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반도체 사업부문인 파나소닉세미컨덕터솔루션즈를 대만 누보톤테크놀로지에 매각키로 했습니다. 당초 파나소닉은 반도체 사업 부문의 재건을 노려왔지만 누적되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된 것입니다. 도야마현과 니가타현 등에 있는 이미지센서 생산공장 등도 일괄 매각하게 됐습니다. 파나소닉은 1952년 네덜란드 필립스와 합작 회사를 설립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고 1990년대에는 세계 10대 반도체 제조사 지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 등 한국과 대만 업체들이 반도체 시장에서 약진하면서 급격히 실적이 악화됐습니다. 이미지센서와 차량용 반도체 부문에 집중해 왔지만 파나소닉세미컨덕터솔루션즈는 2018회계연도(2018년 4월~2019년 3월)에 235억엔(약 2533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삼았지만 미·중 무역마찰 심화 등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 수요가 침체되면서 결국 ‘사업 포기’를 선택하게 됐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파나소닉의 반도체 사업 포기로 쇠락해 가던 일본 반도체 업계가 종지부를 찍게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반도체 업계는 1990년에 세계 시장 점유율이 49%에 달했지만 이후 잇따른 투자지연과 경영판단 착오가 이어지면서 한국과 대만 기업에 시장을 내줬습니다. 지난해 일본 업계의 글로벌 반도체시장 점유율은 7%까지 떨어진 상태며 세계 10대 업체 중 일본 업체는 단 한곳도 없는 상황입니다. 최근 몇 년간의 모습은 일본 반도체 관련 업체들이 잇따라 ‘장례식’을 치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모습입니다. NEC와 히타치제작소의 반도체 사업부문이 통합해 설립됐던 엘피다메모리는 2012년에 파산했습니다. 뒤이어 히타치제작소와 미쓰비시전기의 반도체 부문을 통합한 회사와 NEC를 합쳐 만든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지난해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생존을 걱정하는 처지입니다. 도시바는 지난해 반도체사업 부문이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에 매각한 이후 껍데기만 남은 회사로 전락했습니다. 이제 일본 기업 중에선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니 정도만이 간신히 명함을 내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 때 세계시장을 제패했던 일본 반도체 업계는 이제 ‘이름’마저 간수하기 힘든 상황이 됐습니다. 영광의 시절은 그야말로 한순간에 지나지 않고, 순간의 판단 착오는 영원할 것 같은 우위도 순식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일본 반도체 업계의 역사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 반도체 업계는 일본 업계의 과거 행보를 반면교사(反面敎師)삼아 어리석은 행동을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