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사무소 H2L, 사선·큰 창문…도심의 낙후 건물 디자인 가치 확 높인 '슬릿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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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하반기 한경주거문화대상
디자인주택대상
디자인주택대상
건축사사무소 H2L의 ‘구리시 인창동 슬릿하우스(Slit House)’가 2019 하반기 한경 주거문화대상 디자인주택부문 대상에 선정됐다. 개성 있는 단독건축물로 낙후된 도심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보여줬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슬릿하우스는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대지면적 95㎡ 크기로 지어진 상가주택으로,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 높이다. 황정현 H2L 대표와 현창용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가 협력해 지난 7월 18일 건축했다. 황 대표는 “현창용 교수는 이전부터 함께하던 건축가 동료로 슬릿하우스는 현 교수가 교수로 임용되기 전부터 함께한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슬릿(slit·얇고 긴 틈)’은 출입 계단 부분을 나타낸다. 사선 디자인과 불규칙한 크기의 창문이 눈에 띈다. 낡은 벽돌집들 사이 회색빛 콘크리트 외벽도 주변과 색다른 분위기다. 옆 건물과의 간격이 1m도 되지 않는다. 이 점을 고려해 층마다 큰 창문을 내서 채광과 환기에 신경썼다. 반면 다른 창호는 소형으로 제작해 사생활 보호와 노출콘크리트 외벽면을 충분히 확보했다. 노출콘크리트는 벽지나 페인트 대신 콘크리트 자체로 마감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콘크리트 자체만으로 깔끔한 마감이 가능하고 건축물의 구조가 잘 표현돼 선호한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에 사용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건축주는 거주와 업무공간뿐 아니라 임대공간까지 확보하길 원했으나 건축법상의 높이 제한과 대지 내 공지규정(건축선을 1m 이상 벌려야 한다는 규정)으로 시공이 어려웠다. 건축주가 필수로 요구한 별도 지하 출입구와 법정 조건인 2대의 주차면, 옆집과의 여유 공간을 고려하면 확보 가능한 토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거주 공간의 최대 면적과 최적 조건을 찾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가 된 이유다.
삼각형 모양 땅의 예각 부분에 계단과 설비 등 서비스 공간을, 채광이 유리한 곳에 생활 공간을 배치했다. 사선 제한이 적용되는 곳은 벽체를 기울여 바닥을 활용할 수 있게 했고, 내부계단의 하부와 측벽에 화장실과 수납을 배치해 이용되지 않는 공간을 최소화했다. 저층부는 필로티 구조로 만들었다. 필로티는 내벽의 50% 이상이 개방된 구조다. 좁은 대지에서 공간이 분절되지 않도록 의도한 설계다. 옥상은 전용 공간과 직접 연결해 정원으로 꾸미는 등 공간 활용도를 높이려고 했다. 슬릿하우스는 이처럼 여러 건축상의 규제와 건축주 요구를 반영해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 황정현 건축사사무소 H2L 대표
"개성있는 건축물로 도시 채우는 데 최선 다할 것"
“개성이 묻어나는 건축물로 거리와 도시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건축가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황정현 건축사사무소 H2L 대표(사진)는 “오롯이 건축가의 마음으로 임했던 슬릿하우스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를 맺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대표는 “대지와 주변 조건이 항상 만족할 만한 상황으로 주어지지 않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건축주와 소통해 좋은 작품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창동 슬릿하우스는 소통과 고민의 결과물이다. 건축주의 원안대로 구현하기에는 건물 높이 제한, 건축선 제한, 주차장 설치를 위한 조건 등 여러 가지 건축법상 제약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필로티 구조, 다양한 크기의 창문, 사선 디자인 등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버려진 공간은 최소화되고 개성 있는 건축물이 완성됐다.
올초 교수로 임용돼 둥지를 옮긴 공동작업자 현창용 교수도 언급했다. “지금까지는 같은 곳에서 좋은 작품을 위해 노력했지만 각자 학문과 실무 영역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관계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획일화된 공간 대신 각자의 삶에 최적화된 공간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다양한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를 구현하기 위해 건축가의 윤리와 책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H2L은…
건축과 도시 디자인 연구 앞장…서울 금천구 도시재생 뉴딜사업 참여
건축사사무소 H2L(ArchitectsH2L)은 2015년 11월 설립됐다. 2016년 3월 서울시 뉴타운 해제지역 및 저층주거지 관리 및 재생모델 개발 연구용역에 참여했으며 올해 7월에는 서울 금천구 금하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도 함께했다. 건축사사무소 H2L은 2015년 서울에서 건축과 도시에 관한 디자인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집단으로 시작됐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포괄적 관심을 바탕으로 규모, 용도, 지역,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건축·도시디자인 프로젝트, 연구개발계획, 전문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개인 발주 프로젝트를 통해 획일적인 주거문화를 탈피하려는 많은 예비 건축주와 호흡하며 개인의 삶에 최적화된 다양한 유형의 주거 공간을 계획하고 연구한다. 최근 작품으로는 2019년 신공덕동 협소주택 ‘The Lumps’, 응암동 상가주택 ‘Up Yard House’, 성수동 ‘잭슨카멜레온 쇼룸, 카페컨템포’ 등이 있으며 형태와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건축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황정현 대표는 중앙대와 동원대에 출강 중이며 현창용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시 공공건축가, 충남교육청과 인천교육청 학교공간혁신사업 퍼실리테이터 등의 경험이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슬릿하우스는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대지면적 95㎡ 크기로 지어진 상가주택으로,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 높이다. 황정현 H2L 대표와 현창용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가 협력해 지난 7월 18일 건축했다. 황 대표는 “현창용 교수는 이전부터 함께하던 건축가 동료로 슬릿하우스는 현 교수가 교수로 임용되기 전부터 함께한 프로젝트였다”고 말했다.
‘슬릿(slit·얇고 긴 틈)’은 출입 계단 부분을 나타낸다. 사선 디자인과 불규칙한 크기의 창문이 눈에 띈다. 낡은 벽돌집들 사이 회색빛 콘크리트 외벽도 주변과 색다른 분위기다. 옆 건물과의 간격이 1m도 되지 않는다. 이 점을 고려해 층마다 큰 창문을 내서 채광과 환기에 신경썼다. 반면 다른 창호는 소형으로 제작해 사생활 보호와 노출콘크리트 외벽면을 충분히 확보했다. 노출콘크리트는 벽지나 페인트 대신 콘크리트 자체로 마감하는 방식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콘크리트 자체만으로 깔끔한 마감이 가능하고 건축물의 구조가 잘 표현돼 선호한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작품에 사용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건축주는 거주와 업무공간뿐 아니라 임대공간까지 확보하길 원했으나 건축법상의 높이 제한과 대지 내 공지규정(건축선을 1m 이상 벌려야 한다는 규정)으로 시공이 어려웠다. 건축주가 필수로 요구한 별도 지하 출입구와 법정 조건인 2대의 주차면, 옆집과의 여유 공간을 고려하면 확보 가능한 토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거주 공간의 최대 면적과 최적 조건을 찾는 것이 프로젝트의 핵심 목표가 된 이유다.
삼각형 모양 땅의 예각 부분에 계단과 설비 등 서비스 공간을, 채광이 유리한 곳에 생활 공간을 배치했다. 사선 제한이 적용되는 곳은 벽체를 기울여 바닥을 활용할 수 있게 했고, 내부계단의 하부와 측벽에 화장실과 수납을 배치해 이용되지 않는 공간을 최소화했다. 저층부는 필로티 구조로 만들었다. 필로티는 내벽의 50% 이상이 개방된 구조다. 좁은 대지에서 공간이 분절되지 않도록 의도한 설계다. 옥상은 전용 공간과 직접 연결해 정원으로 꾸미는 등 공간 활용도를 높이려고 했다. 슬릿하우스는 이처럼 여러 건축상의 규제와 건축주 요구를 반영해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 황정현 건축사사무소 H2L 대표
"개성있는 건축물로 도시 채우는 데 최선 다할 것"
“개성이 묻어나는 건축물로 거리와 도시를 가득 채울 수 있도록 건축가의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황정현 건축사사무소 H2L 대표(사진)는 “오롯이 건축가의 마음으로 임했던 슬릿하우스 프로젝트가 좋은 결과를 맺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황 대표는 “대지와 주변 조건이 항상 만족할 만한 상황으로 주어지지 않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고 건축주와 소통해 좋은 작품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인창동 슬릿하우스는 소통과 고민의 결과물이다. 건축주의 원안대로 구현하기에는 건물 높이 제한, 건축선 제한, 주차장 설치를 위한 조건 등 여러 가지 건축법상 제약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필로티 구조, 다양한 크기의 창문, 사선 디자인 등을 시도했다. 결과적으로 버려진 공간은 최소화되고 개성 있는 건축물이 완성됐다.
올초 교수로 임용돼 둥지를 옮긴 공동작업자 현창용 교수도 언급했다. “지금까지는 같은 곳에서 좋은 작품을 위해 노력했지만 각자 학문과 실무 영역에서 좋은 영향을 주는 관계로 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획일화된 공간 대신 각자의 삶에 최적화된 공간을 추구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며 다양한 주거공간에 대한 수요를 구현하기 위해 건축가의 윤리와 책임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 H2L은…
건축과 도시 디자인 연구 앞장…서울 금천구 도시재생 뉴딜사업 참여
건축사사무소 H2L(ArchitectsH2L)은 2015년 11월 설립됐다. 2016년 3월 서울시 뉴타운 해제지역 및 저층주거지 관리 및 재생모델 개발 연구용역에 참여했으며 올해 7월에는 서울 금천구 금하마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도 함께했다. 건축사사무소 H2L은 2015년 서울에서 건축과 도시에 관한 디자인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젊은 건축가집단으로 시작됐다. 건축과 도시에 대한 포괄적 관심을 바탕으로 규모, 용도, 지역, 조건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건축·도시디자인 프로젝트, 연구개발계획, 전문교육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개인 발주 프로젝트를 통해 획일적인 주거문화를 탈피하려는 많은 예비 건축주와 호흡하며 개인의 삶에 최적화된 다양한 유형의 주거 공간을 계획하고 연구한다. 최근 작품으로는 2019년 신공덕동 협소주택 ‘The Lumps’, 응암동 상가주택 ‘Up Yard House’, 성수동 ‘잭슨카멜레온 쇼룸, 카페컨템포’ 등이 있으며 형태와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건축물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황정현 대표는 중앙대와 동원대에 출강 중이며 현창용 공주대 건축학부 교수는 서울시 공공건축가, 충남교육청과 인천교육청 학교공간혁신사업 퍼실리테이터 등의 경험이 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