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기업·정부·국민 참여한 '기억인권재단' 설립…'독일식 모델'
강제징용·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포괄…"1년6개월간 신청 가능" 규정
文의장, 법안 초안 놓고 피해자 간담회…내일은 여야 의원들과 논의
文의장 日강제징용 해법 '2+2+α'案…"1천500명에 3천억원 예상"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한일 양국 기업과 정부, 국민이 참여하는 '기억인권재단' 설립을 통해 1천500명에게 3천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문 의장이 지난 5일 일본 도쿄 와세다(早稻田)대 특강에서 밝힌 '1+1+α' 방안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조건부 연기 결정 이후 한일관계 해법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추가로 양국 정부를 포함하는 것으로 더욱 진일보한 안을 내놓아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국회에 따르면 이날 국회의장실 관계자들은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문 의장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소개했다.

이 법안은 2014년 이후 운영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기억인권재단'으로 격상하고, 이를 통해 국외 강제징용·일본군 위안부 등 피해자와 유족에게 위자료와 위로금 지급 등의 사업을 포괄적으로 추진하도록 했다.

독일이 과거 나치 시절 강제 노동자들에 대한 배상을 위해 연방정부와 6천개 이상 기업이 출연한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세웠던 것을 모델로 삼았다.

법안에는 "관련 소송 진행 상황을 고려할 때 위자료·위로금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은 3천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명시됐다.

현재 소송 진행자 약 990명, 소송 예정자 약 500명 등 피해자가 1천500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고, 1인당 배상액은 지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2억원 정도로 추산한 결과다.

문 의장이 제안하는 '기억인권재단'의 기금은 ▲ 한일 양국 관련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금 ▲ 한일 양국 민간인들의 자발적 기부금 ▲ 지금은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의 남아있는 잔액(약 60억 원) 등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아래에 심의위원회를 꾸려 구체적인 위자료 지급 대상과 규모를 설정하도록 규정했다.

지원위는 법 시행 후 2년간 존속하며, 강제동원 피해 조사는 1년 이내에 완료하도록 했다.

다만 위자료 신청은 법 시행일로부터 1년 6개월 내에만 가능하도록 제한했다.

이후에는 신청권이 소멸한다.

기억인권재단은 아울러 추도공간(추도묘역·추도탑·추도공원) 조성 등 위령사업, 강제동원 피해 사료관 및 박물관 건립, 문화·학술 사업 및 조사·연구 사업 등을 수행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이가 일본 측에 배상금을 요구하겠다고 하는 경우에는 재단이 위로금 지급을 강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문 의장은 이날 관련 상임위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법안을 논의했으며, 27일에는 관련 법안을 발의한 여야 의원들과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문 의장 측은 다만 "법안 초안에서 구체적 내용은 각계 의견 수렴을 반영해 변경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