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100㎞가량 떨어진 원러우 지역서 시위 발생
'홍콩시위 번질라' 中, 주민반대 화장장 '일단 스톱'
홍콩에서 가까운 중국 광둥(廣東)성의 한 지역에서 주민들이 화장장 건설에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 나서자 현지 당국이 화장장 건립을 재빨리 중단하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광둥성 화저우(化州)시 원러우(文樓) 지역에서 일어난 화장장 반대 시위가 큰 반향을 일으키자 현지 당국이 화장장 건립 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7일 원러우 지역 정부의 '인문생태공원 건립 계획' 발표에서 비롯됐다.

이 발표에서 당초 예정에 없던 화장장이 생태공원 내에 건립된다는 것을 알게 된 지역 주민 수백 명은 지난달 28일 마스크 등을 쓰고 지역 정부청사로 몰려가 화장장 건립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현지 정부는 즉시 폭동 진압 경찰을 투입해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최루탄을 쏘고 곤봉을 휘두르면서 진압에 나선 경찰은 현장에서 주민 100여 명을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 또한 속출했으며, 부상자 중에는 초등학생과 노인들도 있었다.

주민 200여 명은 다음 날인 29일에도 시위에 나섰지만, 다시 폭동 진압 경찰이 투입돼 이들을 진압했다.

사건은 이렇게 종결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현지 정부는 29일 밤 뜻밖에 화장장 건립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현지 정부는 웨이신(微信·위챗) 공식계정 등을 통해 "생태공원 조성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 공중의 의견을 구할 필요가 있어 공사 추진을 중단한다"며 "다만 공공질서를 해치고 공공기관을 파손한 자는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현지 당국의 이 같은 발 빠른 대응은 홍콩 시위의 중국 본토 확산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위가 발생한 원러우는 홍콩에서 100㎞가량 떨어진 곳이다.

중국 정부는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인근 광둥성 등 본토 지역으로 집단행동을 통해 불만을 분출하는 시위 문화가 확산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현재 원러우 지역 시위 소식은 중국 내 소셜미디어에서 전면 차단된 상태이다.

원러우 지역 정부가 화장장 건립 중단으로 민심을 달래면서, 동시에 시위 주동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강온 양면책'으로 시위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지 정부의 발 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현지 주민들은 당국이 화장장 건립을 완전하게 철회하지 않고 '중단'한 것은 추후 재개의 속셈이 있기 때문이라며 지난달 30일에도 시위를 이어갔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연합뉴스