 않아도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개국에 일괄적으로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어서다. 원하는 지역만 선택해 판매할 수도 있다.
CJ ENM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파트너십이 한국의 콘텐츠를 해외 시청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채널 간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방영권을 내주더라도 넷플릭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미디어 경쟁 구도에선 불리
하지만 장기적인 미디어 플랫폼 경쟁에서 넷플릭스와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는 국내 방송사들이 K콘텐츠를 너무 쉽게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토종 OTT를 강화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전략과도 상충한다. 최근 국내 방송사들은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OTT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상파 3사 ‘푹’과 SK텔레콤의 ‘옥수수’가 합쳐진 통합 플랫폼 ‘웨이브’가 지난 9월 출범한 데 이어, CJ ENM과 JTBC도 내년 초 통합 플랫폼을 선보인다.
정 평론가는 “넷플릭스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만 의지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며 “방송사별로 적절한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지상파도 넷플릭스에서 투자 유치
넷플릭스는 2016년 국내에 진출한 이후 K콘텐츠 수를 빠르게 늘려 왔다. 한국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인 동시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는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기 위한 것이다. 넷플릭스가 2016년 사들인 국내 콘텐츠는 60여 편 정도였다. 2017년엔 100편, 지난해에는 550여 편으로 급증했다. 드라마에 대규모 제작비를 직접 투자하기도 한다. 지난 6월 방영된 tvN ‘아스달 연대기’엔 제작비의 절반가량인 2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 토종 OTT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며 “넷플릭스로서는 디즈니가 국내에 진출하기 전에 K콘텐츠를 대량 확보하고 한국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시장에 지속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와 손잡는 방송사도 늘어나고 있다. 케이블과 종합편성채널만이 넷플릭스에 작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나아가 올해부턴 지상파도 넷플릭스와 협업하고 있다. 지난 7월 MBC ‘봄밤’이 지상파 최초로 넷플릭스에 동시 방영됐다. 이후 SBS ‘배가본드’, 올해 최고 화제작인 KBS의 ‘동백꽃 필 무렵’도 동시 방영됐다. 넷플릭스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배가본드’는 제작비의 절반 수준인 125억원, MBC ‘신입사관 구해령’은 제작비 130억원 전액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방송사들이 잇달아 넷플릭스에 문을 여는 것은 해외에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콘텐츠를 국가별로 일일이 수출하지 않아도 넷플릭스가 진출한 190개국에 일괄적으로 콘텐츠를 방영할 수 있어서다. 원하는 지역만 선택해 판매할 수도 있다.
CJ ENM 관계자는 “넷플릭스와의 파트너십이 한국의 콘텐츠를 해외 시청자에게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막대한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한 채널 간 출혈 경쟁이 심해지면서 방영권을 내주더라도 넷플릭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장기적인 미디어 경쟁 구도에선 불리
하지만 장기적인 미디어 플랫폼 경쟁에서 넷플릭스와 대척점에 설 수밖에 없는 국내 방송사들이 K콘텐츠를 너무 쉽게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토종 OTT를 강화하고 있는 방송사들의 전략과도 상충한다. 최근 국내 방송사들은 넷플릭스에 맞서기 위해 OTT 규모를 키우고 있다. 지상파 3사 ‘푹’과 SK텔레콤의 ‘옥수수’가 합쳐진 통합 플랫폼 ‘웨이브’가 지난 9월 출범한 데 이어, CJ ENM과 JTBC도 내년 초 통합 플랫폼을 선보인다.
정 평론가는 “넷플릭스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넷플릭스만 의지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도 함께 확산되고 있다”며 “방송사별로 적절한 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잘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