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로 재조명한 '한양도성'
세계적인 관광도시에는 대부분 특징적인 랜드마크가 있다. 유서 깊은 유적지일 수도 있고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시설물이나 역사성 짙은 장소를 재생한 것일 수도 있다. 그 역사와 배경은 다르나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지역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지역민의 자부심을 북돋운다.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기도 해 관광 랜드마크의 효용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서울의 랜드마크는 무엇일까? 서울은 1394년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 이후 625년의 긴 역사를 품고 있는 고도인 만큼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상징물도 많다. 경복궁은 이미 내외국인 모두에게 사랑받는 대표적인 관광지고 광화문은 지금도 변화하는 역사의 중심지로 통한다. 그러나 풍부한 서울의 관광자원 중에서도 특별히 주목하고 싶은 곳은 한양도성이다.

한양도성(사적 제10호)은 현존하는 세계 도성 중 가장 오랫동안(1396~1910, 514년) 도성의 기능을 수행해온 최대 규모의 성곽이다. 500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지만 그간 위상에 맞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조선시대에는 성곽 한 바퀴를 도는 ‘순성(巡城)놀이’가 유행했는데, 도성 안팎의 경치를 구경하며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유득공 <경도잡지>, 유본예 <한경지략>) 서울관광재단에서는 순성놀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양도성을 국내외에 새로이 홍보하는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한양도성 AR 소원성벽 쌓기’라 이름 붙인 이 캠페인은 AR 기술로 구현된 가상의 성벽에 자신의 소원을 영상으로 등록하게 기획된 체험형 캠페인이다. 소원이 담긴 성벽에 이름이 새겨져 나만의 성벽을 쌓은 것 같은 만족감을 준다.

다른 사람의 소원 영상을 열람하거나 자신의 영상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하는 등 적극적인 소통도 가능하다. 유튜브로 송출한 캠페인 홍보영상은 3주 만에 135만 뷰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최근 관광업계에서도 ‘스마트관광’이 화두다. 첨단기술을 활용해 관광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고 차별화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조명하고 젊은 층과 해외에 더욱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을 활용한 이번 21세기형 순성놀이 바이럴 캠페인을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까지 한양도성을 흥미롭게 소개하고 ‘스마트한’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한양도성의 전체 길이는 18.6㎞에 달한다. 필자도 백악, 인왕, 낙산 구간만 나눠 걸어보고 성곽 한 바퀴를 걸어보진 못했다. 세계인이 사랑하는 서울의 랜드마크로 한양도성이 자리매김하도록 기원하며 순성놀이에 도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