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靑 하명수사' 의혹…野 "전대미문 민심강탈 사건, 國調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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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검, 민정수석실로 수사 확대…靑 "사실 무근" 부인
조국 민정수석실서 첩보 건네
'선출직 공무원 사찰'로 번지나
조국 민정수석실서 첩보 건네
'선출직 공무원 사찰'로 번지나
자유한국당 소속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이른바 ‘하명(下命) 수사’ 의혹이 청와대의 선거 개입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에 넘겨진 김 전 시장 측근에 대한 비리 의혹 첩보가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수집한 정황이 포착되면서다.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기현 “靑 개입한 권력형 게이트”
김 전 시장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김기현 죽이기’에 나섰다는 권력형 게이트 의혹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독단적으로 정치공작 수사를 저지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거 개입’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김 전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선거를 3개월 앞두고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결국 낙선한 인물이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이 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지난해 3월 16일 시장 비서실장실 등 5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전 시장 측근들이 레미콘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선거가 임박한 같은 해 5월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시장과 한국당은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하며 황 청장을 고소·고발했지만 수사는 이어졌다.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였던 당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울산시장)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섰던 김 전 시장은 수사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며 선거에서 패배했다. 선거가 끝나고 9개월이 지난 뒤 검찰은 이 사건을 모두 무혐의 종결했다. 경찰은 김 전 시장 동생의 횡령액이 1억5000만원이라고 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200만원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청와대가 김 전 시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경찰에 거짓 첩보에 기반한 수사를 ‘하달’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경찰 수사가 청와대에서 온 첩보에서 시작됐다는 단서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 전 장관이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 청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에서 황 청장에게 내년 국회의원 자리를 대가로 주기로 약속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황 청장이 출마 뜻을 내비친 것은 출세를 위해 정치공작 수사를 벌인 추악한 의혹의 진상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靑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관했다”
청와대는 ‘하명 수사’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를 접수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 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안을 처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도 통상적인 첩보 활동에 의한 수사였을 뿐 청와대의 특별한 지시가 있어서 벌인 수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청 본청에서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산 경위가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공천 대가설’에 대해서도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신중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한 것일 뿐”이라며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면 김 전 시장을 입건해 직접 수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민정수석실을 통해 들어오는 직접 수사 의뢰는 특수수사과(현 중대범죄수사과)에서 했는데,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는 지방청 단위에서 이뤄졌다”며 “청와대의 수사 의뢰가 있었던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청장이던 이철성 전 경찰청장도 이날 “청장으로서 개별 첩보마다 일일이 보고받지는 않았다”며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울산청 하달 첩보도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선거 개입 의혹 사실로 밝혀질까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2014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열린 울산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문 대통령(당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시민 질문에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조 전 장관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2012년 총선 때 송 후보의 후원회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함께 맡은 인연이 있다.
만약 청와대와 경찰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생산과 수사에 연루된 청와대 및 경찰 관계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선거 및 당선무효 소송 가능성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유재수의 ‘감찰 농단’, 황운하의 ‘선거 농단’, 우리들병원의 ‘금융 농단’에 이르기까지 ‘3종 친문(친문재인) 농단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에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면서 “이 정권의 추악한 민낯이 이제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김순신/박재원 기자 koko@hankyung.com
김기현 “靑 개입한 권력형 게이트”
김 전 시장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와대가 공권력을 동원해 ‘김기현 죽이기’에 나섰다는 권력형 게이트 의혹이 점점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독단적으로 정치공작 수사를 저지를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선거 개입’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김 전 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선거를 3개월 앞두고 비리 의혹에 휘말리면서 결국 낙선한 인물이다.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던 황 청장은 김 전 시장이 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지난해 3월 16일 시장 비서실장실 등 5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김 전 시장 측근들이 레미콘 업체 선정 과정에서 특정 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편의를 봐주고 금품을 받은 혐의를 적용했다. 선거가 임박한 같은 해 5월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전 시장과 한국당은 “불법 선거 개입”이라고 반발하며 황 청장을 고소·고발했지만 수사는 이어졌다. 여론조사에서 경쟁자였던 당시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후보(현 울산시장)보다 15%포인트 이상 앞섰던 김 전 시장은 수사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며 선거에서 패배했다. 선거가 끝나고 9개월이 지난 뒤 검찰은 이 사건을 모두 무혐의 종결했다. 경찰은 김 전 시장 동생의 횡령액이 1억5000만원이라고 했지만 검찰 수사 결과 200만원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청와대가 김 전 시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경찰에 거짓 첩보에 기반한 수사를 ‘하달’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경찰 수사가 청와대에서 온 첩보에서 시작됐다는 단서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조 전 장관이었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황 청장은 내년 총선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최근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에서 황 청장에게 내년 국회의원 자리를 대가로 주기로 약속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황 청장이 출마 뜻을 내비친 것은 출세를 위해 정치공작 수사를 벌인 추악한 의혹의 진상이 일부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靑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관했다”
청와대는 ‘하명 수사’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당시 청와대는 개별 사안에 대해 하명 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청와대는 비위 혐의에 대한 첩보를 접수하면 정상적 절차에 따라 이를 관련 기관에 이관한다”며 “당연한 절차를 두고 마치 하명 수사가 있었던 것처럼 보도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와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사안을 처리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청도 통상적인 첩보 활동에 의한 수사였을 뿐 청와대의 특별한 지시가 있어서 벌인 수사는 아니라고 주장했다. 황 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경찰청 본청에서 첩보를 하달받았을 뿐 첩보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산 경위가 어떤지는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공천 대가설’에 대해서도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신중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마무리한 것일 뿐”이라며 “신중하게 처리하지 않았다면 김 전 시장을 입건해 직접 수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 역시 “민정수석실을 통해 들어오는 직접 수사 의뢰는 특수수사과(현 중대범죄수사과)에서 했는데, 김 전 시장 관련 수사는 지방청 단위에서 이뤄졌다”며 “청와대의 수사 의뢰가 있었던 것이 아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경찰청장이던 이철성 전 경찰청장도 이날 “청장으로서 개별 첩보마다 일일이 보고받지는 않았다”며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울산청 하달 첩보도 구체적으로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선거 개입 의혹 사실로 밝혀질까
송 시장이 문 대통령의 ‘절친’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2014년 울산 남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열린 울산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문 대통령(당시는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시민 질문에 “송철호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송 시장은 조 전 장관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장관은 2012년 총선 때 송 후보의 후원회장과 선거대책본부장을 함께 맡은 인연이 있다.
만약 청와대와 경찰의 조직적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김 전 시장 관련 첩보 생산과 수사에 연루된 청와대 및 경찰 관계자에게 공직선거법 위반과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선거 및 당선무효 소송 가능성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유재수의 ‘감찰 농단’, 황운하의 ‘선거 농단’, 우리들병원의 ‘금융 농단’에 이르기까지 ‘3종 친문(친문재인) 농단 게이트’”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에 국정조사를 요구하겠다면서 “이 정권의 추악한 민낯이 이제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김순신/박재원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