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비중 낮은 서울대·고려대
각각 608명·899명 늘어나
경희·중앙대도 인원 크게 증가
서울 16개 대학에 ‘정시 40% 룰’ 적용 교육부가 28일 내놓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의 핵심은 지난해 정한 ‘정시 30% 룰’을 유지하면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서울 주요 16개 대학에는 기준을 10%포인트 높여 ‘정시 40% 룰’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시기는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이 대입을 치르는 2023학년도로 잡았다. 하지만 교육부가 대학 여건을 감안해 2022학년도 조기 달성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대부분 대학이 2022학년도부터 정시 비중을 40%까지 높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시 비중 확대 권고 대상인 16개 대학은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 위주 전형을 합친 비중이 45% 이상인 서울 소재 학교다. 교육부는 사교육 등 외부 영향력이 큰 논술 전형과 특기자 전형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고, 학생부 위주 전형과 수능 위주 전형을 비슷한 비율로 유지하며 대입전형을 단순화하겠다는 계획이다.
16개 대학이 2023학년도 대입에서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40%까지 올리면 2021학년도와 비교해 수능으로 뽑는 인원이 5625명(38%) 늘어나게 된다. 정시 비중이 각각 18.4%와 21.9%로 상대적으로 낮았던 고려대와 서울대 입학전형에 특히 큰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두 대학이 2023학년도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중을 40%로 끌어올리면 수능으로 선발하는 인원은 2021학년도 대비 각각 899명, 608명 늘어난다. 경희대(786명)와 중앙대(657명) 등의 정시 모집 인원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시 비중 늘리던 대학들 ‘비상’
지난해 대입제도 개편안에 따라 2022학년도 정시 비중 30%를 목표로 점진적으로 정시 모집 인원을 늘리고 있던 대학들은 비상이 걸렸다. 2022학년도와 2023학년도 입학전형 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1학년 상위권 학생은 학업 부담이 더 커졌다. 수시 모집에서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이월되는 인원까지 포함하면 16개 대학의 실제 정시 모집 비중은 45~5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 어느 한쪽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고 진학부장은 “서울 주요 대학에만 정시 비중 확대를 권고하더라도 그 여파가 수도권 대학까지 미친다”며 “중·상위권 학생은 수능과 학생부종합전형을 동시에 준비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했다. 그는 “결국 강남 명문일반고 쏠림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21년까지 새로운 수능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새 수능은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된 뒤 입학한 고등학생이 입시를 치르는 2028학년도에 적용될 예정이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150~200자 안팎의 논·서술형 문항 도입부터 프랑스의 논술형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IB) 형식까지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교육 영향을 우려하며 대입 논술전형 폐지를 추진하는 마당에 서술형 수능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회통합전형 법제화도 논란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내년에 고등교육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모집정원 대비 10% 이상 선발하도록 의무화하고, 수도권 대학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전형을 10% 이상 운영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법제화를 통해 특정 전형 선발 비중을 강제하는 건 대학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