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재임시 검사장 8명과 만찬서 언급…"검찰국 중심으로 보완 준비" 약속
"조국, 수사권조정 법안 보완필요 지적…檢내부 공유도 당부"
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이 현재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대해 장관 재직 시절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조 전 장관은 고위 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런 의견을 표명하면서 법안을 보완하겠다는 뜻을 대검 내부에도 알려달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전 장관은 재임 시절인 지난달 초 검사장 승진자 교육에 참여한 검사장 8명과의 비공개 만찬에서 "패스트트랙 상황에서 일부 의원이 고집을 부려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이상해졌다"며 "나도 패스트트랙 법안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조 전 장관은 또 "검사들의 우려를 알고 있다"며 "법안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에 대해 검찰국을 중심으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조 전 장관은 검사장 승진자들과 나눈 수사권 조정 관련 발언 내용을 정리해 검찰 내부에서도 공유해 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검경수사권 조정법안은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 법률안'과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검찰청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말한다.

법안에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이 1차 수사권과 종결권을 갖는 등 지난해 정부가 도출한 수사권 조정 합의안이 반영됐다.

그러나 경찰이 수사 종결권을 갖는 데 대한 견제 방안인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권 관련 조항 등은 정부안과 패스트트랙 법안에 차이가 있다.

정부안은 '검사가 보완 수사를 경찰에 요구하면 지체 없이 이행하고 결과를 검사에 통보한다'고 돼 있지만 패스트트랙 법안은 '검사가 보완 수사를 요구하면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지체 없이 이를 이행하고 결과를 통보한다'고 돼 있다.

모호한 개념인 '정당한 이유'를 내세워 경찰이 수사를 종결해 버렸을 때 검찰이 이를 바로잡지 못한다는 지적이 법조계 일각에서 나왔는데, 조 전 장관도 이런 법안 내용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패스트트랙 법안에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경찰 신문조서 수준과 동일하게 한다는 내용과 법무부령으로 돼 있던 수사준칙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내용 등이 새롭게 추가돼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검경수사권 조정을 다룬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12월 3일 이후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일괄 상정해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오른 과정 자체가 불법이라며 원천 무효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