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계소문|가요계 숙원사업 '음원 사재기'…실체 없는 전쟁, 뿌리 뽑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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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가요계 멍드는 '음원 사재기' 의혹
실체 없이 의혹으로만 수년째 이어져
최근 박경 '사재기 저격'으로 다시 수면 위로
음원 사재기 근절 목소리 높아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가요계 멍드는 '음원 사재기' 의혹
실체 없이 의혹으로만 수년째 이어져
최근 박경 '사재기 저격'으로 다시 수면 위로
음원 사재기 근절 목소리 높아져
수년째 가요계를 떠나지 않고 있는 '음원 사재기' 의혹과의 전쟁이 다시금 발발하는 모양새다.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는 타이틀 안에서 끊임없이 한국 가요계를 멍들게 했던 사재기 의혹은 과연 말끔히 해소될 수 있을까.
"나도 사재기 좀 하고 싶다."
그룹 블락비 박경은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다수의 동료 가수들을 언급했다. 이후 거론된 가수들은 일제히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박경의 '사재기 저격' 도발로 촉발된 사건은 결국 법적 공방이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독특한 여론 분위기가 감지됐다. 뚜렷한 근거 없이 일부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한 박경의 태도가 분명 경솔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가 음원 사재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에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수의 음악팬들 사이에서 박경은 영웅이 돼 있었다. 이는 오랜 시간 차트에 따라 붙던 음원 사재기 의혹이 해소되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음원 사재기와의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는 가수들이 차트인 후 급격한 순위 상승 끝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때면 매번 제기되던 문제였다. 그러나 사재기라는 표현과 경계가 다소 모호한 유입 루트들이 거론되면서 사재기의 실체는 더욱 불분명해졌다. 숀, 닐로, 장덕철 등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강조했고, 임재현은 유튜브 내에서의 화제성이 노래방 차트로 이어지며 차트 순위 상승을 이끌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어느 범위를 '사재기'라고 특정할 수 있을지 그 기준도, 근거도 가시화된 것이 없었다. 아울러 팬덤 층이 두터운 가수의 팬들이 도모하는 집중 스트리밍 또한 덩달아 지적을 받았다.
자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음원 사재기와 팬덤의 줄세우기 등을 제한하고자 2018년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은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 제도를 도입했다. 닐로의 음원 차트 역주행 이후 사재기 의혹이 강하게 불거지면서 시작된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대중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곡들의 차트 진입이나 프리징 시간 직전에 순위를 올려 유지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따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원의 진상 조사도 있었지만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문체부는 닐로의 '지나오다'와 숀의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을 타 음원 이용 패턴과 비교한 끝에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 발견됐으나 이는 비교 대상곡 또한 유사했다고 밝혔다. 사재기와 팬덤 스트리밍 간 식별이 어려워 사재기 행위 자체에 대한 판단이 불가하다는 게 문체부 측의 결론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아닌 행정조사였기에 한계가 존재했다. 음원 사재기는 ID 식별이 중요한데 개인정보보호법상 신원 노출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재기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만큼 근절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월에는 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콘텐츠공정상생센터에 음원사재기 신고창구를 마련했고, 다음달 9일에는 '온라인 음원차트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를 개최한다. 최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이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과 원활한 시장경제 활성 확립을 위한 윤리 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재기는 차트를 비롯해 음원 유통 등 복합적인 사안이 결합된 문제다. 음악산업의 발전을 위해 내달 각 주체들이 다각도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세미나를 준비했고, 또 행정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찰청과 MOU를 체결하는 등 추가 권한부여에 대한 방안을 연구 진행 중"이라며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면 사재기 제의를 받은 아티스트들의 구체적인 제보나 신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콘진원의 콘텐츠공정상생센터에 음원 및 음반의 사재기 신고가 접수되면 상생센터의 사실관계 확인 이후 데이터 분석에 나선다. 이어 데이터 분석상 문제가 발견될 경우 필요시 경찰, 검찰에 수사의뢰가 가능하다.
2013년 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스타제국은 사재기 브로커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정황은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다시금 음원 사재기가 가요계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현재, 문체부 관계자 역시 '구체성'을 강조했다.
가수 성시경,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김간지 등이 '사재기 브로커'에 대해 상세한 경험 및 목격담을 전한 상황. 여론은 음원 사재기 의혹의 공론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지부진하게 오랜 시간 이어졌던 실체 없는 사재기와의 전쟁이 이번 기회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수많은 음악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newsinfo@hankyung.com
"나도 사재기 좀 하고 싶다."
그룹 블락비 박경은 지난 24일 자신의 SNS에 이 같은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다수의 동료 가수들을 언급했다. 이후 거론된 가수들은 일제히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박경의 '사재기 저격' 도발로 촉발된 사건은 결국 법적 공방이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독특한 여론 분위기가 감지됐다. 뚜렷한 근거 없이 일부 가수들의 실명을 거론한 박경의 태도가 분명 경솔했다고 지적하면서도 그가 음원 사재기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것에 응원을 보내는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수의 음악팬들 사이에서 박경은 영웅이 돼 있었다. 이는 오랜 시간 차트에 따라 붙던 음원 사재기 의혹이 해소되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였다.
음원 사재기와의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중적인 인지도가 없는 가수들이 차트인 후 급격한 순위 상승 끝에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때면 매번 제기되던 문제였다. 그러나 사재기라는 표현과 경계가 다소 모호한 유입 루트들이 거론되면서 사재기의 실체는 더욱 불분명해졌다. 숀, 닐로, 장덕철 등이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을 강조했고, 임재현은 유튜브 내에서의 화제성이 노래방 차트로 이어지며 차트 순위 상승을 이끌어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어느 범위를 '사재기'라고 특정할 수 있을지 그 기준도, 근거도 가시화된 것이 없었다. 아울러 팬덤 층이 두터운 가수의 팬들이 도모하는 집중 스트리밍 또한 덩달아 지적을 받았다.
자정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음원 사재기와 팬덤의 줄세우기 등을 제한하고자 2018년 음원서비스 사업자들은 오전 1시부터 7시까지 심야시간대에 차트를 운영하지 않는 '차트 프리징(chart freezing)' 제도를 도입했다. 닐로의 음원 차트 역주행 이후 사재기 의혹이 강하게 불거지면서 시작된 시스템이었다. 그러나 이후로도 대중들이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곡들의 차트 진입이나 프리징 시간 직전에 순위를 올려 유지하는 방법 등이 거론되며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따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차원의 진상 조사도 있었지만 사재기 유무를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지난해 문체부는 닐로의 '지나오다'와 숀의 '웨이 백 홈(Way Back Home)'을 타 음원 이용 패턴과 비교한 끝에 일반적이지 않은 패턴이 발견됐으나 이는 비교 대상곡 또한 유사했다고 밝혔다. 사재기와 팬덤 스트리밍 간 식별이 어려워 사재기 행위 자체에 대한 판단이 불가하다는 게 문체부 측의 결론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경찰이나 검찰의 수사가 아닌 행정조사였기에 한계가 존재했다. 음원 사재기는 ID 식별이 중요한데 개인정보보호법상 신원 노출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재기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한 만큼 근절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8월에는 콘텐츠진흥원(콘진원)의 콘텐츠공정상생센터에 음원사재기 신고창구를 마련했고, 다음달 9일에는 '온라인 음원차트와 방송 오디션 프로그램 공정성 세미나'를 개최한다. 최근 한국연예제작자협회, 한국음악콘텐츠협회,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등 음악 산업 단체들이 공정한 유통 환경 조성과 원활한 시장경제 활성 확립을 위한 윤리 강령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사재기는 차트를 비롯해 음원 유통 등 복합적인 사안이 결합된 문제다. 음악산업의 발전을 위해 내달 각 주체들이 다각도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세미나를 준비했고, 또 행정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찰청과 MOU를 체결하는 등 추가 권한부여에 대한 방안을 연구 진행 중"이라며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면 사재기 제의를 받은 아티스트들의 구체적인 제보나 신고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콘진원의 콘텐츠공정상생센터에 음원 및 음반의 사재기 신고가 접수되면 상생센터의 사실관계 확인 이후 데이터 분석에 나선다. 이어 데이터 분석상 문제가 발견될 경우 필요시 경찰, 검찰에 수사의뢰가 가능하다.
2013년 SM엔터테인먼트·JYP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스타제국은 사재기 브로커를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그러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정황은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그리고 다시금 음원 사재기가 가요계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현재, 문체부 관계자 역시 '구체성'을 강조했다.
가수 성시경,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김간지 등이 '사재기 브로커'에 대해 상세한 경험 및 목격담을 전한 상황. 여론은 음원 사재기 의혹의 공론화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지지부진하게 오랜 시간 이어졌던 실체 없는 사재기와의 전쟁이 이번 기회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수많은 음악 팬들의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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