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법조계 일제히 성토…뒤늦게 "상상할 수 없는 일" 사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정부의 경제 사령탑인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이 군사독재정권 시절 좌파탄압에 사용된 악법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한 게지스 장관은 전날 브라질의 거리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을 때 누군가 'AI-5'를 요청하더라도 놀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AI-5'는 브라질의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 초기인 1968년 제정된 일종의 보안법으로 의원 탄핵과 정치적 권리 정지, 해임, 정계 은퇴 등을 강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법은 좌파세력을 탄압하는 도구로 이용됐다.

게지스 장관은 에콰도르·칠레·볼리비아 등과 마찬가지로 브라질에서도 경제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서 과거 군사정권 때 경험했던 AI-5가 다시 필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브라질 대통령 아들 이어 각료도 군사독재 좌파탄압 옹호 구설
이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 석방 이후 경제개혁 속도가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게지스 장관은 다소 격앙된 표정으로 "나와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룰라를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게지스 장관은 AI-5 발언이 가져올 파장을 의식해 인터뷰 마무리 시점에 "군사정권 때의 억압 행위가 반복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수습에 나섰으나 그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브라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은 "AI-5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단어"라면서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말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지아스 토폴리 연방대법원장은 "AI-5는 민주주의와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악법"이라면서 "과거의 잘못된 경험으로 미래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게지스 장관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신당 창당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브라질 대통령 아들 이어 각료도 군사독재 좌파탄압 옹호 구설
앞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셋째 아들인 에두아르두 보우소나루 하원의원도 AI-5를 언급해 비난 세례를 받은 바 있다.

에두아르두 의원은 지난달 말 인터뷰를 통해 좌파가 급진적인 행태를 보이면 'AI-5'이 되풀이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원의장과 하원의장은 "헌법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난했고, 에두아르두 의원 제명을 촉구하는 주장이 잇따랐다.

노동자당(PT)과 사회주의자유당(PSOL). 브라질공산당(PC do B) 등 좌파 정당들이 하원 윤리위원회에 에두아르두 의원 제명 요청서를 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