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보고시앙재단이 선택한 '흙의 연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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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회화' 개척한 김지아나 씨
韓 현대미술 가능성·역량 인정
아시아 최초로 보고시앙 전속
브뤼셀 '아트 로프트' 초대 이어
칠곡 수피아미술관서 작품전
韓 현대미술 가능성·역량 인정
아시아 최초로 보고시앙 전속
브뤼셀 '아트 로프트' 초대 이어
칠곡 수피아미술관서 작품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보고시앙재단은 1992년 설립된 세계적인 문화예술 후원 단체다. 레바논 출신 아르메니아 보석상이던 로버트 보고시앙의 장남 장 보고시앙(70)이 회장을 맡아 조국 아르메니아와 레바논의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문화예술 후원에 적극 힘쓰고 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단색화’ 특별전을 주최하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올해 초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창의적 역량을 보여준 아티스트 김지아나(47)를 아시아 지역의 첫 재단 전속작가로 선정하고 후원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브뤼셀 아트 로프트갤러리에서 김씨의 초대전을 열어 세계 컬렉터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했다.
한국인 최초로 보고시앙재단 전속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씨가 내년 2월 16일까지 경북 칠곡 수피아미술관에서 작품전을 펼친다. 흙과 빛에 대한 사유와 집념을 20여 년간 자유롭게 풀어낸 그는 한국 현대미술을 새롭게 모색하고 증명해 보여준다. 김씨는 1992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파슨스스쿨오브디자인을 졸업하고 몬트클레어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귀국해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그리기보다 흙을 평면 회화로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작업 방식을 바꿨다. 세계 화단에 오브제 입체회화의 경향이 뚜렷한 것도 계기가 됐다. 힘이 들더라도 투광성이 강한 흙(포슬린)을 구워서 벽에 거는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흙의 물성 탐구와 흙 작업에 몰두하며 조선시대 화공(畵工)과 도공(陶工)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매달렸다. 흙이 지닌 무한한 조형적 가능성에 매료돼 흙과 빛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작품을 통해 꾸준히 표현했다.
반짝이는 포슬린 입자는 그에게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물감의 스밈과 안료의 배어듦을 맘껏 표현할 수 있게 했고, 1200도가 넘는 고온을 견뎌내 묘한 질감을 살려냈다. 때로는 흙조각을 잇대 형상화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작은 도자들을 규칙적으로 나열한 작품을 발표해 조형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작품 제목도 ‘인사이드(INSIDE)’로 붙여 생성과 소멸의 의미를 담고 있는 흙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의 사회적 관계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녹여냈다. 서로 기대고 뭉치고 흩어지는 이미지들은 인간의 내면 감정을 보여주고, 종이처럼 얇은 도편(陶片)들은 현대인의 불안하고 가녀린 심성을 드러낸다.
이제 그의 작품은 전통적 도자예술을 현대미술 영역으로 끌어들인 ‘흙의 회화’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됐다. 포슬린 도판을 픽셀 삼아 구축한 출품작들은 작가의 기량을 뽐내며 전시 공간과 어우러지고 침묵의 소리 형태로 다가온다. 작가는 “수없이 흙을 주물러 회화 형태를 만들어 그 위에 삼원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흙을 빚는다는 것은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라며 “서울 가락동에서의 작업이 색채에 대한 자연스러운 깨달음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국내외 화단에서 ‘흙의 연금술사’로 불린다. 그는 “산다는 것은 이런저런 일상의 파편이 모여 어떤 강한 색채의 덩어리로 폭발하면 서서히 빛으로 옅어져 또 다른 색깔로 바뀌는 순간의 고리들”이라며 “한 줄기 빛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붉고, 노랗고, 파란색의 향원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인 최초로 보고시앙재단 전속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씨가 내년 2월 16일까지 경북 칠곡 수피아미술관에서 작품전을 펼친다. 흙과 빛에 대한 사유와 집념을 20여 년간 자유롭게 풀어낸 그는 한국 현대미술을 새롭게 모색하고 증명해 보여준다. 김씨는 1992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파슨스스쿨오브디자인을 졸업하고 몬트클레어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 귀국해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그리기보다 흙을 평면 회화로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작업 방식을 바꿨다. 세계 화단에 오브제 입체회화의 경향이 뚜렷한 것도 계기가 됐다. 힘이 들더라도 투광성이 강한 흙(포슬린)을 구워서 벽에 거는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흙의 물성 탐구와 흙 작업에 몰두하며 조선시대 화공(畵工)과 도공(陶工)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매달렸다. 흙이 지닌 무한한 조형적 가능성에 매료돼 흙과 빛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작품을 통해 꾸준히 표현했다.
반짝이는 포슬린 입자는 그에게 그림에서 볼 수 있는 물감의 스밈과 안료의 배어듦을 맘껏 표현할 수 있게 했고, 1200도가 넘는 고온을 견뎌내 묘한 질감을 살려냈다. 때로는 흙조각을 잇대 형상화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작은 도자들을 규칙적으로 나열한 작품을 발표해 조형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작품 제목도 ‘인사이드(INSIDE)’로 붙여 생성과 소멸의 의미를 담고 있는 흙을 통해 우리의 삶 속에서의 사회적 관계에 관한 자신의 철학을 녹여냈다. 서로 기대고 뭉치고 흩어지는 이미지들은 인간의 내면 감정을 보여주고, 종이처럼 얇은 도편(陶片)들은 현대인의 불안하고 가녀린 심성을 드러낸다.
이제 그의 작품은 전통적 도자예술을 현대미술 영역으로 끌어들인 ‘흙의 회화’라는 새로운 브랜드가 됐다. 포슬린 도판을 픽셀 삼아 구축한 출품작들은 작가의 기량을 뽐내며 전시 공간과 어우러지고 침묵의 소리 형태로 다가온다. 작가는 “수없이 흙을 주물러 회화 형태를 만들어 그 위에 삼원색으로 물들이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흙을 빚는다는 것은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라며 “서울 가락동에서의 작업이 색채에 대한 자연스러운 깨달음이 됐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국내외 화단에서 ‘흙의 연금술사’로 불린다. 그는 “산다는 것은 이런저런 일상의 파편이 모여 어떤 강한 색채의 덩어리로 폭발하면 서서히 빛으로 옅어져 또 다른 색깔로 바뀌는 순간의 고리들”이라며 “한 줄기 빛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붉고, 노랗고, 파란색의 향원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은 결국 흙으로 돌아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