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타다’를 서비스하는 VCNC가 사업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타다 차량이 광화문 앞을 달리고 있다.  한경DB
여야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에 합의하면서 ‘타다’를 서비스하는 VCNC가 사업 중단 위기에 내몰렸다. 타다 차량이 광화문 앞을 달리고 있다. 한경DB
이재웅 쏘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울분을 터트렸다. 여야가 쏘카의 자회사인 VCNC의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의 영업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처리에 합의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그는 정부와 여당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웅 "타다를 실패한 택시회사가 되라고 하는 건가"
이 대표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왜 김 장관과 박 의원은 대여자동차로 사회편익을 증가시키고 있는 타다를 실패한 택시회사가 되라고 하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처럼 졸속으로 충분한 논의 없이 택시업계와 대기업 편만 드는 일방적인 법을 만들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타다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든다고 언급했다. 그는 “타다는 1만 명에 가까운 새로운 고용을 창출했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타다 드라이버들이 법인택시기사보다 두 배에 가까운 수익을 올리게 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타다의 영업 방식을 허용하지 않아 ‘타다 금지 법안’으로 불린다. 타다 서비스 운영회사인 VCNC가 영업 근거로 활용한 여객운수법 시행령 18조의 기사 알선 허용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승합차를 빌릴 때 관광 목적으로 대여시간이 6시간 이상이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한 게 이 법안의 골자다.

또 이 개정안엔 모빌리티(이동수단) 기업이 기여금을 내고 플랫폼 운송면허를 받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1400여 대의 차량을 운용하는 타다는 기여금으로만 수백억원을 지출하게 된다.

이 대표가 목소리를 낸 것은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올해 안에 국회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관석 국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5일 “여야를 가리지 않고 개정안의 취지와 방향에 대체로 동의했다”고 말했다. 기여금 등 일부 세부적인 내용에 이견이 있어 추가 논의를 한 뒤 이른 시일 내에 다시 소위를 열고 가급적 이번 회기(다음달 10일) 내에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게 국회의 목표다.

박 의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택시와 모빌리티 사이 갈등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는 갈등을 조정하고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하지 말라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강도 높은 발언도 있었다. “합법적인 틀에 있는 사람들을 비합법적 영역에 있는 사람들이 신산업의 이름으로 오히려 침략하는 것”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타다가 최근 불법 파견, 불법 도급 논란에 처한 점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불법 파견 등 근로자 지위 문제 논란이 상당하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타다는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VCNC는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 “여객운수법 개정안은 타다를 비롯한 혁신 모빌리티 금지법”이란 주장을 담은 입장문을 냈다. VCNC 측은 “법이 시행되면 사회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며 “국회 주도로 공청회와 공개토론회를 열어달라”고 촉구했다. “이대로 법안이 시행된다면 해마다 면허 심사, 면허 총량, 기여금 산정 등을 둘러싸고 심각한 갈등이 반복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김남영/김소현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