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 자체가 원천 무효”라며 강력 투쟁을 예고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불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폭거가 질주하느냐, 아니면 잠시나마 폭거의 열차가 멈추느냐의 기로에 선 오늘”이라며 “여당과 일부 야당은 이제 더 이상 불법의 패스트트랙 위에서 야합하지 말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회의 이후 곧바로 의원총회를 열어 패스트트랙 법안 관련 전략을 모색했다.

다만 선거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이상 한국당으로서는 뚜렷한 묘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 거론돼온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정기국회 종료와 함께 끝난다. 필리버스터를 한다고 해도 임시국회에서 표결에 부치면 막을 길이 없다. 또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해온 것과 달리 부의를 인정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선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선언적인 의미가 있는 의원직 총사퇴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현실적으로 의원직을 내려놓는 결정은 선택하기 어려운 카드로 보고 있다. 총사퇴한다고 해도 총선이 코앞이라 실질적 의미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직 총사퇴나 필리버스터를 결정했냐’는 질문에 “다양한 카드에 대해서 논의가 됐다”면서도 구체적인 대답은 피했다.

다수의 한국당 의원은 표결 처리 상황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여권에 ‘역풍’이 불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의 룰’을 일방적으로 정했다는 비판 여론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의총 후 황교안 대표의 단식 농성장을 찾았다. 황 대표는 선거법 개정안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법안 반대’를 외치며 8일째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황 대표는 패스트트랙 법안 저지를 위한 단식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도읍 대표 비서실장은 “모두가 그만해야 한다고 하지만 황 대표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