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실행 공무원들도 기소하는 게 정의에 맞는데 왜 안했느냐" 지적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김은경측 "공소사실, 실체와 달라"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대체로 부인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이 실체와 다르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 측은 적용된 4개 혐의 중 강요와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는 사실관계에서 다툼이 있고, 직권남용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는 법리적으로 지적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은 피고인이 공무원들을 이용해 임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받아냈다며 이를 직권남용으로 봤다"며 "공무원들의 책임은 없다고 했는데 과연 그런지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무원들에게 인사권이 없음에도 이들에 대한 인사권 남용이 적용될 수 있는지, 그 행위가 남용에 해당할 정도로 상당한지도 의문"이라고 부연했다.

변호인은 또 "임원 중 2명을 제외하고는 이미 임기가 종료돼 후임자가 임명될 경우 바로 임기가 끝나는 사람들이었다"며 "실제로 일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그대로 업무를 했으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는 법리와도 맞지 않는다"라고도 강조했다.

김 전 장관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신 전 비서관 측 변호인도 "환경부 내에서 일어난 일을 피고인이 알지도 못하고, 환경부와 공모한 사실도 없다"며 공소사실을 전반적으로 부인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5명에게 2017년 12월부터 2019년 1월 사이 사표 제출을 요구해 그중 13명에게서 사표를 받아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또 이들이 환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의 17개 공모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장관이 점찍어 둔 후보자가 임명될 수 있도록 관련 지시를 내리는 등 채용 비리에 개입했다고 봤다.

특히 환경공단 상임감사 김모 씨에게 사표를 제출하라고 종용하고, 김씨가 불응하자 '표적 감사'를 벌여 지난해 2월 물러나게 한 뒤 친정부 성향 박모 씨를 후임자로 임명하려 한 혐의가 있다는 게 검찰의 수사 결과다.

검찰은 애초 지시를 이행한 환경부 공무원들은 지시를 받았을 뿐 책임이 없다는 판단하에 공소장에 피해자로 적시했다.

이후 검찰은 재판부 요구에 따라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했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을 간접정범(타인을 이용해 간접적으로 범죄를 실행한 자)으로, 실행한 공무원들을 공범으로 구성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행자들을 기소하지 않는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실행자들이 김은경 피고인의 지시를 따른 데 대한 책임이 조각(책임이 없다고 인정)되려면 저항할 수 없는 폭력 등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이들 중 한명은 김은경 피고인의 공범이자 업무방해 피해자라고 공소장에 돼 있는데 이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을 기소하지 않으면 선별적 기소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김은경 피고인이 공소사실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지시가 위법함에도 실행한 이들도 기소하는 것이 정의에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