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섭 정치부 기자)“(전주가)자산운용의 메카가 돼 간다는 판단이다”
지난 27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북 전주시 덕진구에 있는 국민연금공단 본사에서 연 간담회에서 “여러 외국 수탁 은행들이 전주에 상설 운영하기 시작했고, SK증권과 우리은행이 전주에 들어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성주 국민연금 이사장도 “금융도시로 발전하는 초석이 한 단계씩 마련되고 있다”고 호응했다. 지난 9월 말까지 8.92%의 높은 기금 운용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는 ‘홍보’도 빼놓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여당과 국민연금 간부들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주 이전의 긍정적 효과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과연 국민연금 직원들의 생각도 같을까.
우선 외국 은행들의 전주 사무소 개설 자체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금융도시나 자산운용의 메카 등으로 말하기엔 초라한 수준이다. 전주에 사무소를 개설한 글로벌 은행은 모두 두 곳. 지난 8월과 9월 각각 수탁은행인 스테이트스트리트(SSBT)와 뉴욕멜론은행(BNY Mellon)이 사무소를 개설했다. 하지만 직원 수는 각각 다섯 명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역 관계자는 “상주 직원이 2~3명 수준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를 뽑았다기 보다는 서울에 있는 직원들을 전주로 내려보낸 수준이다.
국내 금융회사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공단 인근엔 최근 SK증권 지점이 들어섰다. 이에 대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 측면이라기보단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리테일 영업점”이라며 “시골이다보니 증권사 지점 등이 부족해 지점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 대표가 국민연금을 찾아 김 이사장을 치켜세웠다고 보면된다”며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국민연금은 무리한 지방 이전 후유증을 앓고 있다. 운용인력 유출이 대표적이다.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지난 8월까지 운용역 107명이 퇴사했다. 기금운용본부 전체 인력이 297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3년6개월 만에 전체 인원 중 3분의 1이 나갔다는 뜻이다. 운용역이 점차 ‘신참’으로 채워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2014년 신규 채용자는 입사 전 운용 경력이 평균 9.7년이었으나 올해 신규 채용자는 6.1년으로 줄어들었다. 국민연금을 퇴사한 후 2018년 다른 곳에 재취업한 운용역 출신 29명 중 18명은 책임운용역 이상의 직급이었다. 국민연금 출신의 한 펀드매니저는 “기금운용본부가 2015년 전주로 이전하면서 인재들의 국민연금 기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며 “이사와 자녀들 교육 문제 등 무리한 지방 이전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끝)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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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전북 전주시 국민연금공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국민연금공단 현장 제도간담회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