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책임 인정했지만 제일 심한 겨울철 분석 빠져
“중국이 서울 초미세먼지에 미친 영향은 23%에 불과하고, 63%는 한국 내에서 생겨난 것이다.”(중국환경과학원)
한·중·일 3국 과학자들이 함께 진행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요약보고서에서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원인을 두고 각국은 다른 분석을 내놨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 초미세먼지의 32%는 중국에서 비롯됐다”(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고 말할 수 있을까. LTP 요약보고서 발간 뒤에도 중국발(發) 초미세먼지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도시별 수치 놓고 시각차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최근 LTP 요약보고서를 발표하면서 “한국은 국립환경과학원, 중국은 중국환경과학원, 일본은 환경연구소가 각각 (한·중·일 초미세먼지 영향에 대한 분석을) 수행한 뒤 평균값을 내게 됐다”며 “3국 과학자들이 한 장소에 모여 동일한 모델을 돌린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LTP 분석 대상은 3국 주요 도시 12곳이다. 한국 3곳(서울 부산 대전), 중국 6곳(베이징 톈진 상하이 칭다오 선양 다롄), 일본 3곳(도쿄 오사카 후쿠오카)의 초미세먼지에 한·중·일이 미치는 영향을 세 나라가 각각 분석했다. 그다음 상세 기여율과 평균값을 공개하는 데 합의한 것이다.
상세 기여율은 제각각이다. 예컨대 한국 연구진은 서울 초미세먼지 기여율을 한국(42%) 중국(39%) 일본(1%) 기타(18%)라고 봤다. 반면 중국은 한국(63%) 중국(23%) 일본(0%) 기타(13%)라고 분석했다. 즉 32%라는 숫자는 한·중·일이 각각 서울 대전 부산 세 도시에 대한 중국의 기여율을 계산한 값을 모두 더한 뒤 9로 나눠 평균값을 구한 결과다.
장 원장은 “과거에는 회의를 가더라도 (한국 내 초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영향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며 “이번에는 중국이 32%나마 기여율을 인정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석연 인하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LTP 발간 다음날 국가기후환경회의가 개최한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국민소통 토론회’에서 “중국 측 분석 결과는 사실상 중국이 한국 초미세먼지 문제에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3국이 하나의 공통된 결과물이 아니라 각기 다른 분석값을 내놔 진정한 의미의 공동연구로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고농도 시기 영향 알 수 없어
월별이 아니라 연평균 자료만 공개돼 초미세먼지 고농도 시기(12~3월)의 중국 영향을 파악할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1월 11~15일 고농도 시기 전국 미세먼지 발생량의 국내 기여도는 18~31%, 국외 기여도는 69~82%로 추정된다.
장 원장은 “고농도 시기에 국내 초미세먼지의 약 80%는 국외 요인이고, 그중 약 70%포인트는 중국발”이라면서도 “한·중·일 3국이 이번에는 연평균 기여율 수준에서 공개하는 것으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LTP 연구를 처음 외부로 공개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고, 어디까지 발표할지를 두고 중국의 거부가 심했다”고 덧붙였다. 환경부 관계자는 “월별 자료는 필요하면 추후 합의를 거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국제 공조 강화해야”
중국의 초미세먼지 기여율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까닭은 이 기여율이 초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협력을 강화할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석탄화력발전소 감축, 대기오염물질 배출사업장 감독 강화 등 여러 자구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국외 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순태 아주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국가기후환경회의 토론회에서 “초미세먼지 국외 영향 분석은 정책 수립을 위한 것”이라며 “LTP 기여율 분석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어떻게, 어떤 오염원을 줄여나가야 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NIE 포인트
한·중·일이 공동으로 연구해 발간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LTP)’ 요약보고서의 의의와 한계를 정리해보자. 초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토론해보자.
구은서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