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자리자금 '펑펑'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에…슬그머니 사라진 '공공어린이집 사업'
정부가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 양육을 지원하겠다며 추진해온 ‘거점형 공공직장어린이집(거점형 어린이집)’ 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했다. 일자리안정자금, 청년추가채용장려금 등 ‘현금 복지’ 수요가 늘면서 같은 재원을 쓰는 고용보험기금 사정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저출산 문제를 완화하고 보육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정책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불똥을 맞아 사라지게 된 것이다.

1일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 거점형 어린이집 사업 예산은 전액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정부는 2018년 이 사업을 시작하며 2022년까지 전국 50곳을 설치해 중소기업 근로자 자녀 2000여명의 보육과 400여개의 보육교직원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후보지 13곳이 선정됐고, 1호로 지정된 서울 화곡동에서만 지난해 12월부터 운영 중이다.

거점형 공공어린이집 사업은 중소기업에 다니는 저소득 근로자 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무상 어린이집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신청을 받아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각각 8대2로 매칭해 건립한다.

예산 전액 삭감에 따라 내년 10곳 신규 예정은 물론 이후 사업 추진도 사실상 물건너갔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보험기금이 부족한 것도 예산이 삭감된 원인이지만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등 범정부 차원의 공공보육 정책의 일환으로 안다”며 “내년 이후 추가 지정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