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생태 재앙 직면한 지구, 끝 모르는 소비지상주의 견딜 수 없어"
쇼핑몰 점거·가짜 장례식·물에 뛰어들기 등 시위 형태도 각양각색
유엔 기후변화 총회 앞두고 158개국 2천400여 도시서 금요시위 개최
블랙프라이데이 맞서 기후변화 해결촉구 '금요시위' 잇달아
미국 최대 쇼핑 시즌의 막이 오른 11월 마지막 금요일인 29일(현지시간) 세계 곳곳에서 과소비를 조장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규탄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개최됐다고 미국 폭스뉴스가 보도했다,
미국과 독일·이탈리아 등 유럽의 환경운동가들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다음 달 2∼13일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세간의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블랙 프라이데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영국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 뉴욕지부는 맨해튼의 한 상점에서 줄을 길게 늘어선 채 빈 쇼핑카트를 끌고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들의 쇼핑을 방해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멸종저항 뉴욕지부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끝을 모르는 소비지상주의 체제 속에 살고 있는데, 기후·생태 재앙을 향해 질주하는 지구는 그 체제를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환경단체 선라이즈 무브먼트 시카고지부는 시카고의 유명 쇼핑몰인 워터 타워 플레이스에서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며 "돈보다 사람과 지구를 생각해야 한다"고 외쳤다.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앞에서는 기후변화로 지구가 잃어버려야 했고 현재 위협당하고 있는 모든 것을 애도하는 '미래를 위한 블랙 프라이데이 장례식'이 진행됐고, 캐나다 밴쿠버 길거리에서도 가짜 장례식이 열렸다.

이날 배우 제인 폰다도 워싱턴 D.C.에서 자신이 이끌고 있는 기후변화 항의 시위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Fire Drill Fridays)를 진행했다.

폰다는 자신의 트위터에 "38명이 시위를 펼치다 체포됐다"는 글을 리트윗했다.

앞서 미국 하버드와 예일 대학의 환경 동아리 소속 학생들은 두 학교의 미식축구 라이벌전이 열렸던 지난 23일 코네티컷주 뉴헤이븐 경기장에 난입해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쳤다가 경찰에 입건됐다.
블랙프라이데이 맞서 기후변화 해결촉구 '금요시위' 잇달아
스웨덴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이끄는 기후변화 대응단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은 158개국 2천400여개 도시에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가 열렸다고 밝혔다.

독일 dpa 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독일 기후변화 단체들은 520개 도시에서 63만명이 자전거 시위를 벌이거나 거리를 봉쇄하고, 석탄공장 앞에서 항의 집회를 했다.

지역별로 베를린에서는 브란덴부르크 게이트에 6만명, 함부르크에 3만명이 각각 모였으며, 기온이 영상 5도로 낮았지만 20여명이 의회 앞에 있는 강으로 뛰어들며 관심을 촉구하기도 했다.
블랙프라이데이 맞서 기후변화 해결촉구 '금요시위' 잇달아
또 이탈리아에서는 로마에 3만명, 밀라노에 2만5천명 등이 모여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고 '미래를 위한 금요일' 측은 추산했다.

이 단체의 이탈리아 지부 관계자는 추수감사절을 기념한 블랙 프라이데이 세일에 대해 "평소 같으면 사지 않을 물건을 대기업들이 할인을 통해 구매하도록 한다"며 "이렇게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최근 잇따른 산불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하고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며 수백명이 집회에 나섰다.

한편 '미래를 위한 금요일' 활동을 촉발한 툰베리도 포르투갈의 리스본에서 열리는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친환경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횡단해 가는 도중 강풍을 만나 늦어졌다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적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