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난곡동 한 교회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난곡동 한 교회에 베이비박스가 설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모들이 양육을 포기한 영아를 임시로 보호하는 간이 보호시설인 '베이비 박스'를 운영한 목사가 2억원대 기초생활비를 부정 수급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주사랑공동체 이모(65) 목사를 사회보장급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지난 5월 금천구청이 이 목사가 2014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소득신고 의무를 어긴 채 기초생활수급 자격을 유지하면서 기초생활수급비로 2억900만원을 부당하게 받았다며 이 목사 부부를 경찰에 고발한 지 6개월 만이다.

경찰은 수사 끝에 이 목사 측이 위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이 목사는 2009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베이비 박스를 설치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후 10년 동안 그가 설치한 베이비 박스에는 1600여명의 아이가 맡겨졌다.

이 목사는 기초생활비 수급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주사랑공동체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하고 "법과 질서를 알지 못해 여기까지 오게 됐고, 부정수급에 대한 법적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부정하게 사용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있다"면서 "이제까지 후원금을 부정하게 사용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베이비 박스는 낳은 부모가 정식으로 양육권 포기의사를 밝히고 보내는 입양과 달리, 양육권 포기각서가 없기 때문에 입양이 어려운 점이 있다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특히 아이를 더 쉽게 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며 아동을 유기하는 부모들의 죄책감마저 덜어줄 우려가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 반대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