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후배들이 나보다 잘 안다"…'세탁기 장인' 조성진의 용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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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LG그룹 임원 인사 앞두고
'세탁기 박사'로 불리며 고졸 신화를 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사진)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는 차원에서 용퇴할 것으로 보인다.
43년간 재직하며 LG전자의 '가전 신화'를 이끈 조 부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는 후배들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 구광모 LG 회장에게 스스로 물러나겠단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28일 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2020년도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당초 그룹 안팎에선 구 회장이 빠르게 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부회장급 임원들은 유임시킬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총수 자리에 오른 뒤 첫 번째로 단행한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과감히 외부인사를 데려오는 등 이미 대규모 인적 쇄신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부회장은 세대교체 필요성을 이유로 사의를 표했고, 구 회장은 만류 끝에 임원 인사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거론하며 용퇴를 결정한 배경에는 최근 LG그룹 내에서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4차 산업혁명 흐름을 주도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은 LG전자 대표이사를 맡기 전 오로지 세탁기 한 분야에 집중하는 외길 인생을 걸었다. 1976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LG 세탁기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까지 공이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 1995년 세탁기설계실 부장, 2001년 세탁기연구실장, 2007년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등을 거치며 '1등 LG 세탁기'를 이끌어왔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세탁기=LG'를 각인시킨 제품 중 하나인 '트윈워시'는 조 부회장이 8년을 공 들여 만든 작품이다. 통돌이와 드럼세탁기의 장점을 결합한 트윈워시는 2015년 출시 후 북미 시장 등에서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후 건조기, 스타일러 등 신(新)유형 생활가전 개발에도 뚜렷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2013년 LG전자 CEO에 오르면서 세탁기를 넘어 전반적 사업을 관리하게 됐다. 취임하자마자 경험이 없던 스마트폰 분야에 지식을 쌓기 위해 개인 사무실에서 제품 수십 대를 직접 분해해 밤샘 공부에 매진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에는 구 회장이 '로봇'과 '자율주행차사업'을 조 부회장 직속으로 배치하는 등 LG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LG가 AI, 로봇, 자율주행 사업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조 부회장이 본인보다 후배들이 이러한 산업 흐름에 더 적합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조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권봉석 HE·MC사업본부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987년 LG전자에 입사한 권 사장은 모니터사업부장, MC상품기획그룹장, ㈜LG 시너지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에서 '기획통'으로 통한다. 2015년부터는 LG전자의 TV 사업을, 지난해부터는 스마트폰 사업까지 총괄 담당하고 있다. 김영수 HA사업본부 어플라이언스연구소장 등과 함께 LG전자를 이끌 '82학번' 차기 리더 라인으로 꼽혀왔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신사적 이미지가 부각됐던 조 부회장과 달리 권 사장은 공격적 경영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삼성과 LG가 나란히 곡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에서 비교되자 "경쟁사 제품은 디자인 면에서 혹평을 받는다. 우리 제품이 정답"이라고 단언한 일화가 있다. 2017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삼성 QLED와 LG OLED를 비교하며 "경쟁사도 결국 OLED TV를 개발하겠단 목표를 세운 것만 봐도 LG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43년간 재직하며 LG전자의 '가전 신화'를 이끈 조 부회장은 지난해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 하지만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 4차 산업혁명 트렌드에는 후배들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 구광모 LG 회장에게 스스로 물러나겠단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LG그룹은 28일 전자·화학·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를 열어 2020년도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당초 그룹 안팎에선 구 회장이 빠르게 변하는 대내외 경영환경 변화를 감안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부회장급 임원들은 유임시킬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총수 자리에 오른 뒤 첫 번째로 단행한 지난해 임원 인사에서 '순혈주의'를 깨고 과감히 외부인사를 데려오는 등 이미 대규모 인적 쇄신을 거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부회장은 세대교체 필요성을 이유로 사의를 표했고, 구 회장은 만류 끝에 임원 인사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부회장이 세대교체를 거론하며 용퇴를 결정한 배경에는 최근 LG그룹 내에서 불고 있는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4차 산업혁명 흐름을 주도할 새 얼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은 LG전자 대표이사를 맡기 전 오로지 세탁기 한 분야에 집중하는 외길 인생을 걸었다. 1976년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 입사해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LG 세탁기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기까지 공이 가장 큰 인물로 꼽힌다. 1995년 세탁기설계실 부장, 2001년 세탁기연구실장, 2007년 세탁기사업부장(부사장) 등을 거치며 '1등 LG 세탁기'를 이끌어왔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세탁기=LG'를 각인시킨 제품 중 하나인 '트윈워시'는 조 부회장이 8년을 공 들여 만든 작품이다. 통돌이와 드럼세탁기의 장점을 결합한 트윈워시는 2015년 출시 후 북미 시장 등에서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을 확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후 건조기, 스타일러 등 신(新)유형 생활가전 개발에도 뚜렷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는 2013년 LG전자 CEO에 오르면서 세탁기를 넘어 전반적 사업을 관리하게 됐다. 취임하자마자 경험이 없던 스마트폰 분야에 지식을 쌓기 위해 개인 사무실에서 제품 수십 대를 직접 분해해 밤샘 공부에 매진한 일화는 유명하다. 최근에는 구 회장이 '로봇'과 '자율주행차사업'을 조 부회장 직속으로 배치하는 등 LG전자를 중심으로 그룹의 신성장동력을 만들어가고자 했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LG가 AI, 로봇, 자율주행 사업 등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며 "조 부회장이 본인보다 후배들이 이러한 산업 흐름에 더 적합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해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조 부회장의 후임으로는 권봉석 HE·MC사업본부장(사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1987년 LG전자에 입사한 권 사장은 모니터사업부장, MC상품기획그룹장, ㈜LG 시너지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그룹 내에서 '기획통'으로 통한다. 2015년부터는 LG전자의 TV 사업을, 지난해부터는 스마트폰 사업까지 총괄 담당하고 있다. 김영수 HA사업본부 어플라이언스연구소장 등과 함께 LG전자를 이끌 '82학번' 차기 리더 라인으로 꼽혀왔다.
엔지니어 출신으로 신사적 이미지가 부각됐던 조 부회장과 달리 권 사장은 공격적 경영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2013년 삼성과 LG가 나란히 곡면 스마트폰을 출시하며 시장에서 비교되자 "경쟁사 제품은 디자인 면에서 혹평을 받는다. 우리 제품이 정답"이라고 단언한 일화가 있다. 2017년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삼성 QLED와 LG OLED를 비교하며 "경쟁사도 결국 OLED TV를 개발하겠단 목표를 세운 것만 봐도 LG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