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법인세 '반토막'…내년 稅收 쇼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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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 반영한 법인세 비용
올해 3분기까지 12.4兆 급감
불황에 세율인상 역효과 겹쳐
올해 3분기까지 12.4兆 급감
불황에 세율인상 역효과 겹쳐
기업 실적 악화로 인한 법인세 세수 급감이 현실로 닥쳤다. 경영환경 악화에도 정부가 세수 확보를 위해 법인세율을 올렸지만 오히려 기업 부담을 키워 세수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집계한 영업이익 상위 20대 기업의 올해 1~3분기 법인세 비용은 13조219억원으로 전년 동기(25조4153억원) 대비 12조4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감소율은 48.8%에 달했다. 법인세 비용은 기업이 앞으로 내야 할 법인세를 미리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다. 상위 20대 기업 법인세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법인세 세수를 올해보다 18.7% 낮춰잡았다. 올해 기업 실적 부진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 이익은 정부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감소해 내년 법인세 수입은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게 업계 추정이다. 법인세가 전체 세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대규모 ‘세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이 역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가 꺾이는데 세 부담은 늘어나면서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 해외 이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 무작정 세율을 올리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며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고 기업 활력을 높여 이익이 늘어나도록 해야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수 호황' 믿고 정부 지출 늘렸는데…삼성전자 법인세 7兆 줄 듯
지난해 8월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법인세수 전망치(세입 예산)를 79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올려잡았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이 전년도에 잡은 세입 예산(63조원)을 7조9000억원(12.5%) 초과 달성하는 등 ‘법인세 호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세수 전망에 지출도 마음껏 늘렸다.
하지만 올해 법인세가 생각만큼 걷히지 않으면서 법인세발 ‘세수 쇼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4년 후 5년 만에 세수 결손(실제 걷은 세금이 세입 예산을 밑도는 것)이 예상된다. 재정수지(수입-지출) 적자폭이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엔 법인세수 자체가 급감해 재정 악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집계한 영업이익 상위 20대 상장사의 올해 1~3분기 법인세 비용(13조219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48.8% 줄었다. 정부가 지출을 빠르게 늘리는 동안 재정건전성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법인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세전이익에 추정 유효세율을 곱해 산출하는 법인세 비용은 법인세수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법인세 비용이 대폭 줄어든 것은 기업들이 올 들어 줄줄이 ‘어닝 쇼크’를 낸 영향이다. 20대 기업의 올해 1~3분기 세전이익은 46조855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3조8326억원)보다 50.1% 감소했다.
지난해 약 12조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삼성전자는 올해 1~3분기 세전이익이 약 23조원으로 작년 50조원에서 반토막 났다. 법인세 비용도 13조6694억원에서 6조2013억원으로 54.6%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올해 납부하면서 올해 1~3분기에 10조2386억원의 법인세를 냈지만 내년엔 납부액이 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1~3분기 세전이익이 83.9% 감소하면서 법인세 비용이 87.9% 줄었다. SK텔레콤(-63.1%) SK이노베이션(-61.4%) 롯데케미칼(-41.1%) LG전자(-33.4%) LG화학(-27.3%) 삼성전기(-25.8%)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의 법인세 비용이 모두 큰 폭으로 줄어 내년 세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42조8000억원의 법인세를 거뒀는데 3분기에는 23조원에 그쳤다. 상반기에는 작년보다 2조2000억원 많이, 3분기에는 1조5000억원 적게 거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실적 부진 영향이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시작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법인세 세수 전망치를 올해보다 18.7% 낮춰 잡았다. 이것도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30%가량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적이란 평가가 많다.
정부가 세수 확보를 지나치게 법인세에 의존한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위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 지출을 위해 국세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그 부담이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이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와 거꾸로 간 것이어서 기업의 국내 투자 위축과 해외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집계한 영업이익 상위 20대 기업의 올해 1~3분기 법인세 비용은 13조219억원으로 전년 동기(25조4153억원) 대비 12조4000억원 가까이 줄었다. 감소율은 48.8%에 달했다. 법인세 비용은 기업이 앞으로 내야 할 법인세를 미리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다. 상위 20대 기업 법인세는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법인세 세수를 올해보다 18.7% 낮춰잡았다. 올해 기업 실적 부진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기업 이익은 정부 예상보다 더 가파르게 감소해 내년 법인세 수입은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란 게 업계 추정이다. 법인세가 전체 세입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대규모 ‘세수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현 정부 들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이 역효과를 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가 꺾이는데 세 부담은 늘어나면서 기업의 투자·고용 위축, 해외 이탈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세수를 늘리기 위해 무작정 세율을 올리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며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이고 기업 활력을 높여 이익이 늘어나도록 해야 세수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수 호황' 믿고 정부 지출 늘렸는데…삼성전자 법인세 7兆 줄 듯
지난해 8월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법인세수 전망치(세입 예산)를 79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9% 올려잡았다. 지난해 법인세 수입이 전년도에 잡은 세입 예산(63조원)을 7조9000억원(12.5%) 초과 달성하는 등 ‘법인세 호황’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낙관적인 세수 전망에 지출도 마음껏 늘렸다.
하지만 올해 법인세가 생각만큼 걷히지 않으면서 법인세발 ‘세수 쇼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4년 후 5년 만에 세수 결손(실제 걷은 세금이 세입 예산을 밑도는 것)이 예상된다. 재정수지(수입-지출) 적자폭이 사상 최대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엔 법인세수 자체가 급감해 재정 악화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집계한 영업이익 상위 20대 상장사의 올해 1~3분기 법인세 비용(13조219억원)은 전년 동기보다 48.8% 줄었다. 정부가 지출을 빠르게 늘리는 동안 재정건전성의 안전판 역할을 했던 법인세수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뜻이다.
세전이익에 추정 유효세율을 곱해 산출하는 법인세 비용은 법인세수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법인세 비용이 대폭 줄어든 것은 기업들이 올 들어 줄줄이 ‘어닝 쇼크’를 낸 영향이다. 20대 기업의 올해 1~3분기 세전이익은 46조855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93조8326억원)보다 50.1% 감소했다.
지난해 약 12조원의 법인세를 납부한 삼성전자는 올해 1~3분기 세전이익이 약 23조원으로 작년 50조원에서 반토막 났다. 법인세 비용도 13조6694억원에서 6조2013억원으로 54.6%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이익에 대한 법인세를 올해 납부하면서 올해 1~3분기에 10조2386억원의 법인세를 냈지만 내년엔 납부액이 반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SK하이닉스는 1~3분기 세전이익이 83.9% 감소하면서 법인세 비용이 87.9% 줄었다. SK텔레콤(-63.1%) SK이노베이션(-61.4%) 롯데케미칼(-41.1%) LG전자(-33.4%) LG화학(-27.3%) 삼성전기(-25.8%) 등 한국 간판 기업들의 법인세 비용이 모두 큰 폭으로 줄어 내년 세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조짐은 벌써 나타나고 있다. 국세청은 올해 상반기 42조8000억원의 법인세를 거뒀는데 3분기에는 23조원에 그쳤다. 상반기에는 작년보다 2조2000억원 많이, 3분기에는 1조5000억원 적게 거둔 것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올해 실적 부진 영향이 8월 법인세 중간예납을 시작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법인세 세수 전망치를 올해보다 18.7% 낮춰 잡았다. 이것도 올해 상장사 영업이익이 30%가량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낙관적이란 평가가 많다.
정부가 세수 확보를 지나치게 법인세에 의존한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부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위다. 임동원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래 지출을 위해 국세 수입을 늘려야 한다는 점엔 동의하지만 그 부담이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 정부 들어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미국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이 법인세를 내리는 추세와 거꾸로 간 것이어서 기업의 국내 투자 위축과 해외 이탈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